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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성남시 금광동. 가파른 언덕을 올라 골목으로 접어들자 차 한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길이 이어졌다. 길을 사이에 두고 오래된 저층 아파트와 커다란 간판을 내건 낡은 상가들이 다닥다닥 붙은 채 마주하고 있었다.

폐기물을 수거하는 트럭, 택배 운송을 하는 차량, 배달에 나서는 오토바이 등이 좁은 길을 수시로 오갔고 그럴 때마다 보행자들은 가까스로 차량들을 피해갔다. 좁은 길은 끝날듯 끝나지 않고 길게 이어졌다. 내리막인가 싶더니, 다시 오르막이었다. 옆쪽엔 한눈에 봐도 아찔한 내리막길이 마치 절벽처럼 아래쪽 큰 도로와 연결돼 있었다.

금광동과 멀지 않은 수진동 일대에서 평생을 산 A(35)씨는 "금광동 쪽은 다른 성남 구도심과 비교했을 때, 언덕 경사가 그렇게 심한 곳은 아닌 것 같다"며 "우리 집도 경사가 매우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에 있다. 겨울에 길이 얼면 매번 아찔한 데, 구도심 중에 사정이 더 심한 곳은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고 말했다. 


단대·중3구역 시작으로 단계적 사업 진행
LH 참여 시행 원주민 중심 조합 갈등 탈피
순환정비방식 등 사업 전반 리스크 최소화
경기도 각 지역 난제 '균형 발전'까지 기여


골목을 빠져나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난 풍경은 생경했다. 언덕은 역시나 가파른데, 그 위로 한눈에 봐도 새로 지어진 아파트들이 놓여 있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성남 구도심 재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한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이다. 5천320세대 규모의 대단지다.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했는데 대부분의 집이 금세 찼다. 단대오거리역이 인접해 있고 기존에 초등학교 2곳이 위치하고 있던 곳이라 젊은 층의 수요가 높았다. 당초 이곳에 살던 고령의 원주민들은 물론, 새로 유입된 젊은 주민들이 어우러져 자연스레 세대 조화를 이뤘다. 헌 집을 부수고 새 집을 짓는 일을 넘어, 성남시 안에서도 오랜기간 변화가 정체돼온 해당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이다.

■ 성남형 재개발엔 다른 게 있다

금광동은 성남시의 구도심 중 한 곳이다. 1970년 초 서울 청계천 일대에서 대거 밀려 광주대단지(현 성남시 수정·중원구)로 내려온 판자촌 주민들은 지금의 구도심에 터를 잡았다.

언덕에 좁디좁은 길, 다닥다닥 붙은 집과 상가들의 모습은 구도심의 상징과도 같았다. 성남시에 분당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지역의 빈부가 나뉘었고, 균형발전 문제는 성남시의 오랜 숙제가 됐다. 낙후된 지역의 안전 문제 등도 화두였다. 재개발 필요성이 구도심 곳곳에서 부상한 이유다.

이에 성남시는 도시·주거환경 정비기본계획을 꾸준히 수립해 구도심 지역의 재개발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왔다. 1단계인 단대·중3구역 재개발사업이 완료돼 2012년 입주를 마쳤고, 뒤이어 이어진 2단계 사업을 통해 중1·금광1·신흥2구역의 조성이 마무리단계다.

중1·금광1구역은 입주가 완료됐고, 신흥2구역은 올 10월 말 입주 예정이다. 앞서 등장한 e편한세상 금빛 그랑메종은 금광1구역의 재개발사업으로 조성된 단지다. 현재는 3단계 사업이 추진 중인데, 수진1·신흥1구역이 사업시행인가 신청을 추진하는 단계이고 신흥3·태평3·상대원3구역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거나 지정될 예정이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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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구도심의 재개발이 다른 재개발 사업과 차별점을 갖는 것은 LH의 참여다. 통상 재개발 사업은 원주민들이 중심이 돼 조합을 구성한 후, 조합에서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간, 혹은 조합과 건설사간 다양한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재개발 사업과 관련한 각종 행정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런 점들 때문에 사업이 공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LH가 참여하면 대체로 조합이 자체적으로 진행했을 때 처할 수 있는 여러 문제들에서 비교적 안전하다는 게 장점이다. 공공시행 재개발사업으로 추진하면 사업시행 인가를 신청할 때 받아야 하는 토지주 등의 동의 절차가 생략된다. 인·허가나 설계, 시공 등도 비교적 빠르고 전문적으로 진행된다. 사업시행자와 주민들 간의 갈등도 상당부분 방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원주민들의 재정착이 비교적 원활하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재개발 기간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 원주민들은 오랜기간 머물렀던 생활권을 떠나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한다. 재개발 사업이 완료된 이후에도 원래 있던 곳에 다시 정착하지 못한 채, 이주한 지역에서 돌아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LH가 참여한 구도심 개발은 LH가 보유한 인근 지역 내 임대주택을 원주민들을 위한 이주 공간으로 제공하는 '순환정비방식'으로 진행했다. 1단계 사업에선 도촌지구에, 2단계 사업에선 여수·위례지구에 각 사업구역 원주민들을 위한 이주단지를 조성했다.

원주민들이 본래의 생활권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아도 되니, 재정착률이 다른 재개발 사업보다 높은 게 특징이다. LH에 따르면 민간 조합 방식으로 재개발 사업을 추진했을 때, 원주민들의 평균 재정착률은 15% 수준이지만 1단계 사업의 원주민 재정착률은 평균 50%에 이른다.

성남형 재개발의 성공에 힘입어, 다른 지역의 구도심에서도 LH가 참여하는 공공시행 방식으로 재개발이 하나둘 추진되고 있다. 안양 만안구 석수3동 일원 충훈부 재개발 사업이 단적인 예다. 지난 11일 LH는 주민대표회의와 사업시행 약정을 체결했다.

성남 금광1구역 개발후
성남 금광1구역 재개발 사업 이후 전경. /LH 경기남부지역본부 제공

■ 권세연 LH 경기남부지역본부장 "경기도 균형 발전 이루는데 역할 다할 것"


구도심의 재개발은 단순히 노후화된 동네를 깨끗하게 정비하는 일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역 간 발전 격차를 완화해, 그 사이에서 발생해온 오랜 지역 사회의 문제들을 해소하고 새로운 발전 동력을 키움으로써 도시 전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러려면 재개발 전반이 체계적이고 복합적으로 이뤄져야, 구도심 재개발의 진정한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

신도시를 비롯한 신규 택지개발이 곳곳에서 활발히 이뤄진 경기도는 지역을 막론하고 이런 문제를 안고 있지만, 1기 신도시가 조성된 성남, 고양 등은 특히 지역 내 발전 격차에 따른 문제가 가장 먼저 두드러진 곳이다. 도시 개발에 있어선 단연 전문성을 가진 LH가 성남 재개발 사업에 대대적으로 참여한, 그리고 참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LH는 성남 구도심 재개발을 '성남형' 재개발로 칭한다. LH의 참여를 토대로, 순환이주방식 등 사업 전반의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차별화된 재개발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1·2단계 사업에 이어 3단계 사업도 안정적으로 진행해, 성남형 재개발 방식을 LH 경기남부지역본부의 성공적인 재개발 모델로 정립하겠다는 게 권세연 본부장의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 각 지역의 난제인 균형 발전을 이루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권세연 본부장은 "성남시는 1기 신도시인 분당의 재정비 문제도 화두이지만, 원도심의 정비를 원활하게 하는 일 역시 놓쳐선 안 될 중요한 문제다. LH는 1기 신도시 재정비는 물론, 성남형 재개발 모델을 중심으로 원도심의 안정적인 재정비에도 주력할 것"이라며 "LH의 비전은 '살고 싶은 집과 도시로, 국민의 희망을 가꾸는 기업'이다. LH만의 노하우로 경기지역이 두루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 국민의 희망을 가꾸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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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토지주택공사 지원을 받아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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