개발 바람 20년에도 죽어가는 경인전철 역세권 인천역 일대
인천 중구 경인전철 인천역 일대 모습. 이 지역은 과거 '인천의 명동'이라 불리며 정치·경제 중심지로 호황을 누렸으나, 현재는 낙후한 구도심으로 전락했다. 2023.3.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인천은 송도국제도시나 청라국제도시처럼 도심 외곽을 확장하는 신도시가 생기면서 구도심 공동화가 가속됐다.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구도심의 역세권이 침체하는 건 예고된 수순이었다.

신도시와 구도심 간 균형을 이룬 발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20여 년 전부터 구도심 곳곳에서 개발 움직임이 일었다. 경인전철 인천 구간 역세권도 이때부터 개발 바람이 불었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사업이 좌초되거나 장기간 지연되는 상황이다.

경인전철이 '지상 철도'라는 한계가 명확해 근본적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천 구도심 역세권 개발 20년 잔혹사
경인전철 주요 역세권 개발 움직임은 2000년대 초반 인천시가 구상한 '1거점 2축' 도시재생사업으로 시작됐다. 인천 내항을 거점으로 경인고속도로와 경인전철을 두 축으로 하는 대규모 개발 구상이다.

'인천역 복합 역사개발' '동인천역 역세권 개발' '인천대 이전 부지 개발' '숭의운동장 재개발' '경인고속도로 간선화(일반화)' '가정오거리 도시재생사업(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 등이 이때 제시된 도시재생사업이다.

당시 인천시는 '바이 인천(BUY INCHEON)'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투자 유치 프로젝트를 도시재생사업에 연계하려 했다. 그러나 공공 주도 개발에 대한 주민 반발이 컸고,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면서 민간 투자 유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공주도 개발 시장 침체로 좌초
주민갈등 키우고 쇠퇴 속도 높여
동인천 민자역사 14년째 흉물로
인구 감소속 오피스텔 난개발만

인천시가 내놓은 구도심 활성화 대책이 오히려 지역 주민 간 갈등을 키우고 도심 쇠퇴 속도를 높였다. 2007~2008년 지정된 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지구와 제물포역세권 재정비촉진지구는 2010년 지구에서 해제돼 사업이 무산됐다. 2009년 송도국제도시로 떠난 인천대학교 제물포캠퍼스 개발·활용 방안은 10년 넘게 답보 상태다.
 

2007년 지정된 동인천역 주변 재정비촉진지구는 '동인천 르네상스 프로젝트' '동인천역 2030 역전 프로젝트' 등 인천시·민간사업자 또는 인천시·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재생사업 추진을 시도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k1.jpg
인천 중구 경인전철 인천역 일대 모습. 이 지역은 과거 '인천의 명동'이라 불리며 정치·경제 중심지로 호황을 누렸으나, 현재는 낙후한 구도심으로 전락했다. 2023.3.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동인천 민자역사는 2009년 쇼핑몰 폐업 후 유치권 행사, 전세권·근저당권 설정 등 각종 송사로 14년째 흉물로 방치돼 있는데, 최근 국토교통부가 철거 후 복합개발 방침을 세웠다.

그 결과가 어떤지는 인천연구원이 2021년 11월 낸 이슈브리프 '인천시 원도심 역세권 활성화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엿볼 수 있다. 보고서를 보면 인천 전체 인구는 점점 늘어나지만, 구도심 역세권 인구는 2010년 96만4천949명에서 2019년 91만7천622명으로 줄었다.

역세권 일대 건물 노후화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새로 짓는 건물은 대부분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로 난개발을 부추기고 있다.

근본적 구조 개선 필요한가
인천시는 경인전철 역세권을 마냥 내버려두진 않았다. 인천역사 복합개발을 위해 용도지역과 용적률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입지규제최소구역' 사업을 추진했고, 제물포역 남측에도 스타트업 육성 시설 등을 조성하는 'Station-J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인천역세권 재생사업도 계속해서 추진해왔다. 제물포역 북측, 동암역 일대는 공공 주도 재개발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도화역 북측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주민 동의율이 낮아 철회됐다.

 

k2.jpg
인천 중구 경인전철 인천역 일대 모습. 이 지역은 과거 '인천의 명동'이라 불리며 정치·경제 중심지로 호황을 누렸으나, 현재는 낙후한 구도심으로 전락했다. 2023.3.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새로운 처방전이 나올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전면적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인천 내항 1·8부두 재개발사업을 재구성해 인천역과 동인천역을 포함한 중구·동구 일대 개발로 확장하는 인천시의 '제물포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역세권 개발사업에 어떻게 연계될지 주목된다. 인천시는 올 연말까지 진행하는 '제물포 르네상스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등을 통해 인천역과 동인천역 활성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하화 문제 중앙·지방정부 '공약'
국토부 특별법·종합계획 가속도

궁극적으로 지상 철도인 경인전철을 지하화하는 '공간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많다. 노후 역세권 중심 고밀도 압축 개발이 택지 조성으로 인한 도시 외곽 미개발지 훼손을 줄이고, 구도심 공동화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경인전철 철로가 지역을 단절하고 있는 이상 어떠한 개발 구상도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

경인전철 지하화는 윤석열 대통령과 유정복 인천시장 공약이다. 그 이전에도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단골 공약이었다. 지상 철도를 지하화하고, 철도 상부 부지를 개발하기 위해선 관련 법률 개정이나 특별법 제정이 필수다. 수조원이 드는 천문학적 사업비 대비 효용성과 사업성 확보 방안, 민간이 사업에 참여할 경우 개발이익 일부 환수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국토부는 올 상반기 중 경인철도 지하화 추진을 위한 특별법을 발의하고, 하반기 법정 종합계획 수립에 나설 계획이다.

조상운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인전철 역세권은 철도 주변을 따라 폭이 좁은 도로가 길게 나 있고, 상업지역이라 땅값이 비싸 개발에 한계가 있다"며 "지하화를 연계해 공간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2023031001000410600019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