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공감 청년 협동조합 '청풍' 이사 김선아씨
2030 청년들로 구성된 협동조합 청풍은 인천 강화군에서 '아삭아삭순무민박' '스테이 아삭' '잠시섬 빌리지' 등 3개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청풍은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손님들에게 '잠시섬'이라는 섬살이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손님과 지역 주민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청풍에서 이사를 맡고 있는 김선아(사진)씨가 최근 문을 연 '잠시섬 빌리지' 거실과 맞닿아 있는 베란다 문을 열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약속을 잡을 때도 서울에 살 땐 '어디 스타벅스 앞에서 보자', '맥도날드 앞에서 만나자'고 했었는데, 강화도에 와서는 '조 사장님네 카페에서 얘기하자', '누구네 감자탕집에서 밥 먹자' 이런 식으로 항상 사람을 먼저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협동조합 청풍'에서 이사를 맡고 있는 김선아(33)씨는 "처음에는 1년, 2년만 지내야겠다고 강화도에 왔는데 살다 보니 삶과 가치관이 많이 바뀌는 걸 느꼈다"며 "주변에 많은 이웃과 만나면서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고 강화군에 정착한 계기를 설명했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협동조합 청풍은 강화군 토박이 청년과 비(非) 강화군 출신 청년들이 함께 2013년 강화풍물시장에서 화덕피자를 구워 팔기 위해 설립한 단체다.

당시 정부 청년 지원사업으로 다 함께 장사를 시작한 게 청풍을 운영하게 된 시발점이 됐다. 풍물시장 상인들은 타지에서 온 청년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그 덕분에 강화 지역에서 나는 밴댕이와 고구마로 만든 화덕피자가 빠르게 입소문을 탈 수 있었다.

2013년 풍물시장 화덕피자 팔며 설립 청년 단체 시발점
'도시 지친 나' 취지 잠시섬 '아삭아삭순무민박' 프로그램
다양한 도전 '강화 유니버스' 명명 정부 공모 선정 성과
2017년 우연히 프로그램 참여 '손님'… 서울 떠나 정착


인터뷰 공감 청년 협동조합 '청풍' 이사 김선아씨

청년들은 낡고 오래된 3층짜리 건물에 '아삭아삭순무민박'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잠시섬'이라는 섬 살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잠시섬은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손님들이 '도시에서 지친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돕겠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는 게 김선아씨 설명이다.

잠시섬은 지역사회와 연계한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쉬어가는 손님과 동네 주민이 함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강화 지역에서 아프리카 댄스와 요가 등의 학원을 운영하거나 강사 자격증이 있는 주민, 지역 제철 채소·과일로 만드는 비건 베이킹 카페 사장님이 일일 강사로 참여해 게스트하우스 손님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저희 게스트하우스는 지역사회와 연계될 방안을 고민합니다. 게스트하우스가 강화도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사람들의 출입구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많은 사람이 이 게스트하우스를 통해 강화도 곳곳으로 통할 수 있게끔 계속해서 초대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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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지역을 기반으로 다양한 도전을 했던 청풍은 자신들이 했던 여러 활동을 '강화 유니버스'로 명명해 2021년 행정안전부가 공모한 청년마을에 선정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청년마을은 청년이 지역에 머물면서 많은 체험을 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강화 유니버스는 내가 사는 동네를 아끼고 존중하는 로컬, 주체성, 존중, 다양성, 소통, 재발견, 생태, 환경, 안심, 즐거움, 연결 등 11개 주제를 중심으로 한다.

청풍은 잠시섬 외에도 여행자들이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공간 '강화 유니버스 라운지', 지역 장인과 협업해 만든 물품을 판매하는 '진달래섬'을 운영하고 있다. 강화 지역 기록을 남기는 사진집 '무녕'과 '왕골'을 출판하고 사진전을 열었으며, 지역사회가 다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플리마켓이나 동네 가게를 응원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

김선아씨는 "왕골로 짠 돗자리 화문석이나 면직물 소창 등 지역 특산물을 만드는 장인들 활동을 기록하고 남기는 게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곳에 사는 이들을 강화도에 초대해 이곳에서의 새로운 삶이 어떨지 상상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공감 청년 협동조합 '청풍' 이사 김선아씨1

그도 청풍의 잠시섬 등 프로그램을 체험한 '손님'이었다. 지난 2017년 가족들과 함께 살던 서울을 떠나 강화군에 정착했다. 서울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공공기관 산하 조직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청풍에서 하는 게스트하우스를 방문했던 게 계기가 됐다. 항상 빠듯하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 속에 지쳐 있었던 시기였다.

김선아씨는 서울에 살면서 늘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서 너무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학교 다닐 때는 '청년 셰어하우스 만들기'와 같은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청년이 큰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여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했다고 한다.

"도시의 위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생활이 저랑 안 맞았는데 청풍에서는 비슷한 또래가 모여 수평적인 체계에서 활발하게 소통하는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이 같은 청풍 조직 문화 덕분에 김선아씨는 "평생 서울에서 살던 아이인데 거기서 3개월도 못 버티고 돌아올 것"이라고 했던 가족들의 예상과 달리 강화군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

이곳에서 김선아씨는 이름 대신 '총총이'로 불린다. 직장 생활을 함께한 선배가 강화에 가서도 총기를 잃지 말라고 붙여준 별명이다. 하루하루가 바빴던 도시에서 생활했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여유를 찾았다고 한다.

인터뷰 공감 청년 협동조합 '청풍' 이사 김선아씨

김선아씨는 강화 지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는 청년에게 조언과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도시의 삶과 비교해 부족한 인프라는 불편한 점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청년이 도전하고, 변화를 만들고,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의 공간으로 강화도의 잠재력은 크다는 게 김선아씨 얘기다.

"강화도에서도 이곳 나름 삶의 치열함이 있고 고된 부분이 있어요. 창업이나 일을 할 생태계가 잘 조성돼 있지 않으니까 모든 걸 다 내가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죠. 그래도 강화도에 있으면서 하루하루 많은 것이 빠르게 달라지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앞으로 10년 뒤 강화도는 어떤 마을로 달라져 있을까 기대되는 곳입니다."

글/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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