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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 비장애 사이에 그어진 선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는 다정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소다미술관 기획전시 'PALETTE: 우리가 사는 세상 2023'은 팔레트 위에 놓인 여러 가지 색들이 하나로 섞여 그려진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과 같은 전시로 장애 예술가와 비장애 예술가 10명이 함께했다.

'나'가 아닌 '우리'를 향한 수많은 다름이 모여, 서로를 존중하고 포용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이번 전시는 다양한 장르와 표현 방식을 오가며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장애·비장애 예술가 10인 참여… 존중·포용하는 공동체 염원 담아
작가 개개인의 이야기 알고 난뒤 작품 감상땐 한층 더 깊게 다가와
이겨레·홍세진·이지양 등 전시… 실사영화·애니메이션 함께 만나


팔레트 우리가 사는 세상
소다미술관 'PALETTE: 우리가 사는 세상 2023' 전시 모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전시를 하나로 묶어주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은 특히 작가 개개인의 장애나 이야기를 알고 난 뒤 감상했을 때 그 안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 예술 세계가 한층 더 깊고 넓게 다가왔다. 선천적으로 심한 근시와 난시를 겪고 있는 이겨레 작가는 아주 가까이에서 예민한 감각들을 동원해야 사람이나 사물을 인식할 수 있다.

우리가 보는 것처럼 또렷하고 명확해 보이는 세상에 있지 않은 작가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관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현실에 좌절하거나 그것을 뛰어넘으려 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이 보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 그것이 작가가 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이다. 전시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작가의 작품 가운데 '몇 명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는 어두운색으로 칠해진 땅과 같은 캔버스에 사람이 그려진 작은 조각의 그림들이 올려져 있다.

크기가 다른 두 캔버스는 한정된 땅의 한계이면서 가능성이기도 하다. 그 위에서 나이와 성별이 다양한 사람들이 한 방향을 보며 함께 걷고 있는 모습을 들여다보면,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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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미술관 'PALETTE: 우리가 사는 세상 2023' 전시 모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홍세진 작가는 보청기와 인공와우로 세상의 소리를 듣는다. 인공 장치를 통해 듣는 소리는 지극히 평범하기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작품은 어딘가 차갑기도, 날카로워 보이기도 하며 그 속에 담긴 요소들은 하나하나 쪼개져 있는 듯 모여있다. '도형 풍경', '파도 거품' 등 감각의 조각들을 표현해놓은 듯한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작가가 듣는 세상의 소리가 평범한 이들이 알 수 없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팔레트 우리가 사는 세상
소다미술관 'PALETTE: 우리가 사는 세상 2023' 전시 모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이지양 작가의 '접혀진 형상'은 몸을 구부리거나 접힌 모습을 통해 '온전하지 못한' 또는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떤 각도와 위치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 보이는 신체의 모습으로 우리 마음속에 있을 편견과 사회가 말하는 정상이라는 것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답하게 한다.

이 밖에도 전시장에서는 실사 영화 2편과 애니메이션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장애에 대한 관심, 서로에게 손을 내미는 하나의 사회, 허물어진 경계를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