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구단들이 선수협의회를 결성한 대표자들에게 철퇴를 내려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한화와 LG, 두산, 롯데, 해태, SK는 선수협 회장 송진우(한화)를 비롯해 부회장 양준혁(LG)과 마해영(롯데), 심정수(두산), 박충식(해태), 최태원(SK)을 20일 각각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했다.
자유계약선수는 선수가 10시즌동안 활동한 뒤 이적 자격을 취득하는 프리에이전트(FA)와는 다른 개념으로 사실상 방출을 의미한다.
소속 구단에서 아무 조건없이 방출되면 해당 선수는 타 구단과 자유롭게 입단계약할 수 있지만 국내프로야구 8개구단은 선수협 소속 선수를 받지 않기로 담합했을 가능성이 커 사실상 선수생명이 끊기게 됐다.
지난 18일과 19일 거푸 비밀회동을 가졌던 프로구단 사장들은 송진우 등이 8개구단 주장모임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선수협을 결성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을 비난하고 선수들간의 반목을 조장했다고 주장했다.
6개 구단은 KBO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선수협이 프로야구의 품위를 실추시키고 발전을 저해했기 때문에 해당 선수에 대한 보류권을 포기하고 자유계약으로 풀었다고 밝혔다.
구단 사장들이 국내프로야구 사상 유례없는 '주동자 방출'이라는 초강수를 결행한 것은 선수협의회의 사단법인화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수협은 지난 18일 열린 총회에 23명만이 참석했으나 향후 서명운동을 통해 회원을 확대한 뒤 빠른 시일내에 사단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의했었다.
사장들은 선수협이 사단법인으로 발전할 경우 구단 운영에 상당한 애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해 방출이라는 철퇴를 가한 것으로 관측된다.
사장들은 또 선수협 파문이 가라앉지 않을 경우 내년 시즌을 앞두고 직장폐쇄를 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사장들의 초강경 대응은 해당 선수는 물론 야구 팬들의 엄청난 반발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선수협의 자문을 맡고 있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김도형 변호사는 '선수협과 논의를 거쳐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정부의 중재로 겨우 무마되는 듯 했던 프로야구 선수들의 권리찾기 운동은 이제 야구계를 떠나 법정소송으로 비화될 전망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