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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정부의 천원의 아침밥 정책 사업이 정치권에서 뜨겁다. 대학생이 1천원만 내면 학교식당에서 아침밥을 먹을 수 있게 정부와 학교가 지원하는 내용인데 고물가 시대와 맞물리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받는 정책이 됐다.

그러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할 만큼의 효용성이 있을지를 놓고는 시각이 엇갈렸다.

찬성론!
2017년부터 시행, 최근 고물가에 주목 받아
경제적 부담해소 도움, 학생들 필요성 입 모아
경기도의회서도 "청년·고3으로 대상 넓히자"
정부도 올해 지원식수 69만 → 150만 확대

회의론?
일부 학교는 "실제수요 적을 것" 의견
"아침 등교 힘들어" 1개소당 하루 평균 17명뿐
"출근만 앞당겨" 노동자 대상 더욱 부정적
전면 확대 비용 막대… 기업·학교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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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성론


=경기지역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합심해 천원의 아침밥 확대 추진에 나섰다. 2017년부터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시행해온 아침밥 사업은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가 최근 고물가 등 경제난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학교 현장에서 뒤늦은 호응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원의 아침밥이란 현 대학생에게 1천원만 내면 학교식당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사업으로 1식 기준 대학생 1천원, 정부 1천원, 나머지는 대학이 부담하는 구조다.

뒤늦은 호응의 이면에는 외식물가 급증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외식물가는 지난해 5월(7.4%)부터 7%를 웃도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만 해도 외식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7.4% 뛰었다.

세부적으로 피자(12.0%), 김밥(10.3%), 라면(10.3%), 햄버거(10.3%), 돈가스(10.0%) 등 가격이 크게 올랐고, 지난해 연간 외식 물가 상승률은 7.7%로 1992년 10.3% 이래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 그래프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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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상황 때문인지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한 대학생들은 경제적인 부담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 정치권 "정책 확대해야"


=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대학생 여론을 의식해 정치권에서는 여야 할 것 없이 천원의 아침밥을 확대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달 들어 경기도의회 국민의힘은 여러 차례 보도자료를 내며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도내 모든 대학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더 나아가 근로하는 청년과 고3 학생에게까지 사업대상을 적용하는 폭넓은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급기야 지난 17일에는 여야가 도내 참여 대학 수를 전면 확대하는 정책 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정부도 나섰다. 정부가 올해 지원 식수를 당초 69만명에서 150만명으로 확대해 추가 공모를 진행하면서다.

현재 경기지역에선 가톨릭대, 경희대(국제 캠퍼스), 신한대, 한국공학대, 한국폴리텍(화성), 화성의과학대 등 총 6곳이 참여 중인데, 이를 전체 70곳으로 전면 확대하자는 데 뜻을 모은 것이다. 전국의 경우 총 41곳의 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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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의 아침밥'사업을 시범 도입한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에서 재학생들이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경인일보DB

정책 확대 필요성에 대한 물음에 사업에 참여하는 학교 관계자 반응도 나쁘지 않다. 실제 필요로 하는 학생들 반응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3년째 사업에 참여 중이라는 도내 한 대학교 관계자는 "처음 아침밥 사업을 시작할 때는 식수인원이 한 학기에 6천600명분이었으나 지금은 수요가 꾸준히 늘어 1만1천명분을 넘겼고 이와 함께 제공 일수도 늘렸다"며 "특히 시험기간에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고 만족도도 높아 우리 학교는 앞으로도 계속 사업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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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의론

 

=다만 일부 학교의 경우 실제 수요가 많지 않을 수 있단 회의 섞인 시각도 있다.

2017년 시범사업 단계에서부터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 중인 상명대학교 학생들에게 아침밥을 먹을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인터뷰에 응한 다수의 대학생들은 "먹을 의향이 있다"고 답하면서도 "다만 실제로 이행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3학년생 서유진(22)씨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잘 알고 있고 이용하는 학생을 본 적도 있지만 막상 이용하려면 아침에 (학교에)가는 게 너무 힘들어서 안 가게 된다"고 말했다. 2학년생 맹성준(22)씨는 "맘 같아서는 주 2~3회 정도 학교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싶으나 먹을 시간이 많이 부족해 못 먹는 편"이라고 했다.

천원의 아침밥을 도입한 경기지역 6개 대학에서 최근까지 제공된 식수 인원은 하루 평균 98명(4월 12일자 1면 보도)으로 나타났다. 올해 참여 대학 1개소당 해당 정책으로 하루 평균 제공된 아침식수 인원은 17명인 셈이다.

이를 청년 노동자에 적용한다면 사업참여를 기대하기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출근시간만 앞당기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게 다수 직장인들의 공통 의견이다.

광명에서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소프트웨어)에 다니는 이단비(34)씨는 "(직장에서 아침밥을 제공하면) 출근시간이 더 앞당겨질 것 같다"며 "점심도 아니고 아침밥에 왜 (정치권이)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직장인이고 성인이면 아침식사 정도는 알아서 해결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수원에서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전원희(29)씨도 "최근 물가가 많이 상승해 직장인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필요한 정책인 것 같다"면서도 "아침밥을 먹기 위해 일찍 출근하기는 망설여진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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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모든 대학으로 전면 확대할 경우 막대한 공적비용이 지속 투입돼야 한다는 점도 신중론을 가중시킨다. 이뿐 아니라 아침밥을 추가 제공하기 위해 학교나 기업 등지에서 필요 인력을 갑자기 늘렸다가 정책이 중단될 경우 노사갈등이 야기될 수 있는 등 사회적 비용 역시 고려해야 할 점이다.

박은하 용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상을 학생으로만 한정할 경우 학교 차원에서는 사업을 지속하는데 필요한 재원이 충분히 안 걷혀 비용 부담이 커지고 사회적 차원에서는 대학생과 비대학생간 편가르기가 일어날 수 있다"며 "학교식당을 지역사회 모두에게 개방하면 대학생, 청년노동자, 노인 등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대학교도 지역사회에 공헌하며 또 이용자가 많아지니 비용부담 절감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명종원기자 light@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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