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금북정맥 국가생태문화탐방로 공사의 자재·인건비가 2년 전 기준으로 책정되는 등 '헐값 공사'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에서야 입찰이 이뤄졌지만 자재비 인상분이 반영되지 않은 채 그대로 업체 선정이 진행된 것인데, 건설업계에선 자칫 낮은 가격이 안전 문제와 품질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 현실에선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중소기업들의 피해가 크다는 목소리에 납품단가 연동제가 올해 본격 시행되지만 공공 건설 현장에서도 이런 단가 상승이 잘 반영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립공원공단, 지난달 39억 공고
2021년 적산 기준으로 비용 책정

국립공원공단은 지난달 15일 홈페이지를 통해 추정금액 39억6천17만원 규모의 해당 공사를 담당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공단이 제시한 공사원가계산서를 보면 재료비와 노무비는 각각 8억3천913만9천670원, 16억6천942만3천202원으로 책정됐다. 적산 기준은 거의 2년 전인 2021년 하반기다.

관건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지난해 건설 자잿값이 급등한 점이다.

인건비도 많이 올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1년 9월 111.27이던 생산자물가지수는 올해 1월 120.25로 16개월 동안 8.98p 올랐다. 같은 기간 건설업 평균 임금도 23만5천815원에서 25만5천426원으로 8.32%(1만9천611원) 인상됐다.

공사비가 산정된 2021년 하반기와 현재의 단가 차이가 큰 항목도 많다. 예컨대 유로폼(거푸집 패널)은 2021년 하반기엔 2만5천500원이었지만 올해는 3만7천800원으로 단가가 48.24% 올랐다. 형틀목공, 콘크리트공의 인건비도 각각 12.29%, 11.08% 인상됐다.

자잿값·인건비 상승 단가 차이나
건설협 재산정 건의에도 낙찰 진행
공단 "계약후 원가 반영 검토할것"

건설업체로선 낙찰되더라도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지역 건설업계가 적잖이 술렁였다. 일부 업체는 국립공원공단, 그리고 해당 공사를 공단에 위탁한 안성시에 가격 문제를 항의했지만 오히려 '입찰하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다는 주장이다.

한 토목공사업체 관계자는 "공단에 가격이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하니 자기네들은 위탁을 받은 것 뿐이라고 선을 긋고, 안성시에선 공단 쪽에 공을 돌렸다. 항의를 하자 그럼 '입찰하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다"며 "공사비는 현장 안전과 직결된다. 공사비를 제대로 안 준다는 건 인부 3명을 써야 할 작업에서 2명만 쓰게 하는 상황을 부른다. 결국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에서도 최근 물가를 반영해 공사비를 재산정해달라고 공단에 건의했지만 공사비 재산정 없이 입찰은 그대로 진행됐다.

이에 대해 안성시 관계자는 "해당 공사는 시가 직접 발주한 게 아니어서 향후 가격 조정은 공단 측에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는 "계약 체결 후 변경 계약을 통해 올해 원가 반영 문제를 검토하겠다. 낙찰받은 업체에 부담이 가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