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이웃끼리 친목으로 시작했던 활동이 어느새 어엿한 지자체 공모사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주변에서 먼저 알아보고 협업을 제안해 와 매주 3일 이상은 자천타천 봉사활동에 나선다. 낮 동안 활동을 마치면 자정까지는 식당 일을 보는 '극한 일정'을 소화한다. 그럼에도 김미경(59)씨는 "그래도 봉사할 때만큼 마음이 편안하고 뿌듯할 때가 없다"며 웃어 보였다.
수원시 팔달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씨는 2018년 시내 요식업 종사자 50여 명과 함께 '이만세 한식봉사회'를 결성한 뒤 지금까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시내 행정기관과 복지시설 등과 함께 한식 반찬과 도시락을 후원하는 활동을 한다.
출발은 어디까지나 친목 성격이 짙은 활동이었다. 그는 "종종 좋은 취지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얘기들을 자주 나눴었는데, 정작 다들 어떻게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면서 "이참에 서로 얼굴도 자주 볼 겸 단체를 꾸리고 하나둘씩 활동을 이어가다 보니 다들 재밌어 하고 여기저기서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지면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주로 취약계층에 반찬·도시락 후원
코로나 검사소 주차관리·동선 안내도
"단체로 큰 활동보다 초심 유지할 것"
김씨는 식품봉사로 시작했지만, 지역사회 내 손길이 필요한 어느 곳이든 가리지 않아 왔다. 코로나19 확산 당시 불 꺼질 틈 없던 관내 행정복지센터와 검사소 직원들에게 샌드위치 900여 개를 제공하는가 하면 현장 일선의 주차관리 및 동선안내까지 나섰다. 튀르키예 대지진 참사 때는 300만원 상당의 아기 옷을 구호물자로 보내기도 했다.
이렇듯 폭넓은 활동의 원동력에 대해 그는 "그저 자기만족"이라고 답했다. 친목이든 뿌듯함이든 봉사원들 모두 각자만의 '자기 만족감'으로, 수익적 보상 없이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는 순간들을 떠올렸다. 그는 "발달장애인 봉사에 나섰을 땐 복지사분들도 분명 힘든 환경일 텐데도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며 평소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많이 돌아보게 됐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며느리가 손수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는 제가 가정에 너무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기도 했다"면서 "이런 배움이 있기에 봉사 활동이 더 값진 경험으로 돌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활동이 많은 만큼 주변으로부터 규모가 큰 활동제안도 속속 들어오지만 출범 당시 소박했던 초심만이라도 잘 유지되길 바라고 있다는 김미경씨. 그는 "단체로서 큰 활동을 해나가기보다는 지금처럼 작게나마 즐거운 활동으로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이란 말을 남기고 다음 빨래봉사 일정으로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김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