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전 한 당찬 30대 여성 건축가가 과천정부종합청사를 찾아 정부 부처 고위관계자와 담판에 나섰다. 허락된 시간은 단 10분에 불과했으나, 이 면담은 기존 낙후된 이미지의 아파트형 공장이 지식산업센터라는 새로운 이름 아래 고층·대형화된 형태로 전환되는 신호탄이 됐다.
용인지역 스카이라인을 바꾸고 지식산업센터의 표본을 제시한 '흥덕U타워'는 이렇게 탄생했고, 당시 설계를 맡아 관련 법령 개정까지 이끌어낸 여성 건축가는 지금의 황영란 (주)금당테크놀러지 회장이다.
어릴 적부터 미술분야에 재능을 보였던 황 회장은 대학에서 건축공학을 전공하며 건축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2004년 용인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열고 첫발을 내디딘 황 회장은 "지연·학연 등의 연결고리가 없는 낯선 지역에서 살아남으려면 오로지 실력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감회를 전했다.
지식산업센터의 기준점을 세운 흥덕U타워 설계를 계기로 용인에 1천300여개의 기업을 유치하는 데 일조한 황 회장은 흥덕IT밸리, 분당수지U타워 등 용인 일대 대형 지식산업센터 설계를 잇따라 도맡으며 지역에서 이름을 알렸다. 이후엔 사업 범위를 확장해 직접 시행에 뛰어들었고 특유의 사업 수완을 발휘, 남성이 절대다수인 업계에서 보란 듯이 여성 CEO로서의 입지를 구축했다.
황 회장은 "기존 아파트형 공장이 지식산업센터로 바뀐 건 산업구조가 변한 시대 흐름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이 과정에 일조했다는 점은 지금까지도 자부심으로 남아 있다"고 자평했다.
흥덕IT밸리·분당수지U타워 등 기획
직접 시행 뛰어들며 업계 입지 구축
국가첨단산단 100년 준비 절호 기회
하지만 화려함의 이면에는 상처도 많았다. 황 회장은 "여성이 큰 규모의 사업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근거 없는 소문과 억측이 뒤따르곤 했다"며 "이 같은 오해·편견과 늘 싸워야 했지만, 훗날 이 길을 걷게 될 여성 후배들을 위해 좌절하거나 포기할 수 없었다. 마음을 더 굳게 먹는 계기로 삼았다"고 털어놨다.
최근 용인 남사·이동읍 일대가 국가첨단산업단지로 지정되며 지역사회에 다시금 개발 기대감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해 황 회장은 "이상일 시장의 노력에 힘입어 용인은 향후 100년을 준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국가산단이 주거·교통 등 인프라와 함께 체계적으로 조성되고 도시첨단산단이 유망기업과 우수인력의 확보를 통해 이를 뒷받침한다면 분명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용인은 내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곳이자 나의 성장을 이끌어 준 제2의 고향"이라며 "앞으로도 용인의 발전을 위한 의미 있는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