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소방서 김원기 소방장
인천계양소방서 김원기 소방장은 "시민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된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2023.4.9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

달려오던 차량끼리 부딪혀 한 대가 전복됐다. 출근길 교통량이 많아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지난달 8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교차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다.

마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출근하던 인천계양소방서 소속 김원기 소방장이 당시 상황을 목격했다.

그는 근처에 자신의 차를 대고 전복된 SUV 차량으로 곧바로 달려갔다. 차량의 뒷문을 열고 아이나 노약자가 없는지 살핀 뒤 운전자를 확인했다. 이에 30대 여성 운전자가 "살려 주세요"란 희미한 목소리로 도움을 요청했다.

김 소방장은 운전자 상태와 주변 교통상황 등을 고려해 운전자를 인근 공터로 옮겼고,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하면서 다행히 큰 인명피해 없이 상황이 마무리됐다.

김 소방장은 "나뿐만 아니라 어느 소방대원이 봤어도 똑같이 했을 것"이라며 "다행히 빠르게 구조하고 출근해 지각하지도 않았다"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청라 교차로 전복 인명피해 없이 구조
화재조사팀 근무때 피해 가정 도와
전통시장 출동때 받은 귤 가장 기억


앞서 그는 2021년 계양소방서 화재조사팀에서 근무하며 화재 피해를 당한 한 가정을 돕기도 했다. 김 소방장은 "한 장애인이 신변을 비관해 노모와 단둘이 사는 집에서 분신을 한 사고가 있었다"며 "그 남성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고, 노모만 홀로 남았다"고 떠올렸다.

그의 도움으로 이 가정은 인천소방본부 '119원의 기적' 사업의 일환으로 긴급 생계비 등을 지원받았다. 119원의 기적은 인천소방공무원과 시민들이 하루에 119원씩 기부해 재난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김 소방장은 "분신을 했던 남성은 끝내 숨지고 말았다"며 안타까워했다.

김 소방장은 현재 예방안전과 소속으로 취약계층 등에 주택용 소방시설(소화기, 단독경보형 감지기 등)을 지원하는 업무 등을 맡고 있다.

그는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불을 끄러 처음 출동했을 때의 일이 아직도 생각난다"며 "화재 진압 도중에 한 상인이 주머니에 넣어준 귤이 나중에 보니 익어있었다. 시민들의 그런 격려나 응원 한 마디가 소방대원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