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하천은 이제 강력한 브랜드가 되고 있다. 예전처럼 단순히 가뭄이나 홍수를 막는 치수용이 아니라 한 도시를 상징하고 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된다.
도시 전체를 값으로 매긴다면 도심하천에 따라 그 값이 크게 달라질 정도다. 그래서 지자체들은 최근 앞다퉈 도심하천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잘 살린 하천 하나가 도시 전체를 되살릴 수 있는 시대를 맞았기 때문이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곳곳에 도심 하천이 동맥처럼 흐르는 포천시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포천시는 '강 르네상스'를 선언하며 지금까지 보지 못한 하천개발 청사진을 내놓았다.
도심 하천에 여가 문화공간과 랜드마크를 조성해 도심을 연결하고 도시브랜드를 높이겠다며 '블루웨이'라 이름 붙인 하천개발을 구상하고 있다. 개발이 예정된 곳은 포천의 도심권을 흐르는 포천천이다.
포천천은 소흘읍 이동교리에서 영중면 양문리 영평천까지 이어진 31.77㎞의 비교적 긴 하천이다. 포천시의 신·구도심이 모두 이 하천과 연결돼 있다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시가 이곳을 개발하려는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그동안 접경지로서 군부대가 밀집해 낙후된 도시란 이미지를 벗고 현대화된 정주 여건을 갖춰 도시가치를 높이려는 목적이 크다.
이같이 포천시의 민선 8기 주요 과업으로 떠오른 포천천 블루웨이사업이 과연 어떤 밑그림을 담고 있는지 그 면면을 들여다본다. → 편집자 주
이동교리~영평천 31.77㎞로 신·구도심 관통 연결
생태계·도심 어우러진 여가 문화공간 조성 구상
지속 가능성 확보… 최종적 '도시 브랜드' 향상
지역 균형발전 위한 '도시개발전략' 맞물려 눈길
市, 기본계획 수립·타당성 조사용역 착수
인공래프팅·노을아트교 등 거점별 배치
성공사례 벤치마킹 남대천 현지 답사 등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유기적 협력 방침
■ '포천천 블루웨이' 사업이란
포천천은 2000년대 들어서며 하천 정화·정비사업이 조금씩 이뤄졌다. 장마철마다 발생하는 홍수피해를 막기 위한 치수가 주요 목적이었다. 그러다 2004년부터 그 무렵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생태하천복원사업이 시작되며 환경기능 개선이 본격화됐다.
수십 년의 노력 끝에 생태환경을 되찾은 포천천은 2021년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를 방지하는 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포천천 하천사업은 주로 생태환경 복원과 재해예방에 집중됐다.
시는 이제 포천천을 다른 방향에서 보려 한다. 그동안 발견하지 못했던 포천천의 잠재력을 개발해 도시발전의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것이다. 블루웨이사업은 이런 동기에서 출발한다.
포천천을 따라 하천 생태계와 도심이 어우러진 여가 문화공간을 조성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최종적으로 도시 브랜드를 향상한다는 게 이 사업의 기본 구상이다.
시 관계자는 "블루웨이사업은 시가 구상하고 있는 전체 도시개발과 연계돼 있고 그 일부"라며 "포천천 단일 사업으로 보기보다는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도시개발전략과 맞물려 진행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천을 따라 도심과 도심을 거미줄처럼 연결해 신도심 개발의 '낙수효과'가 구도심으로 흘러들 수 있도록 한다는 얘기다. 시는 이를 '강 르네상스'라 부를 만큼 도시발전의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어떤 모습으로 추진되나
포천시는 최근 포천천 블루웨이사업과 관련해 기본계획 수립과 타당성 조사를 위한 용역에 착수하며 기본구상안을 공개했다.
포천천은 도심권인 포천시의 남부를 수직으로 관통하는 하천으로 이곳에는 사실상 이렇다 할 관광자원이 부족하다. 대표적인 관광자원은 대부분 북부에 쏠려 있다.
블루웨이는 포천천을 시 도심권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며 거주 인구와 하천과 거리, 주변 여건 등에 따라 5~6곳 정도의 거점을 두고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은 영국의 킹스크로스나 중국의 메이시 강 그린웨이 등을 참고하고 있다. 이들 사례는 주로 도심재생이나 생태공간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포천천 블루웨이는 거점지역마다 지역 특성에 맞는 공간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아트교 주변은 레저시설 위주, 포천시청 인근에는 쉼터와 휴식공간 위주, 포천종합운동장 주변에는 건강·헬스케어 위주, 소흘읍은 근린공원 연계 등 주요 거점별로 특색있는 개발을 내세우고 있다.
또 거점마다 랜드마크가 될 만한 대표시설이 들어서게 된다. 예를 들면 인공래프팅 코스, 노을아트교, 아트테라스, 그랜드블루전망대, 순환형 소흘이음교, 물방울쉼터 등이다. 특히 포천시청 인근 포천대교와 반월교 사이에는 시민들이 하천을 조망하며 쉴 수 있는 이색 쉼터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또 포천종합운동장 주변에는 실버건강타운과 어린이상상타운 등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시설을 나란히 배치하고 있다. 소흘읍 태봉공원에는 인근 공동주택단지 주민들이 가족 단위로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대형 잔디광장과 정원, 텃밭이 마련되고 태봉공원 둘레길과 연결되는 산책로가 구상안에 포함됐다.
■ 앞으로 실행 방안은
포천시는 포천천 블루웨이사업 용역 착수와 함께 유사한 하천개발에 성공한 국내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최근엔 강원도 양양군의 남대천 르네상스 프로젝트를 현지 답사하기도 했다.
양양군의 남대천은 생태계 보전과 힐링 공간 조성사업으로 샛강이 살아나며 주민뿐 아니라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탈바꿈했다.
포천천 블루웨이사업은 주요 거점마다 필요한 시설을 건설하는 데만도 수백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는 이에 따른 국비 확보를 위해 정부의 공모사업을 최대한 활용하고, 우선 사업을 정해 실현 가능한 기본계획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또 유원지 시설은 민간자본을 유치하고 헬스케어타운은 시가 시행하고 운영관리는 민간이 맡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운영관리는 공공과 민간으로 나눠 각각 이점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될 방침이다. 공공성이 필요한 분야는 시가 직접 맡고 전문성과 경쟁력 확보 등이 필요한 분야는 민간에 맡겨 위험성을 최소화한다는 것이다.
또 체험시설이나 특산물 판매장 운영을 민간에 맡겨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시는 계획 단계에서 신뢰성과 합리성을 갖추기 위해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해 유기적인 협력을 이끌어 낸다는 방안이다.
백영현 시장은 "포천천 블루웨이 사업은 포천천을 시민에게 제대로 돌려주는 것이 핵심"이라며 "포천천이 시민들에게 여가 문화공간으로 실제 활용돼 기대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사업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 실현 가능한 방안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
포천/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