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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필헌 한국과학문화협회장은 "앞으로도 더 많은 학생이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교육봉사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30년 전 인천 지역 과학 교사 8명이 꾸린 모임은 교육 불모지로 알려진 아프리카, 아시아 지역을 누비는 교육봉사단체 '한국과학문화협회'로 성장했다.

안필헌(57) 한국과학문화협회장은 "교육청 연수로 한자리에 모인 '공통과학' 교사들이 우리가 가진 역량을 조금이나마 나누는 활동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던 게 모임을 결성하게 된 계기"라며 "해마다 다 같이 모여 실험 수업 방법을 공유하면서 아이들에게 재밌는 수업을 하기 위해 고민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교육 봉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학문화협회는 현재 인천·경기 지역 과학 교사 6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안필헌 협회장은 인천 남동구 만수동 숭덕여자고등학교에서 32년째 과학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30년 전 교사 8명 꾸린 모임 현재 60명 활동 규모 성장
2019년 탄자니아 엔키카렛 현지 도서관 건립 이바지
7월엔 라오스 프언밋 초중고 방문 현미경·비커 지원
지속적 교류로 변화 만들어 현지 학교 자립 토대 목표


'인천과학사랑교사모임'으로 출발한 협회는 3개 활동 목표로 '잘 배우자' '나누자' '봉사하자'를 내걸었다. 교사가 잘 배워야 학생들에게 충분히 가르칠 수 있는 역량을 갖춘다는 의미다.

나눔 활동은 봉사로 이어져야 한다는 취지에서 우리나라는 물론 도움이 필요한 국가를 방문해 교사와 학생들에게 실험 수업을 실시하고,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지원하고 있다. 협회에서 하는 해외 교육봉사는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하는데, 과학 교육을 지원하는 게 국가 발전 등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협회는 2009년 동티모르 과학 교사 실험 연수를 시작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나갔다. 협회 소속 교사들은 해외 봉사에서 준비한 실험 도구를 학생들에게 시연하는 것부터 축구공, 팽이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도구를 활용해 수업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과학 원리를 설명하는 데 난관이 될 수 있는 언어 장벽도 넘어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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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2019년 남아프리카 탄자니아 엔키카렛에서 진행했던 과학 캠프를 인연으로 현지에 직접 도서관을 건립하는 데 이바지했다. 도서관을 채우는 데 필요한 책을 기증하는 활동도 협회 소속 교사들을 주축으로 지역사회가 힘을 보탠 덕분에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

이 외에도 협회 교사들은 라오스, 베트남, 키르기스스탄 등 교육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지역을 방문해 학생과 교사들을 정기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과학문화협회장1

오는 7월에는 라오스 프언밋 초중고 방문을 앞두고 있다. 라오스는 2018년 협회 교사들이 방문해 교육 봉사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올해는 교사 12명이 9일간 라오스로 떠난다. 이들은 현지 교사들이 참여하는 과학 행사 준비를 돕기 위해 실험 방법을 전수하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에 나선다. 현미경과 비커, 전압계, 전류계 등 학교 실험실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필요한 물품도 지원하기로 했다.

협회 교사들은 교육 봉사를 통해 교육 역량을 높이는 것뿐 아니라 교사들이 교육자로서 해야 할 역할과 책임감을 함양하는 데도 도움을 주고 있다. 5년 전 100명 정도 됐던 라오스 프언밋 초중고의 학생 수는 이제 300명을 넘었다. 안필헌 협회장은 "좋지 않은 교육 여건 속에서도 배움에 대한 열망은 어느 곳보다도 뜨겁다"고 했다.

교육봉사가 마냥 순탄했던 건 아니다. 라오스를 처음 방문했을 땐 챙겨간 교육 물품들이 세관을 통과하지 못해 입국 절차가 몇 시간씩 지연된 적도 있었다. '뒷돈'을 바라는 세관 공무원이 딴죽을 걸었던 것인데, 소식을 들은 현지 교사들이 공항으로 나와 방문 취지를 설명해준 덕분에 무사히 라오스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협회는 앞으로 10년간 꾸준히 라오스를 찾아 교육 봉사에 매진하기로 했다. 교육 문화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지속해서 긴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안필헌 협회장은 "지속해서 교류하고 변화를 이끌어내면서 학교가 자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게 협회 목표 중 하나"라며 "나중에는 역량이 충분한 학생들이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게 후원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 교사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라오스 학교에는 눈빛이 살아있는, 똑똑한 학생들이 많은데 다시 그 아이들을 맞는다는 설렘이 크다"며 웃으면서 말했다.

과학문화협회장
안필헌(오른쪽) 한국과학문화협회장이 라오스 현지 교사들에게 과학 기구를 활용한 실험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본인 제공

협회는 기초단체, 대학교 등 지역사회와도 연계해 인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 캠프 등 여러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지역사회 교육 활동은 학생들이 과학을 쉽게 이해하고, 과학에 대한 흥미를 높일 수 있는 활동으로 구성하고 있다.

객관적이고 입증된 원리를 기반으로 한 과학이 마냥 딱딱하고 어렵지만은 않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안필헌 협회장은 "고등학교 재학 시절 과학 교과는 이론만 공부하다 보니 실험 수업을 해본 적 없었던 게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다"며 "학교에서도 학기나 방학 중에 학생들과 별도로 시간을 내서 실험하고 모형을 제작해서 교과서로는 이해하기 힘든 것들을 구조, 이론을 설명하면서 학습 이해도를 높이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더 많은 학생이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학생들이 시간이 지나 학창 시절을 되돌아봤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안필헌 협회장은?

▲청주 세광고등학교 졸업(1984)
▲서울대학교 식물학과 졸업(1988)
▲서울대학교 사범대학교 생물교육학과 편입 및 졸업(1992)
▲과학교사 실험 연수 강사(1996~)
▲동 대학원 졸업(2002)
▲고등학교 영재학급 강사(2002~)
▲동구청 초등과학캠프 강사(2004~)
▲책 '서호주에 남긴 50개의 발자국' 공동 지필(2014)
▲개정 교육과정 연구위원(2015년)
▲통합과학 교과서 공동지필(2015)
▲전국과학교사협회 대의원(2021~)


글/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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