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평택 화양지구 공사현장 민원 관련 간담회를 놓고 '주민들의 불편사항을 직접 듣기 위해 간담회를 연 것은 긍정적'이란 평가와 함께 '보여주기식 간담회 같아 씁쓸하다'는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등 갈등이 지속될 전망이다.
10일 평택시 등에 따르면 평택 화양도시개발조합의 발주를 받은 DL건설은 2021년 10월부터 평택시 현덕면 일원(279만1천195㎡)에 단지 조성공사를, 아파트 건설업체들은 공동주택 공사를 각각 진행하고 있다. 도시개발조합은 수년 전부터 (시공사가 정해지면) "주민생활불편 및 환경 피해 없이 깨끗하게 단지조성 공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공사현장 주변 주민들은 공사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공사 차량의 마을 길 질주, 소음 및 비산먼지 발생에 따른 생활불편, 환경피해, 안전 등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민원을 잇따라 제기했다.
이 같은 지적에 조합과 시공사, 아파트건설업체들은 주민 불편을 해소한다며 조치계획을 내놓았지만 주민들의 생활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3월17일자 6면 보도=평택 화양지구 공사현장 고통에 市 소극적 대처… 주민 분통)
이에 시는 지난 4일 최원영 부시장 주재로 도시개발 및 환경담당 공무원, 조합 및 시공사 관계자, 아파트 건설업체 소장, 공사현장 주변 마을 이장 등과 함께 간담회를 개최했다.
평택시·조합·시공사·주민 등 참석
"환경 피해조사부터 해야" 목소리
주민, 정부 조사 호소… 해결 요원
간담회에 대해 뒤늦은 감은 있지만 평택시가 조합, 시공사, 각 건설업체, 주민 대표들의 의견을 듣고 문제를 해소하려고 한 점은 긍정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최 부시장은 이날 "조합과 시공사가 빠르게 제기된 주민들의 여러 민원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문한 뒤 "평택시 입장에선 화양지구 측, 인근 주민 모두 민원인임을 이해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간담회에서 '화양지구와 인근 주민들을 아울러 더 이상 갈등이 없게 하자'란 표현을 놓고 원인 제공자인 화양지구를 편드는 것 같아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이장들이 주민 생활불편에 대해 소리높여 설명하자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해달라"는 주문이 나오면서 회의 분위기가 싸늘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이장들은 "소리를 낮추라는 등 제지할 거면 도대체 우리는 왜 불렀냐"며 "보여주기 식 간담회를 위해 우리를 병풍 취급한 것 같다. 나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문제를 지적해도, 개선되지 않고 고통은 계속됐다. 시는 도대체 어디에 있었나.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라며 "간담회보다 공사현장 환경피해조사부터 해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일부 주민들은 이번 간담회와 상관없이 조합과 시공사·평택시에 생활불편 및 환경피해 해소를 요청하는 것이 부질없다고 판단, 정부 관련 기관의 직접 조사를 호소하기로 해 갈등 해결은 당분간 요원할 전망이다.
평택/김종호기자 kik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