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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신종 피싱 사기 '시크릿톡' 피해에 대해 3개월여간 수사에 나섰지만 사기 행각을 벌인 시크릿톡 채팅 상대나 조직적 '진범' 일당으로 의심받는 운영자 측은 끝내 붙잡지 못했다. '시크릿톡' 사이트 모습.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경찰이 신종 피싱 사기 '시크릿톡'(3월2일자 7면 보도=시크릿톡 수사 한달째 '무소식'… 경찰 각개전투 한계 드러난 셈) 피해에 대해 3개월여간 수사에 나섰지만 사기 행각을 벌인 시크릿톡 채팅 상대나 조직적 '진범' 일당으로 의심받는 운영자 측은 끝내 붙잡지 못했다. 명의가 도용된 중간 송금책들만 송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사건 초기 지적됐던 수사의 한계점이 현실로 드러난 모양새다.

지난 2월 경인일보 단독 보도로 드러난 신종 피싱 사기 시크릿톡 사건은 '고수익 여성전용 채팅알바'로 온라인 비밀 채팅 사이트에 가입시켜 남성과 채팅하면 돈을 준다고 현혹해 금전을 갈취한 사건이다. 피해자들은 신체 사진을 요구받는 등 약점을 잡혀 협박당하기도 했다.
피해액 대포통장 쓰인 혐의 2명 송치
별건 사기에 속아 중간송금책 역할한 셈
해외소재지 IP 추적 어려워 진범은 못잡아
별다른 수확 없이 결론 맺어진 상태
과거 아이돌 그룹 AOA로 활동한 권민아 씨도 시크릿톡을 통해 사기·협박 피해를 입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경찰은 전국 각지에서 다수 접수된 시크릿톡 사건에 대해 피해액이 송금된 계좌주의 소재지를 중심으로 각 관할서에서 개별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처음으로 접수된 경기지역 사건의 수사 결과가 3개월여 만에 결론이 난 것이다. 28일 남양주남부경찰서에 따르면 A씨 등 2명을 전자금융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 25일 검찰에 송치했다. A씨 등은 자신들 명의의 계좌가 시크릿톡을 통해 발생한 수천만원의 사기 피해액을 조달하는 대포통장으로 쓰인 혐의를 받고 있다.

서민 대상 대출상품과 관련한 허위 광고나 신용등급을 올려준다는 등의 온라인 허위 광고를 보고 제출한 계좌 정보가 유출되면서 범행에 쓰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즉 의도를 갖고 가담한 것이 아니라 별건의 사기에 속아 본인들도 모르게 중간 송금책으로 역할을 한 셈인데, 간접적으로나마 피해를 초래한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그러나 정작 경찰은 피해자와 채팅하면서 해당 계좌에 돈을 보내도록 협박한 상대는 검거하지 못했다. 채팅 상대의 온라인 IP가 추적 불가능한 해외로 특정된 데다 피해액이 중간 송금책을 거쳐 최종적으로 도달한 계좌 역시 소재지가 해외로 파악돼 수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또한 채팅 상대와 동일인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됐던 시크릿톡 운영자 측에 대해서도 수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앞서 시크릿톡은 이용자 간 1:1 대화 자료를 운영자가 인지하고 있거나, 여느 메신저와 달리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만 이용 가능한 점 등으로 운영자 측 일당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하지만 시크릿톡의 도메인(인터넷 주소) 자체가 해외에서만 관리돼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수사조차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 같은 진범의 회피 정황은 이미 사건 초기부터 밝혀져 우려가 제기됐음에도 결국 별다른 수확 없이 결론 난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다른 지역에서 진행 중인 시크릿톡 피해 사건 역시 수사에 난항이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채팅 상대자에 대해서는 불송치가 아닌 수사 중지 상태로 결론이 났으며 추가 피해 상황이 발생하면 수사를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산·유혜연기자 mountai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