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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경찰서 수사과 지능범죄수사팀. 왼쪽부터 박진영 경장, 신명복 경위, 신동선 경감, 김현웅 경위, 김은아 순경. /양평경찰서 제공

지난 3월 초 양평군 용문면 광탄리의 한 주택에서 수백마리의 개 사체가 발견됐다. 마당부터 방안 곳곳엔 사체를 뒤덮은 구더기와 악취가 가득했고 주택 내부 물탱크들을 뒤지자 그 규모는 1천256마리까지 늘며 사건엔 '대량학살' 꼬리표가 붙었다.

마당·방·물탱크 등서 사체 발견
구더기·악취속 손으로 숫자 파악
단서 추적 관련자 32명도 불구속


24일 만난 양평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이하 수사팀)은 이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웠던 사건"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당시 현장에서 개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피의자를 구속시키는데 어려웠던 것은 사체 숫자를 특정하는 것이었다"며 "마당 등에 있던 사체는 일부에 불과했다. 대부분 물탱크나 플라스틱통 안에 있는 구더기를 헤치고 직접 손으로 한 마리, 한 마리 두개골 숫자를 셌다. 현장에 온 타 기관 사람들도 헛구역질하고 바로 나갈 정도였으니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결국 수사팀은 해당 사건을 '전무후무한 학대사건'으로 규정, 지난 3월7일 구속영장을 신청해 그 다음 날 피의자를 구속하고 집중수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사한 1천256마리가 어디서 왔는지 알아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수사팀은 "피의자가 현금거래 위주로 하고 휴대전화 외에는 유효한 증거가 없었는데 공교롭게도 사건 발생 이틀 전 비밀번호를 분실해 휴대전화가 포맷된 상태였다"며 "수사가 막막한 상황에서 작은 단서들을 조각해 농장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한 농가를 수색하면 그 농장주가 또 다른 농장주와 대화한 것을 단서로 철원·포천·춘천·남양주·강화도 등 경기도 전역과 강원도를 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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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이후 곳곳에 쌓인 개 사체를 처리하는 모습. /양평경찰서 제공

결국 법정은 지난 11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에게 현행 동물보호법 상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이후 경찰은 지난 17일 A씨에게 개를 넘겨준 농장주와 무면허로 개 성대제거 수술을 한 사람 등 32명을 추가로 검거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수사팀은 "팀 규모가 크지 않아 두 명씩 흩어져 수사를 진행하다 보니 농장주가 수색을 거부하거나 '농장에 들어가면 뛰어내리겠다'는 등 저항도 거셌다"며 "케이지에 우겨 넣어진 개들, 살아있는 생물이 밀폐된 냉동탑차에 들어가는 것 등 수사 과정에서 많은 것을 봤다. 이런 사건이 다신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