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배기수 명예교수는 지역에서 소문난 '셀럽'이다. 개인의 스타성보다 '의료 활동가'로서의 활발한 활동으로 지역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무의촌 의사에서부터 사회복지시설 의료고문, 아동학대예방을 위한 활동가, 경기도의료원 의료원장 등 사회적 역할이 필요하다면 자신의 이익보다 먼저 투신한 의사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소아청소년과의 위기에서부터 국제사회에서의 책임, 그리고 그가 바라보고 있는 희망에 대해 설명했다.
'이기적 집단' 간주 시선 속 필수의료과 기피 고착화
극빈층 위한 '시스터메리 치과클리닉' 필리핀 설립
ADHD·난독증·자폐 장애 복합 서비스 '에듀힐 사업'
국내 IT 기술 접목 '해외 의료인 훈련병원' 건립 구상
■ 소아청소년과 위기를 말하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개원 의사 단체가 저출산 흐름과 고착화된 낮은 의료수가, 코로나19로 인한 진료량 급감 등을 이유로 병원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폐과'를 선언했다. 정부는 긴급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관련 대책에 나섰지만, 당장 뚜렷한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말까지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제61대 회장으로 활동한 배기수 교수는 이 같은 문제가 '사회병리현상 교정 시스템'의 부재에 원인을 두고 있다고 봤다.
배 교수는 먼저 "전 국민 의료보험을 하면서 의료 수가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어렵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과정을 밟더라도 미용관련 업계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급여를 받을 수밖에 없어 중도에 뜻을 접는 후배들이 많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배 교수는 후진 양성을 위해 노력을 쏟은 만큼 현실의 벽에 부딪힌 후배들을 많이 봤던 것도 그 자신이다. 그 때마다 후배들을 원망하기 보다는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그는 소아청소년과 전공기피현상의 급증 원인으로 저출산 뿐만 아니라 2017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집단사망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짊어져야 할 무게가 커졌고, 그런 리스크를 안고도 최저임금으로 밤샘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찾았다. 또 감기 등 급성 감염병 진료에 의존하던 소아청소년과 의료의 구조적 한계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배 교수는 "이같이 소아청소년과 의료시스템이 붕괴되는 데에는 의사집단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한 몫하고 있다"며 "돈만 아는 이기적인 집단이라는 차가운 시선 속에 소아청소년과뿐 아니라 필수의료과를 기피하는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소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나올까 두렵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결국 "의사와 사회구성원 모두가 뜻을 모아 필수의료과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대한민국 공적 책임을 말하다
배기수 교수는 평생을 의사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다. 그러면서 스스로 무의촌에서 근무를 자처하고 지방의 소외된 복지시설에 직접 몸을 담는 등 '활동가'의 삶을 살아왔다.
배 교수는 "처음 무의촌 의사로 활동하면서 만난 인연들을 따라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회활동에 많은 참여를 하게 됐다"며 "30년여간 거제도 애광원 의료고문으로 활동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면 '나중에 돕자가 아니라 지금 당장 도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활동은 국내에 국한하지 않는다. 최근 필리핀 실랑에 건립된 시스터메리 치과클리닉이 그의 작품 중 하나다. 알로이시오 봉사단 단원으로서 필리핀 마리아수녀회 기숙학교에 재학중인 극빈층 학생에게 진로지원과 건강지원을 해오던 것이 또다른 형태로 성과를 낸 것이다.
배 교수는 "필리핀 출장 겸 의료봉사 때 함께한 한 치과의사가 새벽까지 진료를 하는 모습을 보고, 그 혼자서 짊어지게 할 것이 아니라 뜻이 있는 동료들과 함께 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사회적 책임은 어려운 시기 우리를 도운 이들에 대한 보답이자, 함께 잘사는 것이다.
배 교수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제사회에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하면서 살고 있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혼란과 폐허 속에서 우방국의 희생과 지원으로 현재의 풍요를 누리고 있는 우리는, 우리를 살리기 위해 머나먼 타국 땅에서 목숨을 바친 젊은이들의 존재를 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필리핀은 "파병과 차관 지원 등으로 우리를 도왔던 국가인데,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더욱 열심히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 희망을 말하다
배기수 교수에게 정년은 퇴직이 아닌, 더 넓은 활동을 위한 통과의례였을까. 그는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국내에서는 서울시-서울시교육청 등과 함께 '에듀힐(가칭)' 사업을 구상하고 있고, 해외에는 국내 IT기술을 접목한 의료인 훈련병원 건립까지 먼 곳을 내다보며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에듀힐 사업은 여전히 의료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들의 교육과 의료를 함께 책임지는 것으로, 학생이 없어 폐교되는 학교를 활용해 장애인들에게 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ADHD나 난독증, 자폐증과 같이 일정수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을 다루면서 더 많은 장애학생들이 사회를 구성하는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우선 서울 꿈나무마을 내 도티 병원을 활용해 학습증진을 돕는 시설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지자체와 교육청, 의사들이 함께 뜻을 모아야 하는 만큼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며 자신의 바쁜 일상을 설명했다.
아울러 필리핀 훈련병원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배 교수는 "필리핀 실랑에 문을 연 치과병원은 훈련병원으로 가는 과정"이라며 "국내의 앞선 IT기술을 활용해 한국의 우수 의료진들이 필리핀 현지 의사들의 교육을 지원한다면 필리핀은 보다 빠르게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배 교수는 "세상에 소외된 이들이 많이 있는 만큼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있다"면서 "뜻을 함께할 많은 분들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글/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사진/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배기수 명예교수는?
▲1992~현재 사회복지법인 거제도 애광원 의료고문
▲2001~2020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자문위원
▲2004~현재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 이사
▲2004~현재 경기도 아동학대사례판정위원회 위원장
▲2011~2015 경기도의료원 의료원장
▲2021~2022 제61대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
▲2011~현재 필리핀 마리아수녀회 기숙학교 학생 및 인근 주민 진료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