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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취임한 김세용 GH 사장이 지난 23일 경인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3.23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청년들이 주택에서 가장 원하는 시설이 뭐냐고 직원들에게 물었더니 '침대'라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정답은 '에어컨'입니다." 지난해 말 GH(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김세용(58) 사장은 고려대 건축학과 교수와 SH(서울주택공사) 사장을 거친 현장과 이론 모두에 밝은 인물이다.

김 사장은 지난 23일 경인일보와 인터뷰에서 그런 면모를 짐작할 수 있는 경험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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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에서 청년들에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을 어떻게 청년 세대에 적합하게 설계하느냐는 문제였다. "우리 세대는 기다랗게 나온 조리공간·싱크대를 선호하지만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는 청년 세대에게는 긴 싱크대가 필요가 없죠. 가장 필요한 건 여름에도 쾌적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 에어컨이라고 봤습니다. 일부에선 청년임대주택에 시스템 에어컨이 사치라고 했지만, 지금은 에어컨이 생활 필수품인 시대 아닙니까."

주방공간을 대폭 줄이고 침대로도 테이블로도 쓸 수 있는 가구를 넣고 시스템 에어컨을 기본 옵션으로 탑재한 청년임대주택. 김세용표 주택은 고객 수요 충족형 상품을 지향했다.

3기 신도시·미래 도시는 새로운 생활 습성에 맞춰야
주택부터 인프라까지 1~2인 가구에 적합하도록 설계
지금까지와 다른 결과물… '경기도표 모델' 제시할것
지난 경험과 역량 쏟아내 '기회 파트너 GH' 만들고파


인터뷰 내내 그는 관성적인 업무 방식, 그러니까 1년 동안 임대주택을 몇 채 공급하는 따위로는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없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그는 "1년에 몇 채나 공급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일하느냐 어떤 주택을 공급하느냐, 그걸 통해 어떤 효과를 내느냐가 중요합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수원 광교·성남 판교와 같은 2기 신도시 개발은 GH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거름이 됐다. 거대 조직을 보유한 LH가 전국적인 사업을 펼치며 노하우를 축적한 반면 대규모 사업 경험이 일천한 GH가 과연 거대 신도시 사업을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됐다.

결과는 성공이었고, GH는 명실상부한 전문 조직으로 탈바꿈했다. 3기 신도시 사업과 1기 신도시 재개발·원도심 회복이 과제인 현시대에 김 사장은 경기도정에서 도시계획 철학을 자문하는 역할도 맡게 됐다.

김 사장은 "전 세계에서 신도시를 만드는 도시공사를 가진 국가는 극히 드뭅니다. 한국도 1기 신도시 개발할 때만 해도 이런 대규모 베드타운을 건설하는 게 낯설었어요. 1기 신도시는 당시 추세에 맞춰 4인 가구가 거주하며 서울로 이동하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게 목표였습니다. 같은 평형 주택이 잇따라 건설됐고 서울로 출퇴근하기 편한 도로만 뚫어주면 완성이 됐던 시절입니다. 2기 신도시는 자족 도시를 만들겠다고 서울로부터 먼 거리에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내용을 보면 1기 신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죠."

3기 신도시 혹은 앞으로 만들어질 도시는 새로운 가구의 생활 습성에 맞춰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1인 가구나 2인 가구는 4인 가구와 사는 형태가 다릅니다. 주택부터 도시 인프라까지 1·2인 가구에 적합하도록 설계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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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취임한 김세용 GH 사장이 지난 23일 경인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3.23 /경기사진공동취재단

한 달 전 김세용 체제의 GH는 '혁신·비전 보고회'를 열었다. 보고회에서 김 사장은 경기도형 스타트업밸리를 조성해 일자리 53만개·매출액 226조원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3판교테크노밸리 사업지에 스타트업 플래닛을 시범 도입해 인재가 모이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동시에 베이비부머와 MZ세대를 위한 주거복합모델도 제시했다.

은퇴 후 본격적인 고령 세대로 진입을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와 1인 가구가 대세인 MZ 세대를 정확히 파악해 그들의 필요에 맞는 맞춤형 주거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판교를 중심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세대별로 적합한 주거 모델을 별도로 설계하는 게 김세용이 그리는 GH의 방향이다.

경기도 대표 주택 정책도 구상 중이다. 김 사장은 "지금 구상과 연구가 한창으로 적어도 상반기 중에는 경기도표 주택 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와 다른 결과물을 도민들께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SH 자본금이 7조원이 넘고, 이웃한 인천도시공사도 자본금이 2조8천억원에 달하는데 GH의 자본금은 1조7천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김 사장은 "앞으로 경기도와 협의해 자본금을 비롯한 재정 예산 확충에 노력하고 새로운 정책을 수행하는데 부족한 인력도 적절한 시기에 충원하겠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중앙정부 주도 도시개발에서 지방정부가 권한을 이양받고, 또 광역지자체는 권한과 책임을 시군 단위 기초지자체로 내리는 도시개발의 지방분권은 김 사장의 철학이다.

그는 "지역은 모두 다릅니다. 서울이 다르고 경기도가 다르죠. 경기도 내에서도 도시와 농촌이 다릅니다. 경기도는 GH가 경기도에 맞는 정책을 펴야 하고 또 기초 단위에선 각 시군이 사정에 맞게 정책을 펼쳐야 할 겁니다. SH사장으로 있을 때도 서울 구청장을 만나면 구 단위 도시공사를 만들라고 많이 권유했고 실제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경기도 역시 시군 단위 도시공사가 만들어지고 사업을 하며 노하우를 축적해 나가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인구 1천400만에 달하는 경기도의 도시·주택 정책 책임자가 된 김세용이 그리는 경기도는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천명한 '기회수도'를 실현하는 경기도다.

김 사장은 "민선 8기 들어 경기도는 더 많은, 더 고른 그리고 더 나은 기회를 핵심 가치로 삼았고 GH 역시 이 기회 실현의 동반자가 되고자 합니다. 먼저 공공주택의 품질을 높이고 생애주기별 주거사다리를 통해 더 나은 주거 기회를 제공하고 동시에 스마트 도시공간을 조성하고 경기도형 스타트업 밸리를 만들어 경제성장의 거점을 마련할 계획입니다"라면서 "지난 SH에서의 경험과 대학에서의 연구 역량을 경기주택도시공사에 전부 쏟아내, 경기도의 '기회 파트너 GH'를 만들고 싶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글/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김세용 사장은?

▲1965년생
▲고려대학교 건축공학 학사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석사
▲컬럼비아대학교 대학원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 박사
▲고려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
▲대통령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교수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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