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할란카운티
뮤지컬 '할란카운티' 공연 모습. /(주)글로벌컨텐츠 제공

"작은 희망이라도 있으면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노동과 인권, 개개인이 가지는 정의와 자유의 의미가 숨 쉬는 뮤지컬 '할란카운티'가 한전아트센터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2년 만에 삼연 무대로 찾아온 '할란카운티'는 미국 노동운동의 이정표가 된 할란카운티 탄광촌의 실화를 다룬 바바라 코플의 다이렉트 시네마 '할란카운티 USA'를 모티브로 한다.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100여 년이 지난 1976년 미국, 여전히 차별과 부당한 대우에 시달리는 흑인 라일리의 자유를 위해 함께 떠나는 다니엘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극은, 광산 마을 할란카운티에서 존을 중심으로 광산 회사의 횡포에 맞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을 그렸다.

美 할란카운티 탄광촌 실화 다룬 뮤지컬
세트 키우고 무대 회전 역동적 장면 묘미
서울 한전아트센터서 내달 16일까지 공연


유병은 연출은 여전히 시간과 공간을 넘어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문제를 작품 속에 담아내기 위해 고민했다.

그는 "정의는 어떤 모습일까. 누구에게나 같은 것일까란 궁금증으로 시작한 작품"이라며 "모든 캐릭터가 생각하는 정의의 옳고 그름은 다르고, 그들 각자가 정의를 외치는 모습을 담으려 했다"고 설명했다. 2023년 오늘날 유 연출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의미가 됐을까.

유 연출은 "극의 가장 큰 메시지가 정의에서 자유가 됐다.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란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다음 세대를 위해 희생한 존의 선택 역시 그의 자유라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하지만 유 연출은 관객들에게 작품의 메시지를 강요하고 싶진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정의는 이래야 하고 이것이 옳은 것이다'고 강요하려 공연하진 않았다"며 "공연의 많은 메시지를 보는 관객들 스스로 판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시즌에는 '존'의 서사가 좀 더 강화됐다. 존은 할란카운티의 광산 노조 부위원장으로 광부들의 권리와 정의를 위해 앞장서 투쟁하는 인물로, 세대가 역사를 기억하고 이어갈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며 극을 탄탄하게 이끌어간다. 또 새로운 넘버인 '승리를 위해'와 '시작'을 추가하면서 캐릭터와 극의 방향성을 좀 더 명확하게 잡았다.

1970년대 당시 할란카운티의 분위기를 잘 살려낸 듯한 이 작품은, 적절한 공간의 활용과 무대 효과들로 광산과 광부들의 모습을 빚어냈다. 특히 커진 세트와 회전하는 무대, 광부들이 아래 공간을 이용해 갱도에서 나왔다 들어가는 역동적인 장면은 극의 묘미를 느끼게 해줬고, 노동자들의 목소리와 깊은 울림을 내기 위한 넘버들 역시 힘있게 다가왔다.

존 역의 배우 안재욱은 "어느 한 인물의 이야기가 부각 되기보다 투쟁하는 광부들의 이야기를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팬데믹 시기를 겪으며 무대에 오르고 싶었던 배우들의 열정이 할란카운티 광부들의 마음으로 잘 표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운 내일을 위해 한 걸음 더 내딛는 이들의 이야기, 뮤지컬 '할란카운티'는 7월 16일까지 계속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