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감자, 인삼, 도라지, 대파 등 밭농사와 시설채소 농업의 특성상 봄 농번기에 많은 노동력이 투입되는데, 최근 정부의 기간 초과 외국인 계절 근로자 단속으로 여주 관내 130여 명에 달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연행돼 농민들은 망연자실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주시 11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농업인력수급대책위원회'(공동위원장 이은규, 최인묵, 류병원)는 지난 17일 여주시청 앞에서 '외국인 농업노동자 단속 중단과 농업 인력에 대한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11개 농민단체를 비롯해 이충우 여주시장과 정병관 의장, 시의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단속에 따른 단체별 피해 상황 보고와 지지와 연대 발언, 그리고 성명서 발표순으로 진행했다.
김지현 가남농협 조합장은 "불법 외국인 노동자가 재배한 농산물은 불법 농산물이 아닌가! 그 농산물을 먹는 국민들도 불법 국민이 아니겠는가! 우리 농촌에 불법 노동자가 재배하지 않은 농산물은 한 품목도 없다"며 "법대로 하다간 우리 국민 다 굶어 죽지 않으면, 수입 농산물로 식량 주권 식량 안보를 대체하자는 것"이라고 농민들의 요구를 정부는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단속으로 10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연행돼 벌금 3천만원을 부과받은 고석재 친환경서류생산자연합회장은 "우리농업은 불법(단기)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단속으로 한해 농사를 포기하게 이르렀다"며 "당당하게 농사짓고 누구한테 눈치 안보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빨리 만들어 달라. 다시한번 간곡히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이충우 여주시장은 "농번기에 고구마 선별 판매와 인삼 등 밭작물도 심어야 하는데 고령화 등 농가 일손이 없어 어려움이 많은데 지금 우리 농촌 실정을 중앙정부에서 알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지 참 안타깝다"며 "여주시도 농민들의 어려움을 숙지하여 정부 대책 마련을 위해 관계부처에 지속해서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여주시의회는 지역 농가들의 고충과 아픔을 해소하고, 농업인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외국인 계절 근로자 단속을 농번기 이후로 조정해 줄 것과 체계적인 농어촌 외국인 근로자 수급 대책 마련과 관련 법안을 개선 등 건의문을 채택했다.
정병관 의장은 "대책도 실속도 없는 정부의 기간초과 외국인 계절근로자 단속으로 인해 농가의 노동력 상실과 수급불균형을 심화시켜 인건비 상승 등 이중고로 농촌의 상황은 심각하다"며 "불법체류 단속이라는 법적 조치가 농민의 생존보다 앞설 수 없다"고 거듭 단속 시기 조정과 수급 대책을 촉구했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