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도시를 유기체라 말한다.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없던 것이 새로 생기고, 있던 것이 사라지기도 한다. 더 나은 주거 생활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을 바라는 욕망이 도시에 산업을 일으키고, 산업은 도시의 변화를 이끈다. 도시의 변화를 유도하는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가 산업단지 조성이다.
산업단지는 제조업 산업활동의 기본 요소인 토지와 노동의 투입을 원활하게 하고 도로와 전기, 용수 같은 산업 인프라를 공동으로 활용해 기업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경제개발을 이끈 산업화도 여기에 기반을 두고 있다. 지금은 다소 줄었지만 산업단지가 전국제조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4%, 수출은 66%, 고용은 49%로 여전히 국가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2019년 기준, 한국산업공단 자료)
중첩규제 농업도시로 40여년 역차별 감내
市, SK하이닉스와 상생협약 새바람 시동
가남 10·강천이호 1·점동 2곳 '클러스터'
기존 2곳까지 15곳 3개 지구 집적 청사진
이차전지 등 신소재 분야 전문인력 필요
2027년께 준공 기업 70개·1500명 일자리
市, 실시설계용역비 40억 추경예산 확보
투자유치위 출범, 시책·보조금 등 잰걸음
그렇다고 모든 도시가 산업화의 고른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 여주시는 1980년대에 들면서 제기된 국토 균형발전을 위한 수도권 규제와 상수원 보호를 위한 특별대책지역이란 중첩규제로 개발에 엄격한 제한을 받아왔다.
대표적인 농업도시로 묵묵히 산업화를 지원해 왔던 여주시는 산업화의 시혜는 누려보지 못한 채 40여 년 동안 역차별을 받아온 것이다.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란 사회문제가 겹치면서 여주시는 한때 인구소멸도시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여주시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국책산업인 반도체 산업과 새로운 성장의 대안으로 떠오른 신산업의 투자처로 떠오른 것이다.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지가와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인 용인과의 근접성, 안정적인 전력과 풍부한 공업용수를 여주시의 강점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여주시와 SK하이닉스의 상생 협약을 기폭제 삼아 여주시는 경기도의 지원으로 산업단지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투자기업을 위한 맞춤형 행정 서비스로 변화를 꿈꾸는 민선 8기 '행복도시, 희망여주'의 '행복'과 '희망'의 청사진을 살펴본다.
■ 여주시 최초로 13개 신규 산업단지 동시 조성
여주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신규 일반산업단지는 모두 13개소다. 계속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2곳을 더하면 모두 15곳이다.
수도권정비법 시행령의 개발 제한 규제인 '산업단지 공업용지 6만㎡ 이하'를 지키되 15개의 산업단지를 3개 지구로 나눠 한꺼번에 조성, 단순 기업의 군집이 아닌 혁신 클러스터로 역량을 강화해 산업 집적지로서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총 규모로 따지면 무려 90만㎡에 이른다. → 표·위치도 참조

가남반도체산업단지는 SK하이닉스 이천공장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이점이 있다. 여주시는 가남면 신해리, 은봉리, 건장리 일원에 10개 산업단지를 조성해 SK하이닉스 협력사 20개소 및 반도체협회 회원사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강천이호산업단지 1개소의 조성 목적은 한층 더 전략적이다. 산단 조성으로 여주~원주 간 복선전철 구간에 유치하고자 하는 강천역의 타당성을 높인다는 복선이 깔려 있다.
점동신소재산업단지에는 2개소의 산업단지를 계획하고 있다. 2차전지 제조회사인 (주)그리너지 및 협력사 8개소가 유치 대상이다. (주)그리너지는 기존 이차전지에 사용되던 흑연을 LTO(리튬탄산화물)로 대체한 LTO 배터리를 연구 생산하는 기업으로 여주시는 지난달 차세대 이차전지 제조시설 건립 및 이차전지 밸류체인 조성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주)그리너지는 내년까지 여주 점동면에 1천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이차전지 제조시설을 건립해 약 200명의 고용 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공장이 준공되는 내년부터는 이차전지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해 민간산단 및 공공산단을 추진해 (주)그리너지 협력 업체를 유치, 밸류체인을 조성해 나간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 2027년까지 70개 기업 입주, 1천500여 명의 일자리 창출
물론 여주에 산업단지가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2년 점동면에 장안산업단지를 조성한 이후 여주시는 강천, 삼교, 남여주 등 4곳에 산업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4곳의 고용인원은 약 200명 남짓이다.
1996년 지방자치제도의 본격 시행으로 지방정부에 지방산업단지 개발 권한이 넘어오면서 기업들은 지방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지만 지방정부는 기대했던 효과보다는 개발로 인한 부정적 효과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경험을 토대로 여주시는 반도체나 이차전지 같은 신소재산업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타 업종에 비해 많은 전문인력이 필요해 일자리 창출과 인구 증가 등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설계부터 제조와 시험, 운용에 이르기까지 집적화함으로써 물류비용 절감과 전문인력 확보, 기술 협력과 인적교류의 장점을 모두 확보해 산업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신규 산단 조성은 타당성 용역을 통해 개발대상지 선정, 수요예측, 경제성 등을 분석하고 있으며, 2027년 6월까지 준공해 약 70개의 기업을 입주시켜 최소 1천500여 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여주시의 목표다.

■ 빠른 사업추진과 맞춤형 행정 서비스로 변화 꿈꿔
여주시의 조속한 사업추진을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2월1일 여주시는 반도체 협력업체 입주를 위한 산단 조성에 쓰일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비 40억원의 추경 예산을 확보했다. 최근 반도체 관련 기업을 포함해 신산업 유치 경쟁에 나선 경기도 내 시·군 중에 가장 발 빠른 조치다.
5월에는 실시설계 용역을 발주할 계획이다. 지난달 22일에는 경제·법조·금융계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12명의 투자유치위원을 위촉하는 '투자유치위원회 출범식'을 가졌다.
투자유치위원회는 앞으로 2년간 투자유치 관련 중요 시책과 투자유치진흥기금의 관리 운용에 관한 사항을 논의하고 투자유치 기업의 지정 및 지원, 대규모 투자기업에 대한 특별지원 투자보조금을 심의한다. 이런 발 빠른 조치로 그동안 중첩규제로 오랫동안 개발에서 소외돼온 여주시민들의 기대도 한껏 높아지고 있다.
이충우 시장은 "여주시는 중첩규제를 받고 있지만 '규제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보자'는 각오로 기업 유치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애로사항을 해결해 나간다면 10년 뒤 시의 미래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돼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