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극단 '죽음들'
2023 경기도극단 창작희곡 공모전 당선작인 '죽음들' 공연 장면. /경기아트센터 제공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이 그렇듯, 어쩌면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가는 삶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영원한 것이 없다면, 헤어짐과도 마주해야 한다. 그것이 과연 슬프기만 한 일일까? 2023 경기도극단 창작희곡 공모전 당선작인 황정은 작가의 '죽음들'은 죽음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는 작품이다.

작가의 말처럼 오늘날에는 자연스럽게 맞이할 수 없는 급작스러운 죽음들을 곳곳에서 맞닥뜨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준비된 죽음이 필요하다는 것도, 죽음과 어떻게 동행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어색하지만은 않다.

곳곳서 맞닥뜨리는 '죽음'에 대한 고찰
엄마와 딸의 모습 통해 친근하게 그려


극에서는 안과 밖 두 개의 세계가 계속해서 바뀌며 나타난다. 안의 세계에서는 딸과 아들이 세상에 태어날 준비를 한다. 이들은 수학도 배우고, 뛰는 법도 배우고, 노래도 배우며 안에서의 삶을 살아간다. 하지만 이들이 밖의 세계에 태어나기 위해서 반드시 죽어야 하는 만큼 이 과정을 무탈하게 거쳐 '잘 죽는 것'이 중요하다.

밖의 세계에서 죽음들은 여러 모습으로 사람들의 곁에 있다.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지율은 엄마 옆에 다정하게 앉아있는 그들이 너무나도 싫다. 사랑하는 엄마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자신의 곁을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 느끼는 외로움,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다는 사실은 죽음을 외면하고 거부하고 싶은 극렬한 심정과도 연결된다. 죽음들에 떨어지라고 소리치는 그의 모습에 쉽게 이입되는 이유다.

그러나 우리가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는 죽음에 대해 친근하게 그려 내려간 황 작가의 주제의식은 지율의 엄마 '혜자'를 통해 만날 수 있었다. 혜자는 죽어가는 순간에 딸 지율에게 미소 지어 보였다. 마치 '친구'처럼 손을 내밀며 기다리고 있는 죽음의 담담한 표정과 함께 혜자는 "죽는 건 아름답다"고 전한다.

그래서일까. 극은 웃고 있는 엄마와 울고 있는 딸의 대조적인 모습 사이에서 같이 슬퍼해야 할지, 아니면 좀 더 평온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를 양가의 감정을 들게 한다.

하지만 결국 죽음은 누군가가 태어날 때부터 옆에서 늘 지켜봐주던 존재이자,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낸 뒤에야 비로소 만날 수 있는 오래된 친구였다는 메시지는 관객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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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경기도극단 창작희곡 공모전 당선작인 '죽음들' 공연 장면. /경기아트센터 제공

일생과 함께하는 '오래된 친구' 메시지
몽환적인 분위기·유쾌한 캐릭터 눈길


작품은 김정 연출 특유의 섬세함과 만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더욱 빛난다. 무대는 바다 같기도, 하늘 같기도, 우주 같기도 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안과 밖 세계의 공간과 시간을 적절하게 꺾어내는 과정은 입체적인 조명과 음향, 배우들의 움직임 등으로 자연스럽게 표현됐다.

또 과장되면서 유쾌해 보이는 캐릭터들, 살면서 반드시 겪게 될 죽음과 가까운 현실이 무대 위에서 묘한 조화를 이룬다. 결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죽음을 대하는 작품 '죽음들'은 오는 7일까지 경기아트센터 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