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와 가천문화재단 주최로 지난 22일 인천대공원 문화마당 일대에서 열린 '제21회 푸른인천글쓰기대회'는 온 가족이 오랜만에 자연을 만끽한 축제였다. 이 대회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 영향으로 공모전 형식으로 진행되다가 4년 만에 대면 행사로 치러졌다.
올해 대회는 황사로 인해 미세먼지가 많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맑고 파란 하늘과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진행됐다. 인천대공원 문화마당 일대는 자연과 일상의 소중함을 원고지에 담는 학생·학부모들로 가득 찼다.
파란하늘·따사로운 햇볕에 모인 가족들
편하게 글쓰고 담소 나누며 행사도 즐겨
시민들은 직접 챙겨온 간식 등을 먹으며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아빠와 함께 미니 배드민턴을 치는 형제, 할아버지와 캐치볼을 즐기는 손자, 엄마가 만들어주는 비눗방울을 터뜨리는 자녀 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문화마당 인근 분수대 앞에서 두 아이의 사진을 찍어주던 김주현(41·남동구)씨는 "집에서 닭강정과 김밥 등 나들이를 준비할 때부터 아이들이 즐거워했다"며 "아이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며 맘껏 뛰어노는 시간이 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기분 전환을 하려고 인천대공원을 찾았다가 직접 펜을 든 학부모도 있었다. 이수진(45·연수구)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 아이를 데리고 행사장을 찾았다가 날씨가 좋아 글쓰기에 도전했다. 이씨는 "마침 주제가 '봄꽃'이나 '공원' 등 지금 눈앞에 보이는 광경이라 용기를 내서 글을 썼다"며 "가족과 함께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며 글을 쓴다는 자체가 뜻깊고, 앞으로도 이런 자리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속출하면서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대회장에선 환경 지키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딸 세율(10)양과 함께 대회에 참가한 이건(42·부평구)씨는 "올해는 벚꽃·개나리·철쭉 등 봄꽃이 한꺼번에 다 폈는데, 이전에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일"이라며 "오늘이 마침 '지구의 날'인데, 10년 뒤 우리 아이가 어른이 됐을 때 환경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지금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고민을 글에 담았다"고 했다.
조연우(인천성리초3)군과 곽준우(인천해든초3)군 가족 8명은 이번 대회를 계기로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코로나19 기간 중 제대로 만나지 못하다 모처럼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다. 두 가족 4명의 초등학생은 하나의 돗자리에 누워 원고지를 채웠고, 부모들도 부담 없이 담소를 나눴다.
문다해(인천정각초3)양은 오빠가 6년 전 참여했던 대회에 도전하고 싶어 엄마와 함께 대회장을 찾았다. 어머니 차보연(40·남동구)씨는 "평소에 글쓰기를 좋아하는 둘째 아이도 대회에 참가하면 좋은 동기 부여가 될 것 같아 나들이 겸 왔다"며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야외 활동을 못 했던 아이가 오늘 지하철도 타보는 등 들떠 있었다"고 흐뭇해 했다.
부모님과 행복한 일상을 보내는 와중에 소외된 아이들을 생각하는 학생도 있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마련한 부대 행사 '그림봉투 화분 씨앗 키우기'를 체험한 박서영(인천용마초4)양은 씨앗 봉투에 작은 꽃과 화분을 그렸다. 박양은 "그림을 그리기 전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사진을 봤는데, 그 친구들을 생각하며 그린 꽃"이라며 "언젠가 이 친구들도 우리와 같은 일상을 보내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취재팀
■취재팀 = 정운 차장, 김희연·백효은 기자, 사진부 조재현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