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모색 2023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 전시관 전경.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40년의 역사를 가진 국립현대미술관의 신인작가 발굴 프로그램인 '젊은 모색'이 새로운 기획을 선보인다.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은 경계가 불분명해 보일 수 있는 '젊음'과 '모색' 두 가지를 균형 있게 다루기 위해 기존의 미술제도가 가지고 있는 사고를 안팎으로 확장하고 새로운 해석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에 중점을 두며 신선한 흐름을 만들어 냈다.

전시에 참여한 13명(팀)의 작가는 건축과 가구·그래픽 디자인 등 장르와 매체를 다양화하며 미술관의 모습과 역할에 대해 모색했다. 그래서인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을 주제로 미술관 공간을 사유하고 탐색하며 만들어 낸 작가들의 작품은 '어렵다'는 생각보다 '새롭고, 흥미롭다'는 느낌을 전했다.

'공간' '전시' '경험' 세가지로 구성
미술관을 구성하는 건축 형식 소개
사고를 넓혀주는 다양한 표현 방법
굴러가는 구슬 통해 작업과정 안내


젊은 모색 2023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 전시관 전경.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이번 전시는 '공간', '전시', '경험' 세 개의 주석으로 이뤄져 있다. 공간에 대한 주석에서는 미술관을 구성하는 다양한 건축적 형식들을 볼 수 있는데, 1986년에 개관한 이후 수많은 전시가 이뤄졌던 전시공간에 여전히 남아있는 뼈대를 모티브로 한 김경태 작가의 '일련의 기둥', 김현종 작가의 '범위의 확장'은 미술관을 받치고 있는 기둥의 또 다른 풍경을 제시하거나, 다양한 물성과 형태·기능을 부여해 기둥을 새롭게 인식하도록 유도했다.

그래픽 디자이너인 오혜진 작가의 '미술관 읽기'는 그동안 과천관에서 했던 전시의 포스터와 리플릿, 티켓 디자인을 해체해 하나의 그래픽으로 시각화했다. 또 관람객이 미술관에 오기까지의 여정을 사운드와 영상 그래픽으로 만들어 하나의 심벌처럼 만들어 놓은 작품은 전시를 바라보던 고정된 사고가 한층 넓어지는 듯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경험에 대한 주석에서는 고정되지 않은 미술관의 이미지를 멀리 보길 권하고 있다. 건축가 박희찬 작가의 '리추얼 머신'은 떠올린 아이디어를 장난감이나 머신으로 구체화하는 작가의 작업과정과 연결된다.

마블머신의 원리를 활용해 나선램프, 로툰다, 원형 정원 등 과천관의 주요 건축을 기하학적 형태로 표현한 이 작품은 작은 구슬이 한 명의 관람객이 되어 움직인다. 약 3분간 장치를 따라 굴러가는 구슬을 보며 전시장에서의 시간 흐름과 경험,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와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와의 관계들을 살펴보게 한다.

젊은 모색 2023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열리고 있는 '젊은 모색 2023: 미술관을 위한 주석' 전시관 전경.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전시의 마지막에 만나는 뭎(Mu:p)의 작품 '내사랑, 난 당신이 죽은 줄 알았어, 당신은 그저 다른 삶으로 넘어간 거였는데'는 과천관 중앙홀에서 보이는 Y자형 계단을 주목했다. 이 계단은 위와 아래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사실상 관람객들이 많이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됐다.

작품은 천왕문을 통과해 마치 레드카펫 같은 용광로 바닥을 지나 계단 위에 있는 제단에 이르기까지 하나로 연결해 놓았다. 신성한 어떤 곳으로 향하는 듯, 미술관의 숨어있는 신성한 기운과 중첩된 현실의 여러 서사를 경험하게 해준다.

개관한 지 오래된 과천관은 옥상정원과 버스정류장 등 미술관 안팎의 인프라를 바꿔 나가려는 시도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이러한 과정속에서 신진작가들의 시선으로 재구성된 미술관의 여러 모습과 함께 과천관의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울 듯하다. 전시는 9월 10일까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