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추연옥 전 경기중소기업회장 (10)
추연옥 前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중소기업회장이 지역 중소기업들의 발전과 현안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경기도 중소기업들의 흥망성쇠를 두 눈으로 목격했습니다. 그들과 시작과 끝을 함께 했다고 생각합니다."

4년여 간 경기도 중소기업들의 대표격이었던 추연옥 전 중소기업중앙회 경기중소기업회장이 지난달 직을 내려놓으면서 자신의 활동을 평가한 말이다.

추 전 회장이 경기중소기업회장으로 취임한 이듬해인 지난 2020년 1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하면서 도내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악몽은 시작됐다. 전 세계에 들이닥친 전염병 쇼크로 정부는 방역조치를 강화했고,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기업에 대한 투자도 자연스럽게 급감해, 각 기업들의 현금 유동성은 점점 악화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경제 위기로 도내 중소기업들 상당수가 대출을 갚지 못해 줄도산 위기에 놓였다.

추 전 회장은 "중소기업 대부분이 빚더미에 앉았고 위기를 타개하지 못한 기업들이 결국 줄줄이 폐업했다. 정부나 지자체의 중소기업 지원에는 한계가 있어 그들이 쌓아올린 탑이 무너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대규모 분류' 안산공산품유통상가 첫 전통시장 인정
코로나에 유관기관 소통 제약… 숙제 남겨 '아쉬움'
사우디 귀국 '쇼핑백 제작'… 주부 필수품 자리매김
임기 마쳐도 39개 도내 조합 현안 문제 해결 계속 노력


■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달리고 두드렸다


중소기업이 가장 많은 경기도, 그 중에서도 대표 기업인이었던 그는 기업인들이 평생 쌓아올린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을 보고 참담함을 느꼈다. 그 스스로도 한 기업의 대표인 추 전 회장은 기업들의 어려움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순히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발로 뛰었다. 현장에서 보니 기업마다 제각각의 특성과 고충을 안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사례를 기업 조합별로 정리했고, 정부·지자체의 문을 쉼 없이 두드렸다.

노력은 머지않아 결실을 맺었다. 그동안 대규모 점포로 분류돼 중소기업 정책 대상에서 제외됐던 안산공산품유통상가가 경기도 최초로 전통시장으로 인정받았다. 2020년 7월 15일에는 '경기도 중소기업협동조합 육성 조례'가 시행됐다.

이는 시흥, 안산, 부천, 성남, 군포, 수원 등 10개 기초단체의 중소기업협동조합 육성 조례 제정의 바탕이 됐다. 중소기업중앙회 지역본부 최초로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을 초청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지역 중소기업들이 참여하는 신년인사회를 개최해 지역 기업들의 어려움을 대내외에 알린 점도 성과다.

굵직한 성과를 다수 냈지만, 여전히 충분치 않다고 느낀다. 보다 실질적인 지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자책이 더 크다는 게 추 전 회장의 고백. 중소유통상가가 전통시장으로 인정받는 쾌거를 이뤘지만 정작 기초단체의 실질적인 지원이 뒤따르지 않았고, 중소기업협동조합 육성 조례를 제정했지만 이를 토대로 한 실효성 있는 지원이 없다는 게 아쉽다고 했다.

추 전 회장은 "정말 열심히 발로 뛰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각종 제약 때문에 지역 회원 조합은 물론 중소기업 유관기관 등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다"며 "뼈대는 만들었지만 살을 붙이지 못했다. 숙제만 남기고 떠나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인터뷰...공감 추연옥 전 경기중소기업회장 (4)

■ '쇼핑백 신화' 이룬 기업인 추연옥


1952년 인천 을왕리에서 태어난 추 전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운동신경이 남달랐다. 축구와 배구 등 구기종목은 물론이고, 씨름, 레슬링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잘했다. 학교 운동회에 나서면 종목별 1등을 석권해 집에는 늘 상으로 받은 선물이 가득했다. 초등학교 내내 공책을 사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추 전 회장의 운동 신경은 성인이 돼 직장생활을 할 때도, 한 기업의 대표로서도, 내로라하는 기업인들의 선두에 섰을 때도 빛을 발했다. 민첩했고, 행동이 빨랐다.

이런 운동 신경이 바탕이 된 중동에서의 근무 경험은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동아건설에 재직 중이던 1978년 사우디아라비아에 파견 근무를 가게 된 그는 중동에 진출한 기업들 사이에서 열리는 설날과 추석 씨름대회에서 연달아 우승을 거머쥐었다.

추 전 회장의 활약으로 동아건설은 현지에서도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는 "업무에서도 성과가 좋았었지만, 운동으로 분위기를 그렇게 만들 줄은 몰랐다. 일단 부딪혀봐서 해낸 일이었다. 이때부터 '몸으로 부딪혀 안 되는 것은 없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고 밝혔다.

3년여 기간 해외 파견 근무를 마친 추 전 회장은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비닐 제작 사업을 하는 매형의 회사인 영광산업을 물려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그때까진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던 쇼핑백 제작을 추진했다. 그의 예상대로 쇼핑백은 장을 보는 주부들 사이에서 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만년 적자를 기록하던 회사 역시 1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는 쾌거를 올렸다.

추 전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농·어촌에 필요한 사료 포대, 퇴비 포대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식당에서 사용하는 물수건 비닐도 그의 손을 거쳤다. 그야말로 일상에 필요한 모든 비닐은 거의 다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토대로 그의 회사는 2020년 기준 매출액이 300억원에 육박하는 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추 전 회장은 "중동에서의 경험, 깨달음이 없었다면 사업에 뛰어들지 않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계속 살았을 것"이라며 "어렸을 때부터 운동으로 인정을 받았다. 제가 운동이 좋았던 건, 운동이야말로 노력의 결과를 거짓 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꾸준함과 성실함이 직장 생활을 할 때도, 사업을 할 때도 고스란히 나타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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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 추연옥이 거둔 성과는 그가 인천경기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사장으로 8년간 일할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됐다. 이어 2019년 제8대 경기중소기업회장으로 취임했다. 한 차례 연임을 통해 지난 2월 28일까지 임기를 마쳤다.

추 전 회장은 경기중소기업회장 임기는 마쳤어도, 도내 중소기업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다방면으로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추 전 회장은 "임기 4년 동안 무슨 일이든 '최초'라는 타이틀을 만들었다.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을 해야만 했고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만 했다. 임기 대부분 코로나19가 계속돼 39개 조합의 현안 문제를 다 해결하지 못했다. 아쉽지만, 이후에도 중소기업 현안 해결을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추연옥 전 회장은?

▲1971년 재능고등학교 졸업
▲1981년 ~ 영광산업 대표
▲1997년 인천경기프라스틱협동조합 이사
▲2001년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 대의원
▲2005년 주안부평국가산업공단협의회 운영위원
▲2006년 인천상공회의소 남구경영자문협의회 운영위원
▲2008년 재능고등학교 총동문회장
▲2010년 남구 학산문화원 이사
▲2019 ~ 2021년 제8대 경기중소기업회장
▲2021 ~ 2023년 3월 제9대 경기중소기업회장
▲2016~2024년 인천경기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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