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2년째 인천 섬의 팔경과 함께 어르신 수백명의 장수사진(영정사진)을 찍고 있는데, 매일매일 재밌습니다."
(사)한국여행사진작가협회를 이끄는 어랑 김주호(65) 회장은 2011년 처음으로 인천지역 어르신들의 영정사진 찍는 일을 시작했다. 1년에 100여 명에게 영정사진을 선물하는 정도로 시작했던 일이 입소문이 나면서 이제는 매년 400~500명으로 규모가 늘었다.
김 회장은 2010년 누군가 영정사진 없이 장례를 치르는 모습을 보고 이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김 회장은 당시 어머니를 영락원에 모셨는데, 뵙고 나오는 길에 영정사진 대신 주민등록증이 올려진 것을 우연히 본 것이다.
김 회장은 "영정사진 없는 모습이 짠했고, 명색이 사진작가인데 영정사진을 가질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겠다 싶어서 생각해낸 봉사활동"이라며 "무의탁·저소득층 노인, 장애인, 무료급식소 이용자 등 주변 소외계층의 영정사진을 찍는 게 나만의 원칙이고, 지금은 주변의 도움 덕분에 더 많은 어르신에게 영정사진을 건네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등록증 올려진 장례식장 계기
관광객 후원금·어르신 단장 지원 등
주변 도움 덕분에 봉사 지속에 큰 힘
김 회장이 이 활동을 계속 이어 나가는 힘은 주변의 '천원' 후원이다. 김 회장은 작은 여행사를 운영 중인데, 직원이나 여행사를 통해 인천을 관광한 고객들이 '나눔 통장'에 내는 후원금이 영정사진 봉사활동에 큰 도움을 준다고 했다. 후원 액수는 1인당 1천원으로, 차곡차곡 모인 후원금은 단 1원도 남기지 않고 모두 봉사하는 데 쓰인다.
회원들은 촬영현장에서도 발 벗고 나선다. 한 번은 협회 사무실에서 열흘 동안 지역 주민들의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행사를 열었는데 당시 회원들이 찾아와 어르신들의 머리 손질부터 메이크업, 의상 정리까지 지원했다. 피부 보정 등 편집의 모든 작업은 김 회장이 직접 해서 후원금만으로도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다고 한다.
김 회장의 가장 오랜 봉사활동 현장은 인천의 섬들이다. 인천에는 168개의 섬이 있는데, 이 중 49개 섬의 팔경(八景) 사진을 김 회장이 찍었다. 김 회장은 카메라를 들고 간 김에 섬 주민들의 영정사진을 촬영하고, 다음 방문 때 이를 잊지 않고 챙겨간다. 또 어르신들의 여가생활을 돕고자 '핸드폰으로 사진 잘 찍는 법' 등을 알려주기도 한다.
김 회장은 "처음에는 봉사로 시작했던 일이 이제는 하나의 업이 됐다"고 미소를 지으며 "인천에 아직도 영정사진이 없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데,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드리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