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영종국제도시 등에 잇따라 국제학교 추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송도국제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채드윅국제학교의 경우 외국인보다 한국 학생이 더 많아 사실상 '국내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추가 설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천경제청은 영국 명문학교인 해로우 스쿨(Harrow School) 분교를 송도국제도시에 건립하기 위해 최근 이 학교의 아시아 설립 인허가 법인(AISL Harrow International School)과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1572년 설립된 해로우 스쿨은 영국 수상을 지낸 윈스턴 처칠을 비롯해 시인 고든 바이런, 인도 수상 네루 등 유명 정치인과 학자를 다수 배출한 영국의 명문 학교다.

해로우 스쿨은 1998년 태국 방콕을 시작으로 중국 베이징·상하이·홍콩 등 아시아권에 12개 분교를 운영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해로우 스쿨의 송도국제도시 설립 협의를 본격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인천경제청은 해로우 스쿨을 송도국제도시 3공구에 위치한 제2국제학교 부지에 건립할 예정이다. 인천경제청은 2018년 해로우 스쿨 유치를 위한 협의를 진행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英 해로우스쿨 송도분교 양해각서
개발속도 더딘 '영종 활성화' 위해
공모거쳐 하반기 우선협상자 선정

이와 함께 인천경제청은 영종국제도시에 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공모 절차를 거쳐 올해 하반기 내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인천경제청은 최근 송도국제도시 G타워에서 골든테라시티(옛 미단시티) 국제학교 설립을 위한 사전설명회를 개최했다.

인천경제청은 송도·청라국제도시와 비교해 개발 속도가 더딘 영종국제도시 활성화를 위해 국제학교 설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종국제도시 내에 위치한 골든테라시티의 경우 외국인 전용 카지노 등이 포함된 복합리조트 개발 사업 등이 수년간 지연되면서 사실상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인천경제청은 오는 9~10월까지 공모를 거쳐 국제학교 사업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내실 있는 유명 국제학교 법인이 공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토지이용·지구단위 계획 변경 등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인천에는 지난 2010년 송도국제도시에 개교한 채드윅 국제학교와 오는 9월 개교 예정인 칼빈 매니토바 국제학교 등 2개의 국제학교가 있다. 채드윅 국제학교의 경우 2021년 기준 정원이 2천80명으로 이중 외국인 학생은 535명, 내국인은 831명으로 국내 학생이 더 많은 상황이다. 관련 규정에 따라 정원의 60%를 외국인으로 채워야 하지만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시민단체 "귀족학교 왜 필요한지"


인천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학비가 한해 수천만원에 달하는 채드윅 국제학교의 경우 사실상 국내 귀족학교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제학교 추가 설립이 왜 필요한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 활성화와 외국인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국제학교 추가 설립이 필요하다"며 "9월 개교 예정인 칼빈 매니토바 국제학교는 학비가 그리 비싸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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