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사랑하는 그 사람은, 죽는 순간 혼자가 아니었다."
경기아트센터와 경기도극단이 주최한 제2회 '2023년 창작희곡 공모전'의 당선작 '죽음들'이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작품은 죽음에 대한 통찰을 입체화·서사화한 작가의식, 세련미와 디테일한 대사들이 갖는 섬세함, 삶과 죽음에 대한 통과의례를 색다른 상상력으로 펼친 점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는 선정 이유와 함께 '죽음에 대한 유쾌한 역설'이라는 평을 들었다.
세상의 빛을 본 서랍 속 작품 '죽음들'
디테일한 대사·색다른 상상력 인상적
황정은 작가에게 '죽음들'은 꽤 오래전에 구상했던 서랍 속 작품이었다. 10년 전쯤 어머니를 떠나보내며 처음으로 죽음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낀 황 작가가 '죽음은 멀리 있지 않았다'는 인지를 가지고 쓴 글이 빛을 본 것이다.
그는 "준비할 수 없는 죽음이 많은 시대여서 과연 이 이야기가 와 닿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죽음을 소재로 한 다른 작품들과 겹치지 않을까란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내가 느꼈던 죽음을 어떻게 잘 드러낼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죽음들'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의 안의 세계와 우리가 살고 있는 밖의 세계가 무대가 된다. 안의 세계에서는 '딸'과 '아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능력을 습득하며 탄생을 향한 죽음의 길을 떠나고, 밖의 세계에서는 지율의 엄마인 '혜자'가 죽음을 준비한다. 그간 거듭된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으로 이를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는 지율에게 어느 날 '죽음들'이 찾아온다.
작품 속 '죽음들'의 모습이 저승사자 같은지에 대한 질문에 황 작가는 "무서운 모습이기보단 친구 같다"며 "내가 믿는 신의 모습을 죽음이라는 형태에 넣었다"고 말했다.
황 작가는 '죽음'에 대해 마지막 삶을 다하는 순간 나와 함께 있었던 존재로, '나의 가장 친한 친구'라고 표현했다. 죽음이 내 옆에 있으니 죽는 순간 혼자가 아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것은 작가가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죽음은 마지막 순간 함께 있었던 존재
무겁지 않게 소재 풀어내 '유쾌한 역설'
현재 작품은 디테일을 쌓아가는 과정에 있다. 김정 경기도극단 상임 연출과의 작업이 처음이라는 황 작가는 "'안'과 '밖' 두 세계의 연결 지점과 공존하는 것들이 잘 드러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면서 "작품이 서로에게 공유가 잘 되고 있다고 느꼈다. 극 속 장면들이 잘 나타나려면 쌓아가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잘 되고 있구나'하고 믿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생각하지 못했던 장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발견할 때가 있는데, 제가 썼지만 다른 사람 눈으로 봤을 때 이렇게 표현될 수 있구나 한다. 어떤 장면들이 모든 사람에게 중요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밝혔다.
어쩌면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죽음과 마주하며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황 작가는 관객들에게 "죽음이라는 존재가 사회에서 친구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면 좋겠다"며 "죽음을 다루는 작품이지만 무겁지 않게 가져가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김정 연출과 경기도극단이 선보이는 '죽음들'은 5월 2일부터 7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