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났던 양평 비닐하우스… '무허가 분양사무실' 의혹

새로 조성된 비닐하우스 옆으로 기름통이 줄지어 서 있다. 뒤로 전소된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2023.4.6 양평/장태복기자 [e-mail]

화재가 발생한 양평군 용문면 소재 비닐하우스가 위법성이 있는 분양사무실로 이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게다가 화재 이후 바로 옆 비닐하우스에 허가되지 않은 분양사무실을 다시 차려 '안전불감증을 넘어 법 불감증'이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월 초 용문터널 인근 비닐하우스 1동이 화재로 전소됐다. 불은 주변 산불로 번졌으나 소방차 19대와 헬기 1대 등이 출동해 1시간 만에 진압(3월3일 온라인 보도=용문면 주거용 비닐하우스에서 불… 인명피해는 없어)했다. 이후 양평소방서는 전기 콘센트와 드럼통에서 불을 피운 것 등이 화재원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불이 났던 용문면 삼성리 일대 비닐하우스는 최초 '주거용'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전원주택 분양사무소 등 신고되지 않은 다른 용도로 사용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위법 논란이 있는 화재'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로 설치된 입구 '고객 응대' 문구
'최저가 37세대' 등 홍보자료 발견
'주거용' 아닌 타용도 사용 드러나
'안전 불감증·위법 논란 화재' 지적

지난 3월3일 비닐하우스 화재 당시 사진. 불타고 있는 비닐하우스 앞으로 골조만 있는 비닐하우스가 보인다. 해당 화재는 주변 산불로 번졌으며 진압을 위해 소방차 19대와 헬기 1대 등이 출동했다. 양평/장태복기자 [e-mail]

화재 약 한 달 후인 지난 6일 다시 찾은 현장. 전소된 비닐하우스 바닥에서는 타다만 각종 집기와 건축 도면·허가서류 등을 발견할 수 있어 단순한 주거용 비닐하우스로 사용되지 않았음을 짐작케 했다.

또한 지난번 화재로 골조만 남았던 옆 동 비닐하우스에는 그 사이 비닐이 처져 있었는데 입구엔 'H 전원 아카데미' 상호와 고객을 응대하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지난 3월 화재 후 약 한 달만에 다시 찾은 양평군 용문면의 전소된 비닐하우스. 바닥 여기저기서 타다만 허가서류, 설계도면 등이 널브러져 있다. 2023.4.6 양평/장태복기자 [e-mail]

반쯤 열린 비닐하우스 문 사이로 '최고급 주말 체험농장', '1가구 2주택 포함 안 되는 예쁜 농막', '최저가 37세대 분양' 등의 홍보자료들을 볼 수 있어 H 업체가 한 달 새 옆 비닐하우스를 분양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해당 비닐하우스로 가는 곳은 인근에 많은 가구가 살지 않는 비교적 외진 지역에 속하는데 H 업체는 이곳을 안내하기 위해 500m 전부터 '현장사무실' 화살표 현수막을 여기저기에 게시했다.

지난 3월 화재 후 약 한 달만에 다시 찾은 양평군 용문면의 전소된 비닐하우스. 바닥 여기저기서 타다만 설계도면이 널브러져 있다. 타다만 도면 뒤로 넘어진 등유난로가 보인다. 2023.4.6 양평/장태복기자 [e-mail]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사업자는 분양사업장을 설치할 경우 신고를 해야 하며 화재안전기준에 부합하는 소화기 2개 이상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양평군에 따르면 해당 장소에 신고된 인허가 건축물은 없으며 다시 새로 조성된 비닐하우스에는 소화기 하나만 있고 옆에는 기름통들이 가득했다.

이에 대해 비닐하우스를 설치한 H 업체 관계자는 "식당처럼 창고로 쓰던 곳이다. 이전에 농사용으로 쓰겠다고 신고했다"며 "불이 나버려서 치워버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평/장태복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