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0대 남성이 장애가 있는 무연고 독거노인 집에 들어가 10년간 무단으로 거주한 것도 모자라 폭행까지 일삼은 '현실판 기생충 사건'이 일어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남성은 오래전부터 피해자에게 접근해 호의를 사는 등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평경찰서는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A(80대)씨 집에 10여 년 전 들어가 기생해오며 상해까지 입힌 혐의(노인학대, 상해, 퇴거불응)로 B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B씨는 과거 집수리 등을 통해 피해자 A씨와 친밀감을 쌓은 뒤 무단으로 집에 들어가 살면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B씨로부터 상습폭행을 당한 A씨는 지난 3월 경찰에 폭행 사실을 알렸고, 경찰은 이들의 나이 차이가 많은 점 등에 비춰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고 판단해 집중수사에 나서 B씨의 학대와 폭행행위를 밝혀냈다.
경찰 조사결과 B씨는 10여 년 전 A씨가 돌봐줄 가족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집수리 등을 도와주며 호감을 사는 등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지난 2016년 A씨의 집에 전입 신고하면서 자신이 A씨의 조카라고 허위 신고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의 수법이 악랄하다고 보고 추가적인 범죄 여부도 수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진술 당시 '무섭다, 내 집을 팔아서 요양원에 보내달라'는 말을 반복했다"며 "최초 신고할 때도 폭력을 참지 못하고 신고한 것으로 보인다. 진술 이후에도 추가로 당하게 될 폭력을 두려워해 현재는 분리조치 된 상태"라고 말했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