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정부는 용인시 처인구 남사·이동읍 일대 축구장 1천 개 규모에 달하는 710만㎡ 부지에 오는 2042년까지 300조원을 투입, 시스템 반도체 중심의 제조공장 5개를 포함한 세계 최대 규모의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깜짝' 발표했다.
향후 160만명의 고용창출 등 700조원 규모의 직·간접 생산유발 효과가 기대되는 초대형 프로젝트 소식에 용인 전역은 들썩였다. 난개발의 오명을 벗고 인구 100만 특례시로 거듭난 용인시가 이제는 명실상부 세계적 반도체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서막을 알리게 된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정부, 2042년까지 300조 투입 710만㎡ 조성
160만명 고용창출 등 700조 생산유발 기대
범정부 추진지원단·市 후속조치 등 잰걸음
남동부 양대축·기흥 플랫폼시티 연결 구상
市, 일반산단 경험 활용 과정 최소화 전략
원주민 이주·보상 '뜨거운 감자' 대책 숙제
산단간 유기적 연결 '교통 인프라' 확충도
이상일 시장, 조례제정·局신설 등 육성 의지
■ 'ㄴ'자형 반도체 벨트의 화룡점정을 찍다
용인시는 민선 8기 출범 이후 반도체 산업의 육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흥의 삼성전자와 플랫폼시티로부터 처인구 원삼의 반도체클러스터를 잇는 'ㄴ자형' 반도체 벨트를 완성한다는 큰 그림 아래 테스트베드 구축,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유치, 반도체 고교 설립 등을 뒷받침해 견고한 반도체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따른 도로망 연결·확충 등 교통 인프라까지 갖춰 용인을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 갈 전략적 요충지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 구상도 참조
이번 국가산단 지정은 이 같은 용인의 미래 구상에 사실상 화룡점정을 찍은 셈이 됐다. 원삼면 414만여㎡ 부지에 들어서는 SK하이닉스와 함께 남사·이동의 삼성전자가 용인 남동부 지역의 거대 반도체 양대 축을 형성하고 향후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이 들어설 기흥 플랫폼시티까지 포함하면 용인 전역은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이루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4일 용인 남사·이동을 비롯한 신규 국가산단 조성 관련 다음 달 내로 사업시행자를 선정하는 등 속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국토부 1차관을 추진단장으로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와 지자체, 사업시행자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추진지원단을 구성, 오는 31일 첫 회의를 연다.
용인시도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상일 시장은 정부의 국가산단 지정 발표 다음날인 지난 16일 곧바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한준 사장을 만나 산단 배후도시 조성 등 국가산단 지정 후속조치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며 추후 협조를 당부했다.
지난 23일에는 시 차원의 국가산단 조성 지원 추진단을 구성했다. 이 시장이 추진단장을 맡아 향후 용수·전력 공급, 도로·철도 인프라 확충, 보상·이주 문제, 배후도시 조성 대책 등 행정절차 전반을 점검해 나갈 예정이다.
이 시장은 범정부 추진단에도 참여해 시의 입장을 비롯한 시민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달 공모 신청을 통해 도전장을 내민 시는 이번 국가산단 지정으로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올 상반기 발표를 앞두고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 '장밋빛 미래' 완성 위한 '속도와 방향'의 균형
시는 지난 23일 추진단 첫 회의를 열고 각종 행정절차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논의했다. 산단 계획 수립에 관한 용역 기간과 성장관리권역 내 공업지역 추가 물량 배정, 토지 보상 이전 단계적 공사 착공 등을 통해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는 2018년부터 시작된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 조성사업의 경험치를 활용, 추진상의 지연 요소 등을 반면교사 삼아 불필요한 과정을 줄여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과거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단 승인 과정 중 환경영향평가 단계에서만 안성시와 방류수 문제로 8개월이 지연됐고, 용수공급시설 문제로 여주시와도 진통을 겪으며 11개월이 지연된 바 있다.
당장 사업 예정지인 남사읍 완장리·창리 일부가 송탄 상수원보호구역에 저촉된다는 점은 급선무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보호구역 해제 권한이 평택시에 있는 만큼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원주민 이주·보상 문제도 뜨거운 감자다. 국가산단 부지로 결정된 이동읍 일대에는 벌써 산단 선정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내걸린 상태며 원주민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도 발족을 준비 중이다. 이 시장은 지난 추진단 회의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며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 시장은 "사업 대상지에 포함된 주민들이나 기업들은 보상이나 이주 문제에 대한 걱정이 클 것"이라며 "시민과 기업의 의견을 최대한 경청하고 반영해 합당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산단 조성과 함께 교통 인프라 확충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원삼 반도체클러스터 산단 추진 과정을 돌이켜 보면 산단 지정만 했을 뿐 여기에 연결되는 도로망은 갖춰놓질 못했다"며 "이 같은 선례를 되풀이하지 않고 향후 반도체 산단 간 도로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교통망을 갖추는 노력도 병행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계획이 다 있었던' 이상일 시장
영화 '기생충'의 대사처럼 이 시장에겐 계획이 다 있었다. 취임 전 당선인 신분 때부터 용산 대통령실을 방문해 반도체 인프라 조성에 관한 지원을 요청한 그는 취임 첫날 첫 결재로 '글로벌 반도체 중심도시 추진 전략'에 사인하며 반도체에 '올인'했다.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반도체 산업 육성·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민선 8기 첫 조직개편을 통해 반도체 산업을 총괄하는 '신성장전략국'을 신설했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반도체 전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반도체 고교 설립도 구상에 머물러 있지 않고 상당 부분 진척시켰다.
올해 초 미국 출장 당시엔 삼성전자 생산단지가 위치한 세계적 반도체 도시 오스틴시를 찾아 향후 시와의 자매결연 초석을 다진 데 이어 오스틴시 인근에 위치한 테일러시를 방문, 아직은 허허벌판 상태인 삼성전자 반도체 제조공장 공사 현장까지 둘러보며 반도체 육성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번 국가산단 지정으로 자신의 대표 공약인 반도체 고속도로 건설에도 힘이 실리게 됐고, 교통 인프라 조성을 위해 추진이 필요한 경강선 연장사업(광주 삼동~용인 남사)도 사실상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그간 경강선 연장 추진을 위해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조기수립론을 외쳤던 이 시장의 주장에 명분과 동력이 마련된 셈이다.
적어도 현재까진 계획대로, 오히려 그 이상의 성과까지 예고하며 글로벌 반도체 중심도시로의 성장을 향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취임 9개월 만의 일이다.
이 시장은 "반도체 산업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가전력산업인 만큼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도 수도권 규제나 지역균형발전 논리와는 결을 달리해야 한다"며 "대승적 결단을 해준 정부와 삼성전자에 고마움을 전하고 싶고, 국가산단이 제대로 조성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강조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