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경기민요 국가무형문화재 초대 보유자 이은주(본명 이윤란) 명창의 제자 김장순 명창은 경인일보와의 통화에서 12잡가 중 하나인 '출인가'를 스승의 창법대로 부르며 유파별로 차이가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놀고 가세'라는 부분을 부를 때 이은주 선생님은 '세'를 위로 끌고 올라가서 흔들다가 음을 처리한다"며 시범을 보였다.
안비취 전승자들만 무형문화재 전승자 선정
"한쪽 유파 보유자만 지정되니 균형 무너질 판"
문화재청, 경기민요 유파 인정 안하는 기조
"1975년 지정때 문화재 보유 자체로 인정한 것"
국악계 관계자는 "말붙임새, 장단, 출연음, 조성이 세 선생님 별로 다 다르다. 그 영향으로 경기민요 전승자들도 어느 스승을 사사했느냐에 따라 창법이 나뉜다"며 "장막을 쳐놓고 12잡가를 부르면 소리만 듣고도 어느 유파인지 바로 알아챈다"고 말했다.
최근 문화재청이 안비취 유파의 전승교육사 두 명(김혜란·이호연 명창)만을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로 선정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경기민요 전승자들 사이에서 반발(6월5일자 7면 보도=초대 경기민요 보유자 '묵계월·이은주 유파' 대 끊기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975년 인정된 초대 보유자들이 사망하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명예보유자가 되면서, 2세대 보유자로 이춘희 명창(안비취 유파)이 1997년 보유자가 됐다. 이번에 발표한 내용이 그대로 확정된다면 경기민요 무형문화재 보유자는 안비취 유파만 3명이 되는 셈이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전승자 정보(2023.6.6일 기준) /문화재청 자료 재구성
이번 발표에서 보유자로 인정되지 않은 김영임 명창(묵계월 유파)은 "단순히 보유자 선정에 대한 탈락을 두고 특정인을 구제해달라는 게 아니다. 한쪽 유파에서만 보유자가 3명이 지정되니, 유파별로 맞춰오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지게 될 상황"이라며 "이수하려는 사람들이 보유자가 있는 유파를 사사할 것이기에, 전승교육사가 있어도 결국에는 한 유파로 통폐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갈등의 핵심은 '경기민요의 유파를 인정하는가'인데, 문화재청은 이런 특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앞서 문화재청은 지난 2009년 한국국악학회에 유파 인정 관련 용역을 의뢰해 유파가 없다는 결론을 받았고, 현재까지도 그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만약 유파를 인정할 경우 판소리와의 역차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예능분과 4차 회의 회의록(2008)'을 살펴보면 '임방울류 적벽가 유파 인정 신청(판소리)' 검토 의견에서 "전승이 활성화된 종목에서 유파별·계보별 등으로 추가 인정하는 것은 가야금이나 경기민요 등 타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나왔다.
이와 관련 문화재청 관계자는 "지난 1975년 초대 보유자를 지정할 때 유파별로 세 분을 지정한 게 아니라, 경기민요 그 자체로 보유자를 인정한 것"이라며 "현재 보유자가 없는 유파에도 전승교육사들이 있기에 유파가 완전히 사라질 위험은 없다고 본다. 오는 11일까지 최근 발표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민요 유파 통폐합을 우려한 국악인들은 7일 보신각과 국립국악원 일대에서 유파 인정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오는 8일에는 정부대전청사와 문화재청 등에 모여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이상훈·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