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동 옛 시장관사는 개항장을 찾는 발걸음을 개항장 밖으로까지 확장할 겁니다."
인천시가 지난달 23일 시민에게 복합문화공간으로 개방한 근대건축물 '신흥동 옛 시장관사'(일명 긴담모퉁이집) 운영을 맡은 이원영(55) 제물포구락부 관장은 공간 운영 계획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원영 관장은 인천시민애(愛)집과 제물포구락부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이들 건축물은 인천시 문화재 활용 정책에 따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중구 송학동 자유공원에 있는 제물포구락부는 개항기인 1901년 건립됐고, 맞은 편 인천시민애집은 일본인 사업가 저택 자리에 1966년 새로 지은 근대한옥이다. 두 곳은 인천 대표적 관광지인 개항장에 자리 잡고 있어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북적인다.
이원영 관장은 "제물포구락부와 인천시민애집을 찾는 방문객들이 개항장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안에서만 빙빙 도는 한계가 있었다"며 "개항장에서 신포시장, 답동성당과 긴담모퉁이길을 거쳐 이번에 인천시가 개방한 신흥동 옛 시장관사로 방문객의 발걸음을 유도할 수 있는 거점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4·19 집결장소·일제 여공들 통근길
개항기~현대 인천역사 담긴 관광지
시민 호응 "프로그램 더 늘렸으면"
이원영 관장은 최근 들어 제물포구락부·인천시민애집~신포시장~답동성당~긴담모퉁이길~신흥동 옛 시장관사를 잇는 '제물포 인문 로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시민들 반응이 무척 좋다고 한다.
이원영 관장은 "제물포 인문 로드는 개항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천 역사 전반을 관통한다"며 "개항기 역사유산으로만 알고 있는 홍예문은 1960년 4·19혁명 당시 학생과 시민이 집결한 장소였고, 신포시장 옛 신포슈퍼마켓 자리는 정흥택 형제가 어물전을 차려 최초의 어시장을 꾸린 자리였으며, 지금은 잊힌 긴담모퉁이길은 일제강점기 정미소 여공들의 애환이 서린 통근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 개항장과 주변 지역의 역사가 '개항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신흥동 옛 시장관사 개방을 계기로 널리 알리고 문화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제물포구락부, 인천시민애집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등록하고 각종 프로그램이 열릴 때마다 꾸준히 찾는 '열혈 방문객'만 6천500여 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들 공간에서 개설하는 인문 강좌 등 문화 프로그램은 신청 접수 시작 10분 정도면 모집 인원을 전부 채운다. 문화 프로그램을 조금 더 늘렸으면 하는 게 이원영 관장 바람이다.
이원영 관장은 "조만간 '답동성당 관광자원화 사업'이 마무리되면 울타리가 있던 성당 주변이 명동성당처럼 개방된 공간으로 바뀐다"며 "제물포구락부와 인천시민애집에서 신흥동 옛 시장관사로 이어지는 동선이 한층 편해지고 운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