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가족 요양에 매진하고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요양보호사가 되고 싶습니다."
몸이 불편한 아내를 위해 뒤늦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해 지극한 애처가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90대의 강광수씨가 화제다.
1932년 12월생으로 올해 91세인 강씨는 지난 4월 치러진 요양보호사 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뒤 지난달 17일 자격증을 수령해 국내 최고령 요양보호사가 됐다.
지난 3월 첫 번째 시험에서는 단 한 문제 차이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3개월여 만인 두 번째 도전에서 자격증 취득에 성공했다.
강씨의 이 같은 열정은 그가 다닌 남양주 화도사랑요양보호사 교육원에 이미 소문이 자자했다. 교육원 내 최고 고령자였단 강씨는 항상 제일 먼저 도착해 맨 앞자리에서 강의를 듣는 집중력을 보였고 단 한 번도 결석을 하지 않을 정도로 배움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
이 같은 강씨의 모습은 다른 교육생들에게 귀감이 돼 '다 같이 열심히 하자는 분위기' 조성에 큰 도움이 됐다.
강씨는 "대부분 교육원이 나이가 70대만 돼도 받아주지 않는데 이곳에선 선생님들의 끊임없는 지도와 도움, 격려, 응원을 해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번째 시험만에 자격증 취득 성공
맨앞줄서 강의듣고 결석 안해 '귀감'
"뒷바라지 해준 집사람 고마움 보답"
적지 않은 나이에다 쉽지 않을 것이란 주변의 시선을 이겨낸 그의 도전은 몸이 불편한 아내 최계순(89)씨를 더 집중적으로 돌보기 위해 시작됐다.
아내 최씨는 수년전부터 뇌졸중을 앓고 있는데다 심장병, 척추측만증, 난청 장애(5등급) 등으로 몸이 쇠약해졌고 3년 전부터 요양보호사의 케어(돌봄)를 받고 있다.
하지만 주 3회 방문하는 요양보호사의 보살핌만으로는 아내를 돌보는데 부족하다고 판단해 그는 직접 도전에 나섰다.
강씨는 "19세에 군대에 입대했고 한국전쟁에도 참전했다. 힘든 환경에서 오로지 남편을 뒷바라지 해준 아내에 대한 고마움, 미안함에 대해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젊음의 비결로 "하루 최소 6천~8천 보를 걸으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술·담배도 일절 하지 않고 텃밭 일, 습작 형식의 수필과 시를 쓰는 등 내 일을 놓지 않고 있다"며 "특히 롤모델인 김형석 교수(연세대 명예교수)의 책을 많이 읽고 강의를 찾아보며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강씨는 "저의 목표는 100세다. 거주하는 4층 빌라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 난간을 잡고 오르내리는데 의식이 약해져도 마음만은 절대 떨어지지 않겠다는 각오를 매일 되새긴다"며 "남은 여생 집사람의 건강 유지가 저의 사명이라 여기고 최선을 다해 돌보겠다. 또 후배 교육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남양주/하지은기자 ze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