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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는 직접적으로 눈에 보이는 말도, 글도 없지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전해지는 무언가가 있다.

 

그렇게 그림은 일기처럼 행복한 순간을 기록하는 데 쓰이거나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시선으로 확장되기도 하고, 그 속에 내면을 다독이는 다정한 메시지를 담아내기도 한다.

■ 그림책 생활┃서효인 지음. 달 펴냄. 228쪽. 1만5천원

저자와 가족의 애틋한 이야기 담아내
어른-아이 소통과 사랑의 방법 전달

그림책생활
"어른은 아이와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 아껴주는 방법도, 사랑하는 방법도 알기가 어렵다. 이에 서효인 시인은 말한다.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면 그림책을 읽으면 된다"고. 그림책은 기호와 문자가 우선시 되지 않는다. 때론 말없이 온전히 그림으로만 표현될 때도 있다.

말과 글은 누군가에게 전달되어야 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만큼 다소간의 소란함과 성급함을 품고 있지만, 그림은 보는 사람이 다가와 관심을 가지기 전까진 먼저 나서지 않는다. 그리고 읽고자 하는 이가 오면 그제야 눈 속에 담겨 속삭인다.

긴 시간 문자를 다루는 일을 해온 작가는 아이의 언어 앞에서 무너지기 일쑤였지만,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넘겨보며 격려와 조언, 다정함 등을 배우게 된다.

신간 '그림책 생활'은 가족과 저자의 애틋한 그림책 생활이 펼쳐지는 1부와 아이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기 위한 그림책 이야기가 담긴 2부로 나뉘어 있다. 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울림을 주는 그림책이 더 좋은 사람과 더 좋은 어른이 되게 하는 역할을 거뜬히 해냄을 따뜻하게 전한다.

■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강진이 지음. 수오서재 펴냄. 272쪽. 1만6천800원

떠올리면 마음 환해지는 기억들 상기
삶속의 무수한 순간들에 있음 일깨워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
뛰노는 아이들로 분주했던 굽이굽이 골목길 풍경, 가만히 누운 머리를 쓸어 넘겨주던 할머니의 투박한 손길, 아이의 앞머리를 한 올 한 올 직접 자르며 주고받던 눈빛 등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환해지는 기억들이 있다.

이렇게 자신을 수놓은 삶의 작은 장면들을 붙잡아 기록해 둔 화가 강진이의 신간 '행복이 이렇게 사소해도 되는가'가 출간됐다.

저자에게 일기를 쓴다는 것은 행복을 기록하는 일이었고, 그것을 그려 나갈수록 행복이 얼마나 자주 곁에 머물렀는지 알 수 있었다. 이번 신간은 저자의 책 '너에게 행복을 줄게'의 확장판이다. 전작에 수록된 글과 그림 중 일부를 고르고, 51편의 새로 쓰고 그린 글과 그림을 더해 한 권으로 완성했다.

책은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소소하고도 정겨운 그림들로 가득 차있고, 언젠가 나도 한 번쯤 겪어보았을 장면이 눈앞을 스치듯 지나가며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그리고 어쩌면 막연하고 닿을 수 없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행복은 사실 우리 삶에 무수히 흩어져 있는 사소한 순간이었음을,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기다리고 있었음을 알게 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