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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인기있는 공연의 예매 레이스에 뛰어들면 심심치 않게 외계어를 마주하게 된다. 공연계 문화의 한 면이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외계어를 보자면, 예매해뒀던 티켓을 취소한 뒤 판매자가 구매자의 계정으로 재예매하는 것을 뜻하는 '아옮'이 있다. '아옮'은 아이디를 옮긴다는 뜻의 줄임 말이다.

또 '이선좌 스킵'은 '이미 선택된 좌석'이라는 팝업창을 재빨리 닫고 남은 좌석(보라색이라 '포도알'에 비유)을 택하는 걸 뜻한다. 이런 작업들은 운이 아주 좋지 않은 이상, 매크로 프로그램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고 싶은 공연 티켓을 구하기 위해 웃돈을 주고 사야 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어느새 공연계에 만연하면서 다양한 부작용이 파생되고 있다. 마우스 클릭 등 반복적인 작업을 컴퓨터 언어로 변환해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개발된 매크로를 악용해 대규모로 표를 쓸어담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이렇게 사들인 표는 중고거래 마켓 등을 통해 비싸게 판매된다.  


내한 '부루노 마스' 순식간 매진
중고 사이트에 2배 이상 값 등록


실제 미국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내한 공연 티켓 선예매가 시작된 지난달 27일 낮 12시. 정각에 맞춰 예매 버튼을 눌렀으나 대기순서가 있다는 페이지가 나오더니 이내 표는 순식간에 매진됐다. 인기 가수라 당연하게 여길 수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트위터와 중고거래 마켓에는 정가 25만원인 좌석을 2배 이상의 금액으로 판매한다는 글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이상 과열로 현재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이처럼 공연에 가고 싶은 사람은 표를 구하지 못하고, 정작 공연에 가지도 않을 사람이 부정한 방식으로 표를 싹쓸이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공연 주최 측이 직접 발 벗고 나서기도 한다. 이번 브루노 마스 내한 공연을 기획한 라이브네이션코리아는 지난 3일 SNS를 통해 부정 거래로 확인된 티켓을 취소하고, 해당 좌석의 목록을 공개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8월 가수 아이유의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도 부정 거래가 적발될 시 팬클럽 영구 제명과 '멜론티켓' ID를 영구 이용 제한하는 등 엄정 조치했다.

해당 사례들은 팬들 사이에서 모범적인 대처로 꼽히지만, 지속 가능한 방식은 아니라는 게 공연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관계자는 "소속사나 제작사마다 인력 등 여건이 다르기에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직접 단속에 나서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최근 처벌을 강화한 대만의 사례(암표 적발 시 액면가의 최대 50배 벌금 부과 등)처럼 실효성 있는 규제책을 만들어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매크로 암표'를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적발시 액면가 50배 벌금"
처벌조항 담은 공연법 내년 시행


매크로 암표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많은 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지난 2월 매크로를 이용한 관람권 매매 금지를 담은 '공연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해당 개정안이 마련되기 전의 공연법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공연 입장권 등의 부정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만 명시할 뿐, 구체적인 시행 방안은 없어 선언적인 의미에 그쳤었다.

과연 내년부터 시행될 '공연법 개정안'의 처벌 조항을 발판 삼아 '매크로 암표' 문제를 개선해 나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암표, 몰수 규정 만들어 불법 수익 환수해야")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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