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자체가 시대의 거울이다. 파우스트도 우리 시대를 반영하고 비춰주는 거울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 이 연극을 보고 고개 들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유인촌)
고전의 재해석이 사랑받는 요즘이다. 시간과 공간과 문화를 뛰어넘는 고전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또 그것이 꿰뚫고 있는 인간의 본성과 삶의 진리가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러 고전 가운데 괴테가 자신의 인생을 바쳐 쓴 희곡 '파우스트'가 화려한 캐스팅과 함께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학문에 통달한 노학자 파우스트 박사가 인생에 대한 회의감에 빠져있을 때 악마 메피스토의 유혹에 빠져 현세의 쾌락을 좇으며 방황하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구원받게 되는 작품 '파우스트'는 메피스토에 박해수, 나이 든 파우스트에 유인촌이 함께한다. 또 마녀의 약을 먹고 젊어진 파우스트에는 박은석이, 그와 사랑에 빠지는 그레첸에는 원진아가 캐스팅됐다.
메피스토 박해수·老 파우스트 유인촌 호흡
악마와 대화 장면, 팽팽한 긴장감 자아내
22일 LG아트센터 서울 리허설룸에서 진행된 연습실 공개 현장에서는 공연 개막을 앞두고 점차 배역에 몰입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파우스트의 서재에서 펼쳐지는 파우스트와 메피스토의 만남은 아주 강렬했다.
검은 개로 변한 메피스토가 파우스트의 주변을 맴돌다 자신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묘한 미소를 지으며 파우스트에게 다가갔다.
현자라고 불리는 노학자가 신과 내기한 악마와 주고받는 대화 장면은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고, 결국 메피스토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흥미로워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 파우스트가 정령들에 뒤덮이는 장면은 숨죽이고 볼 만큼의 몰입감을 주며 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유인촌은 27년 전 연극 '파우스트'에서는 메피스토 역할을 맡은 바 있다. 그때 몰랐던 파우스트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고 한 그는 박해수가 보여줄 새로운 메피스토에 대해 "나의 메피스토는 과거고 구닥다리이다. 서로 조언은 하지만 과거의 경험이 도움은 안된다. 이 시대에 맞는 캐릭터를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박해수 자체가 많은 노력으로 이 캐릭터를 잘 만들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에 박해수는 "선배님께서 연습실에서 '뛰자'라고 하시는데,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열어주셨다"며 "메피스토는 악의 평범성에 초점을 두고 하나씩 만들고 있다. 악한 인물도 시초에 씨앗이 뿌려졌을 거라는 고민을 한다"고 답했다.
이어 "동료들과 선배님이 지치지 않고 뛰면서 맞춰준다. 서로 에너지를 나눠주는 존재인 것 같다"며 팀워크를 자랑했다.
2인1역 박은석·첫 연극 도전 원진아 '열정'
양정웅 연출 "환상·상상 더한 무대 보일것"
2인 1역의 박은석 역시 "선배님에게 영감을 많이 받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며 "텍스트의 무게에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고민한 만큼 깊은 해석이나 연기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작품에 해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웃어 보였다.
첫 연극 도전에 후회의 마음이 하나도 없다고 한 원진아는 "20~30대 방황과 고민, 시행착오를 겪는 시기에 이 극을 보면 느끼는 점이 많을 것"이라며 "힘들었던 시기, 그러한 경험들이 있어 지금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것을 인정할지, 외면할지 깊게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캐스트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파우스트에서 보이는 다양한 시간과 공간, 환상과 상상에 더해 예술적인 무대를 보여주겠다던 양정웅 연출의 포부가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해지는 이번 공연은 3월 31일부터 4월 29일까지 LG 아트센터 서울 LG SIGNATURE 홀에서 열린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