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난 다 늙었고 쓸 데 없는 돈이 있어 좋은 일에 써달라 맡긴 것 뿐인데,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게 돼 쑥스럽습니다."
수 년간 청소일과 파지를 주워 모은 전 재산 4천만원을 최근 대한노인회 의정부시지회에 전달한 최동복(89) 어르신은 이같이 말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어려운 이웃 7명에 수십만원 생활비
최근 건강 나빠지자 목돈 기부 결심
"마음 홀가분… 서로 돕는 사회되길"
의정부동의 한 단칸방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그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자신보다 이웃을 생각하는 우리 시대의 의인이다. 그의 선행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해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 7명에게 매월 수십만 원의 생활비를 후원하는 등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해왔다. 그는 떠날 때 아무것도 남기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사후 장기기증도 서약한 상태다.
최 어르신은 "누가 알아주길 바라서 한 일이 아니다. 한 번도 내색도 자랑한 적도 없다"면서 "그저 풀떼기를 먹고 살며 어려웠던 어릴 적을 생각하면서, 기왕이면 나보다 힘든 사람을 돕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 최 어르신이 목돈 기부를 결심하게 된 것은 최근 그의 건강이 나빠진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병원에 한동안 입원하는 일이 있었는데, 이러다 죽으면 남은 재산을 어쩌나 싶었다"며 "허투루 쓰지 않고, 믿을 만한 곳을 암암리에 찾다가 김형두 대한노인회 의정부시지회장이 장학사업을 꾸준히 해온 것을 확인하고선 통장에 있는 돈을 찾아들고 찾아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지회장과 직원들은 처음에 최 어르신이 불쑥 돈 봉투를 내밀자 매우 당황했다고 한다. 이후 대화를 통해 최 어르신의 진심을 느낀 김 지회장 등은 그의 뜻을 존중해 노인 사업과 청소년 장학금에 쓰기로 했다. 이런 내용을 전달받은 시는 최 어르신에게 모범시민 표창을 수여했다.
최 어르신은 "많지는 않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며 "내가 쓸 최소한만 남기고 재산을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재산이 많고 적음을 떠나 서로 돕고 사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의정부/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