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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저녁 미분양 가구들로 인해 단전 위기에 놓인 양평군 창대리 소재 C타운하우스는 몇몇 가구를 제외하곤 실내 조명이 꺼져 있다. 2023.5.16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양평지역 200여 가구 규모의 한 공동주택 전체가 단전될 위기에 처했다. 미분양된 56가구의 3개월분 관리비 체납이 그 이유인데, 입주자 측은 "미분양 가구의 관리비를 입주민들이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17일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따르면 양평군 양평읍 창대리 일원에 있는 233가구(총 16개동) 규모의 C타운하우스에 대한 전력공급이 오는 22일부터 차단될 예정이다. 현재 C타운하우스는 지난 2월 1천579만원, 3월 1천457만원, 4월 1천345만원 등 총 4천381만원의 3개월 치 전기 요금이 체납된 상태다.

이에 한전은 19일까지 납부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오는 22일부터 엘리베이터, 주차장, 헬스장, 정문 전등 등 공용설비에 대한 전력 공급을 중단하고, 이후 31일부터는 집에서 660W 이상의 전기를 사용할 경우 가구별 공급을 중단할 예정이다.

시행사, 빈집 3개월 관리비 체납
22일 공영설비·31일 가구별 차단
입주자 "꼬박 꼬박 납부… 억울"

이 같은 C타운하우스의 전기료 체납에는 미분양 사태가 연관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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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 창대리 소재 C타운하우스. 지난 16일 저녁 8시임에도 미분양 가구는 실내 조명이 꺼져 있다. 2023.5.16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

2020년 10월 분양한 C타운하우스의 1순위 청약 경쟁률은 0.2대 1로 지역 내 부동산 훈풍에도 불구하고 참패를 기록했다. 시간이 지나며 입주까지 잔여 가구를 모두 분양했으나, 현재 입주 전 계약 취소 등으로 56가구가 여전히 빈집이다.

C타운하우스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에 따르면 미분양 가구의 지난해 관리비까지는 시행사 측에서 납부했다. C타운하우스의 관리비는 1가구당 평균 약 25만원으로 입주민이 없는 빈집에도 부과되는데 미분양 가구의 관리비체납이 시작된 건 올해 초부터다.

입대의 관계자는 "입주한 177가구가 꼬박꼬박 관리비를 냈는데 전기가 끊긴다니 억울하고 당황스럽다. 어르신도 계신데 엘리베이터 전기가 끊기면 위험하지 않겠느냐"며 "시행사에 항의해도 '수리는 시공사, 돈은 신탁사에게 받으라'며 발을 빼고 있다. 신탁사에 4억원가량 돈이 있는 것으로 확인했으나 그 돈은 개발부담금을 낼 예정이라 관리비로 줄 돈은 없다고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시행사 대표 A씨는 "집에 곰팡이가 피는 등 시공사의 부실 공사와 공사기간을 못 맞춰 대량의 계약 취소가 발생한 것"이라며 "환가처분을 하든 대출을 하든 신탁사에서 움직여야 하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신탁사 자금집행도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 측은 "전기요금 납부 의무는 입주자대표회의에게 있다"며 "전기공급 제한 이전에 최소한의 납부를 보장하는 채권 확보조치가 이뤄질 경우 공급제한 조치는 유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