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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평균 2회씩 봉사하는 채승식 씨는 지금도 봉사하러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한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건강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에게선 특유의 밝은 기운이 나온다. 그 기운을 주위에 퍼뜨리며 힘을 불어넣어 주고 그러면서 또 스스로 힘을 얻는다. 12일 용인시기흥장애인복지관에서 만난 채승식(73)씨는 퇴직 이후 봉사활동에 새롭게 눈을 뜨며 이 같은 긍정의 에너지를 전파하는 역할을 8년째 이어오고 있다.

평생을 국가직 공무원에 몸담았던 그는 2007년 길었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쉼 없이 달려왔던 지난날을 돌이켜보니 후회는 없었으나 아쉬움은 남았다.

채씨는 "일만 한다고 정작 내가 하고 싶은 걸 못하고 살았더라. 그래서 기타도 치고 자전거도 타고 그렇게 여유를 만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중 문득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욕구가 생겼고 그가 선택한 건 봉사였다.

LED전등교체 등 전문작업 쉽게
3년전엔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따
"고마움 담긴 누룽지 기억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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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당 평균 2회씩 봉사하는 채승식 씨는 지금도 봉사하러 가는 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한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2016년 5월 기흥장애인복지관을 찾아 자신과 비슷한 은퇴자들로 구성된 봉사단을 결성, 단장을 맡아 중증장애인과 노인 등 거동이 불편한 이웃의 가정을 방문해 이들을 돕는 일을 하기 시작했다.

형광등 교체, 변기 수리, 방충망 설치 등 소소한 일들이 주를 이뤘다. 채씨는 "보통 사람들에겐 별것 아닌 일이겠지만, 누군가에겐 도움의 손길 없인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지난주에도 한 어르신 댁을 찾아 모기장을 설치하고 공기청정기 필터까지 갈아드리고 왔는데 그렇게 좋아하시더라. 아직도 그 얼굴이 눈에 선하다"고 말했다.

때론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한 때도 있었다. 이에 채씨는 봉사단원들과 함께 실제 전기업자에게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제는 스위치 리모컨 설치, LED 전등 교체 등의 작업 정도는 손쉽게 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있을 땐 책을 찾아보거나 유튜브를 검색하며 봉사를 위한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3년 전엔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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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승식(왼쪽)씨와 이를 서포트해 주고 있는 김선구 관장.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이렇게 지금까지 8년간 해온 봉사활동만 3천건에 달한다. 채씨는 "일을 마치고 돌아갈 때면 거동도 힘든 분들이 굳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집 앞까지 배웅을 나오는데, 이런 걸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그리 큰 도움이 아닌데도 고마움을 주고받으며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자체가 너무 좋다. 그래서 이 활동을 멈출 수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채씨에게 지난 봉사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한 할머니가 끓여준 누룽지를 먹었던 때라고 답했다. 채씨는 "그냥 누룽지였는데 고마운 마음이 담겨서 그랬는지 그게 그렇게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며 "우리 동네 어려운 분들의 '맥가이버'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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