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사계'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건희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사계'의 전시 전경. 2023.6.11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우리나라 현대미술이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근원이 이곳에 있습니다."

국민들의 큰 관심을 받았던 이건희컬렉션이 경기도에 왔다. 경기도미술관의 이건희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사계'는 1927년부터 2010년에 이르기까지 이인성·김환기·박수근·이중섭·장욱진·천경자·나혜석·곽인식 등을 포함한 근현대미술의 주요 작가 41명의 작품 90점으로 채워졌다.

전시는 이건희컬렉션뿐 아니라 경기도미술관과 전국의 공사립미술기관 11곳의 소장품도 한데 모아 더욱 풍성해졌다. 관람객들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분단, 민주화 운동 등 격변의 시대를 살아온 작가들이 겪었을 삶과 이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 미술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이번 전시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이건희컬렉션 근현대미술 특별전 '사계'
김환기·박수근·이중섭 등 작품 90점 전시
경기도미술관서 8월 20일까지 예약 입장


5개의 섹션이 색으로 구분돼 있지만 자유롭게 이동하며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번 특별전은 각각의 작은 주제마다 작품의 특징과 흐름 등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만들어졌다.

'새로운 계절'에서는 김종태, 이인성, 구본웅 등 일제강점기 해외 유학을 다녀온 화가들이 동서양의 기법을 조화롭게 녹여낸 작품들을 비교하며 볼 수 있으며, 김기창, 이응노 등 우리나라의 전통회화를 기반으로 현대적이고 독자적인 화풍을 발전시킨 작품도 함께 만날 수 있다.

'자연으로부터'는 이상범, 노수현의 한국 산수와 한국적 풍토에 맞는 인상주의 미술을 구현한 오지호, 자연을 단순한 형태로 환원한 추상미를 보여준 박고석의 작품 등을 감상할 수 있고, '또 하나의 계절'에서는 나혜석, 김정숙, 박래현, 천경자 등 예술가로 고군분투했던 여성작가의 작품을 한눈에 볼 수 있다.

'향수의 계절'에는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등 한국근현대사의 굴곡진 사건들을 겪어온 작가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애, 동심을 그려낸 작품이, '봄, 여름, 가을, 겨울, 봄'에서는 계절의 순환처럼 예술세계를 성취해 나간 김환기, 권진규, 곽인식 등의 작품이 마련돼 있다.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사계'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건희컬렉션 한국 근현대미술 특별전 '사계'의 전시 전경. 2023.6.11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이건희컬렉션의 순회전시는 지난해부터 각 지역에서 차례로 이어져 왔다. 비슷한 작가들과 작품들로 꾸려진 꾸러미들이 전국을 돌고 있기 때문에 전시하는 미술관에서 이를 어떻게 차별성 있게 엮어 관객들에게 보여주느냐도 관심거리였다.

방초아 학예연구사는 "작품 꾸러미가 컬렉터의 안목에 중점을 뒀다면, 전시에서는 작품이 가진 예술적 가치를 세세하게 보여주길 원했다"며 "다른 순회전시에는 없었던 여성작가의 섹션을 별도로 마련해 재조명돼야 하는 양식과 예술적 시도, 작업정신 등의 흐름을 볼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중적으로 잘 다가가기 위해 계절감에 정서와 시간 등으로 키워드를 풀어내며 인생의 단계 속 질문과 맞닿을 수 있게 전시를 준비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특별전에 앞서 경기도미술관은 전시장을 새로 단장하고 시설을 확충했다. 9m 높이의 층고를 가진 2층 전시실을 모두 터서 시원하고 쾌적한 공간감을 살렸고, 특히 창 너머로 보이는 자연과 어우러진 미술관의 환경을 활용하며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전했다.

안미희 경기도미술관 관장은 "공립미술관은 사명감과 미션이 있는 곳으로 미술의 힘을 알려주는 동시에 문화를 향유 하고 교육할 수 있는 곳"이라며 "그러한 고민의 결과로 이건희 컬렉션을 개최하게 됐고, 좋은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사계' 전시관람은 무료이며, 경기도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관람 날짜를 지정해 예약할 수 있다. 전시는 8월 20일까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