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에서 특산품이라고 하면 '박대'나 '흰찰쌀보리'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군산의 대표 특산품을 논할 때 빼면 섭섭할 단어가 있다. 바로 군산 '홍어(참홍어)'이다.
홍어하면 전남 흑산도를 당연히 떠올리겠지만 그 아성에 군산 홍어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군산 홍어는 포획 방식의 차별화를 통해 맛과 신선도에서 다른 홍어를 능가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가격 또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특히 군산이 전국 최대 홍어 생산지로 급부상하면서, 군산을 넘어 전북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군산이 홍어의 변방이라는 말은 이젠 옛말이 됐다. 홍어가 군산의 효자 어종으로 떠오르면서 새로운 홍어시대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전국 최대 생산지… 흑산도 아성 도전
미끼 활용하는 방식, 활어 상태로 포획
상처 없이 깨끗하고 신선도 유지 장점
내장·꼬리·껍질·뼈 버리는 부위 없고
막걸리와 함께 먹는 삼합은 풍미 폭발
담 삭이는 효능·성인병 예방에도 도움
■ 군산, 최대 주산지 우뚝… "효자가 따로 없네"
홍어가 군산 대표 수산물로 떠오르고 있다. 수년 전부터 군산 해역에서 대량으로 잡히기 시작하더니 이젠 전국 최대 생산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군산시와 군산시수협 등에 따르면 지난 2017년 4t에 불과했던 어획량은 2018년 36t, 2019년 224t, 2020년 637t, 2021년 1천417t, 지난해 1천108t을 기록했다.
군산홍어 점유율은 지난 2017년 2%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45%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남 신안보다 3.4배 많은 수치다. 이 기간에 위판금액도 3천700만원에서 약 80억원으로 껑충 뛰는 등 지역의 새로운 효자 어종으로 등극하고 있는 셈이다.
무엇보다 군산에 단 한척도 없었던 홍어잡이 근해연승배가 올해 10척 이상 등록돼 조업 중이다. 흑산도 홍어의 포획 방식은 과밀낚시(일명 걸낚시)지만, 군산은 미끼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미끼를 활용하면 활어상태에서 포획이 가능하고, 홍어에 상처가 없어 깨끗하고 신선도가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는 게 군산 근해연승협회 측의 설명이다.
임세종 군산 근해연승협회장은 "포획 때 미끼를 사용하면 100% 살아있는 상태에서 배로 올라오고, 상처 없이 깨끗하고 신선해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다"면서 "경매할 때 군산연승협회 마크를 표기하는데 군산 (참)홍어가 타지역 홍어보다 맛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어는 비싸다는 인식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군산시 수협위판장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 식탁에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 "네가 왜 거기서 나와"… 군산서 홍어 왜?
군산 홍어는 가오리와 비슷한 마름모꼴로 가오리보다 더 둥글고 수온에 따라 서해안 일대를 이동하는 어종이다. 수명은 5~6년이며 가을과 이른 봄 사이에 산란한다. 알은 해조류에 붙어 3~8개월 후 부화하고 가을 서해 북부 각 연안에서 남쪽으로 이동 후 제주도 서쪽~남쪽 해역에 걸쳐 겨울을 난다. 봄이 되면 북쪽으로 이동해 얕은 바다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포획시기는 1~5월, 7월 15일~9월 말까지 이뤄진다. 그 동안 홍어는 흑산도, 충남 태안, 인천 대청도 등에서 주로 어획됐다. 그러나 기후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군산 어청도 인근 서해 중부를 중심으로 오징어·고등어는 물론 난류성 어종인 홍어 어장이 형성된 것으로 전문가는 추정하고 있다.
여기에 군산이 국내 홍어 총허용어획량(TAC)의 대상구역에 제외된 점도 어획량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홍어는 수산자원 보호를 위해 정부가 포획량을 제한하는 제도인 TAC 대상에 포함돼 있다. 현재 적용 수역은 흑산도 근해와 인천 옹진군 대청도 근해 등 2곳으로 군산은 아직 TAC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금어기(6월 1일~7월 15일)를 제외하면 홍어잡이가 다른 지역에 비해 수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시수협 관계자는 "수산생물은 해수 온도에 예민한데, 기후변화에 따른 바다 환경변화로 서해의 어류 분포에 변화가 발생해 홍어가 많이 잡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별미
'홍어 없는 잔치는 잔치도 아니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홍어는 고급 음식 중 하나로 불린다. 홍어는 생김새와 맛, 먹는 방법이 일반적인 물고기와 다르고 생식 방법 또한 특이해 예로부터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홍어는 신선한 회로 먹어도 쫄깃하고 삭혀 먹으면 더욱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어종이다. 특히 버리는 부위가 없다. 내장부터 꼬리와 껍질, 뼈까지 다 먹을 수 있다.
알싸한 맛과 독특한 향 때문에 사람들의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한 번 맛보기 시작하면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되는 별미이다.
묵은지와 돼지고기를 함께 싸 먹는 삼합부터 무침·전·찜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으며 국물이 얼큰한 홍어탕도 즐겨 해먹는 음식이다. 홍어 애도 소금 참기름에 찍어 먹고, 홍어 껍질도 조물조물 무쳐서 먹기도 한다.
삼합의 경우 막걸리와 함께 먹으면 더욱 풍미를 돋운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홍탁삼합'이 바로 이런 이유로 붙은 이름이다. 한편 해양수산부가 완연한 봄인 4월을 맞아 이달의 수산물로 낙지와 함께 홍어를 선정하기도 했다.
■ 참홍어 안 먹으면 손해 '영양도 만점'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배에 복결병이 있는 사람은 홍어국을 끓여 먹으면 낫고, 숙취를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또한 홍어는 가래를 제거하는 데도 탁월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실제 예전 소리꾼들이 가래를 없애기 위해 홍어를 즐겨 먹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방에서는 홍어가 육질이 차지고 부드러우며 담을 삭이는 효능이 뛰어나 소화기능개선에 효과가 좋다고 말하고 있으며, 현대과학에서도 홍어의 효능은 여러 차례 증명되기도 했다.
홍어는 황산콘드로이친·칼슘이 풍부해 관절 기능 개선 및 관절염,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또한 베타인 성분이 풍부해 독소와 노폐물 배출을 도와줄 뿐 아니라 과음으로 인해 손상된 간의 피로회복을 돕고, 숙취해소에도 탁월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3 지방산(Omega-3 fatty acid) 성분들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고지혈증 등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이와함께 콜라겐 성분들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어 피부의 노화를 방지하고 탄력적인 피부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밖에 홍어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몸의 면역력을 강화시켜 주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주며, 지방 함유량이 0.5% 정도에 불과해 최고의 다이어트 식품으로 손꼽히기도 한다.
/전북일보=이환규기자, /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