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클래식의 거장, 위대한 예술가. 오늘날 음악가 '베토벤'을 표현하는 수식어 뒤에 자리한 그의 삶과 사랑을 조명한 작품 '베토벤:Beethoven Secret'이 시즌2로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랐다.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와 극작가 미하엘 쿤체, 작곡가 실베스터 르베이가 7년간 준비한 것으로 알려진 이 작품은 창작 초연에서 강한 호불호가 갈렸는데, 예술의전당 공연이 끝난 뒤 곧바로 시즌2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가사와 대사를 추가하거나 재구성하고 주요 배역의 솔로곡이 추가되는 등 넘버에도 새로운 변화를 줬다. 일부 장면도 삭제되고 무대와 안무의 변경도 있었다. 완성도 높인 무대로 관객을 만나겠다는 의지를 비친 만큼 공연은 순항 중이다.
초연당시 호불호 갈려… 곧바로 '재정비'
솔로곡 추가·안무 변경 등 완성도 높여
작품은 베토벤의 유품에서 발견된 불멸의 연인에게 쓴 편지가 모티브가 됐다. 괴팍한 성격, 부스스한 머리, 어딘가 허름해 보이는 겉모습. 베토벤은 그의 음악적 재능과 달리 콤플렉스로 점철된 어린 시절을 보내며 사람들 틈에 평범하게 섞이길 거부했다.
사랑은 불필요한 감정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온전히 자신의 편을 들어준 안토니(토니) 브렌타노가 나타나고, 그녀는 베토벤에게 새로운 빛이 되어준다.
두 사람은 호감으로 친구와 같은 사이가 되었고, 어느덧 서로를 이해하며 의지하는 사이로 발전했다. 두 사람이 함께 언덕을 오르는 장면은 특히나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는데, 천둥·번개가 치는 날씨에 쏟아지는 비가 자신에게 영감을 준다고 말하는 베토벤과 그런 그가 품고 있는 내면의 아픔을 느끼게 된 토니가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마치 닥쳐올 시련과도 같은 비바람이 부는 언덕에서 두 사람이 서로의 감정을 알아 차리게 되는 장면은 베토벤이 자신을 둘러싼 고독이란 경계를 점차 허물게 된 계기가 됐다.
아버지로부터 받은 강압적인 훈련에서 시작해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모든 과거, 그리고 음악가에게 중요한 청력을 잃는다는 엄청난 상실감을 전해준 현실, 이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토니와의 사랑은 그의 음악 세계를 한없이 확장 시켰다.
극은 가정이 있는 토니와 베토벤의 사랑이 단순한 '불륜'으로 보이지 않도록 공을 들인 흔적을 보였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토니가 가지고 있는 공허함과 되찾고 싶은 자아는 물론, 두 사람이 함께하기로 마음먹는 과정과 이어질 수 없는 현실에 부딪히고 괴로워하며 서로를 떠나보내는 모습들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보여졌다.
멜로 서사, 음악적 성과와 연결 아쉬움
빛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 '커튼콜 강렬'
다만 사랑에 맞춰진 서사가 베토벤이 탄생시킨 숱한 명곡과 음악적 성과로 좀 더 매끄럽게 이어질 수 있었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남았다.
'영웅', '운명', '월광' 등 베토벤의 음악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넘버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이 극의 최대 강점이다. 리프라이즈가 반복적으로 나타나지만 생각보다 거부감은 적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무대와 화려한 배경·조명은 몰입감을 더욱 높이고, 베토벤 주위를 맴돌며 그에게 음악가로서 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음악의 혼령들은 온몸으로 음악을 아름답게 표현해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삶과 음악이 한 데 뒤섞인 진정한 베토벤의 모습을 커튼콜에서 만났다. 포디엄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빛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은 그의 인생을 한 장면으로 녹여낸 듯 깊고 강렬했다. 공연은 세종문화회관에서 5월 15일까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