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원 김포 바비바채 대표
고지원 바비바채 대표가 커피 찌꺼기로 만든 화분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3.5.24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

그러니까 얼마든지 쓰레기를 줄여볼 수 있다는 얘기였다. 막연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쓰레기가 시시각각 배출된다는 호소였고, 그렇게 쏟아진 쓰레기가 갈 곳 없이 떠돈다는 경고였다.

고지원(38) 대표는 1년 전 김포 최초의 제로웨이스트샵 '바비바채'를 열었다. 바비바채는 '바르게 비우고 바르게 채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방송PD로 일하다 김포에 정착해 4남매의 엄마가 된 그는 원래부터 환경에 관심이 있진 않았다. 그저 둘째 아이가 어릴 때부터 아토피로 아팠다. 일 년간 정성스레 돌봐서 증상을 없앴지만 알러지는 남아서 피가 나도록 몸을 긁는 일이 반복됐다.

병원에 다녀봐도 원인을 찾지 못했다. 고 대표는 아이가 먹는 음식 뒷면의 깨알 같은 성분을 전부 기록하고, 그 음식을 먹었을 때 아이의 몸을 관찰했다. 시간과의 싸움 끝에 그는 합성착향료·착색료가 함유된 음식에 아이가 반응하는 걸 알아냈다. 아이스크림과 과자 등 흔한 간식에 착향·착색료가 안 들어가는 게 없었다.

고 대표는 "먹는 걸 조심해도 아이가 반응하는 날이 있었다. 세제·샴푸·로션에도 있었고 아토피에 좋다는 제품과 병원에서 지어주는 시럽에도 있었던 것"이라며 "아이를 계기로 환경문제를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이스팩·우산 등 수집 후속처리까지
설거지바·고체치약 만들기 환경교육
마을공동체 결성 '자원순환 홍보' 계획


고 대표는 거창한 환경운동을 하려는 게 아니다. 무분별한 폐기물의 심각성을 한 명이라도 더 알아주고, 자기 집 쓰레기만이라도 깨끗하게 배출하길 바라고 있다.

바비바채 한쪽에는 제로웨이스트 제품이 진열돼 있는데 판매량은 많지 않다. 그보다는 종이팩과 멸균팩, 아이스팩, 우산 등을 수집하는 게 주 업무가 됐다. 이를 각각의 처리업체로 보내는 건 온전히 고 대표 몫이다.

고 대표는 통진도서관과 통진청소년문화의집 등에서 정기적으로 교육도 한다. 그는 "이론수업만 하면 잘 안 들어서 눈에 보이는 게 필요하다 싶었다"며 "설거지바와 고체치약 등 화학성분이 안 들어가는 제품 만들기와 커피찌꺼기 클레이공예 등을 병행하니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소개했다.

올해 4월 고 대표는 '바비사랑방'이라는 마을공동체를 결성했다. 네이버와 당근마켓 등 알릴 수 있는 곳은 다 알려서 일면식 없던 10명이 모였다. 이들은 기후위기와 자원순환에 대한 김포시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고 대표는 "네 살배기 막내가 시킨 적도 없는데 쓰레기만 보이면 줍는다. 엄마의 노력을 알아봐 주는 것 같아 신기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