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각서에 군단장 서명이 들어가면 뭐하나. 인명사고 발생하면 책임질 수 있나."

군(軍)이 주민들에게 공지되지 않은 사격을 실시하다 산불(5월24일자 8면 보도=용문산사격장 화재 발생… 주민, '군부대 사격일정 미준수' 주장)이 난데 대해 양평군 주민들이 '용문산사격장 폐쇄투쟁'을 다시 재개하기로 결의했다. 2021년 미사일 오발사건 이후 민(民)·관(官)·군(軍) 3자 합의각서를 체결한 지 불과 2년4개월 만이다.

29일 양평군 양평읍 주민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양평읍에 위치한 용문산사격장(양평종합훈련장)에서 박격포 사격 중 산불이 발생, 6㏊의 산림을 태우고 6시간이 지나서야 진화됐다.

이번 군의 포사격은 2021년 체결된 ▲사격훈련 일정 협의 ▲사격훈련 2주 전 지역주민에게 일정 통지 등의 합의각서 내용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체결 2년여만에… 일정통지 미이행
주민 "인명사고땐 누가 책임지나"
범대위, 책임자 사과·사용정지 요구


앞서 주민들은 2020년 현궁미사일이 민가 20m 거리에 낙하한 사고와 관련 '용문산사격장 폐쇄투쟁'을 벌여 7군단장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2030년을 목표로 용문산사격장 이전' 등의 내용이 담긴 민·관·군 3자 합의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이번 군의 합의각서 불이행 포 사격과 관련, 용문산사격장폐쇄범군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지난 26일 "군의 합의되지 않은 사격에 산불이 발생한 데 대해 사격장 폐쇄운동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민·관·군 상생협력 실무협의를 소집한 범대위 이태영 위원장은 "그간 군 당국에 고사리 채취에 나선 주민들도 있어 사격 일정 준수와 신중한 고려를 부탁했으나 무의미하게 됐다. 작년에도 협의를 어겼다"고 밝혔다.

또 범대위 측은 이번 7군단 직할 강습대대의 사격일정은 예정되지도 않았고 주민 합의도 없었던 훈련이며 군의 화재발생 방지를 위한 사전조치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군이 합의각서 내용을 어겼다며 일방적 사격에 의한 산불발생 재발 방지 약속과 책임자 사과, 합리적인 결과 보고와 함께 사격장 사용정지 등을 요청했다.

사격장 인근 주민들도 참석해 "사격일정에 없는 사격을 실시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용서할 수 없다", "7군단장 서명이 들어간 합의각서가 의미가 없다. 실무자들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명사고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이냐" 등 군의 합의각서 내용 불이행을 지탄했다.

軍 "다른 의도 없는 행정적인 실수"


이에 7군단 교훈처장 차동영 대령은 "이번 일이 생긴 부분에 대해 주민 여러분께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앞으로 범대위와의 약속을 잘 지키겠다"며 "11사단, 군단 직할부대의 업무상 행정적 착오를 확인했다. 다른 의도가 없는 순수한 행정적인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한편 용문산사격장은 2008년 4.2인치 조명탄 관광버스 관통부터 2014년 전차포 포탄 펜션 지붕 관통, 2020년 민가 인근 현궁 미사일 낙하까지 최근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양평/장태복기자 jk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