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는 곧바로 홍수와 가뭄 같은 '물 문제'로 이어진다. 물이 부족해서 일으키는 갈등은 더 심각하다. 생활 식수는 물론 농업용수나 공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긴장과 갈등은 나라 안팎을 가리지 않고 갈수록 늘고 있다.
팔당에서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세 개의 보를 만나게 된다. 여주시 구간에 놓인 이 세 개의 보는 이포보, 여주보, 강천보다. 넓은 수면의 잔잔한 물빛 경관도 아름답지만 지역의 역사와 자연의 특성을 살린 외관도 수려하다. 이 한강 3개 보는 건설 당시 찬반이 갈려 많은 갈등과 논란을 낳았다.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어떤 대접을 받고 있을까. 한강 3개 보 시설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K-water) 한강보관리단의 역할과 성과, 앞으로 계획을 들어본다. → 편집자 주
홍수피해 저감·갈수기 생활용수 제공… SK하이닉스에 매일 11만t 공업용수 공급
최근 10년간 유해 남조류 '매우 낮은 수준'… 멸종 위기종 단양쑥부쟁이 등 서식도
소수력발전소에서 얻은 수익으로 장학사업 펼쳐… 지역문화·관광·교육에 이바지
■ 수자원 확보로 가뭄 피해 줄어
보의 일차적인 목표는 수위와 유량 조절이다. 일정한 수량을 확보해 가뭄에 대비하고, 홍수 때는 보를 열어 유량을 조절함으로써 이수와 치수의 기능을 담당한다. 한강 3개 보 역시 홍수와 가뭄에 시달려온 주변 지역의 치수를 담당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강수계 3개 보 건설(2009~2012)을 기점으로 보 건설 전과 후 약 10년간을 비교 시 홍수피해 저감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보 건설 전·후의 홍수예보(주의보·경보 등) 발령 횟수를 비교한 결과, 건설 전 10년간(1999~2008) 10회의 예보가 발령됐으나 건설 후 10년간(2013~2022)은 발령 사례가 없었다.
갈수기에도 늘 일정한 수량을 확보해 안정적으로 생활용수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농업용수와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에 필요한 물도 공급할 수 있다. 보 인근에 있는 35개 취수장과 양수장에서는 연간 약 3억t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는 인천시의 연간 물 사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 설치 전에는 가뭄이 들면 수위가 내려가 취수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보 설치 후에는 우리나라 반도체 대표 기업인 SK하이닉스에 매일 11만t의 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조성하면서 여주보 구간에서 하루 27만t의 물을 추가로 취수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도 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의 상·하류 낙차를 활용한 소수력 발전도 보의 큰 쓰임새다. 이 친환경 에너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중립 정책에도 이바지하는 바가 크다. 3개 보의 소수력 발전으로 연평균 약 75GWh의 청정 친환경에너지를 얻는다. 여주시 전력 사용량의 5% 수준이다. 이는 이산화탄소 3만2천t 감축, 미세먼지 35t 절감으로 500만 그루의 소나무를 심은 것과 같은 효과다.
소수력발전소에서 얻은 수익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3개 보 주변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2012년부터 매년 꾸준히 장학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400여 명의 학생들에게 약 2억원의 장학금을 지원했다. 한강보관리단 직원들도 급여에서 일정액을 매월 모아 주변 홀몸노인이나 취약 아동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 수질 안정화… 조류경보 발령 '0' 수질 '1등급'
보 설치에 반대 의견을 보인 사람들의 가장 큰 우려는 수질 문제였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그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고 오히려 한강 3개 보를 통한 지속적인 환경관리로 한강 수생태계 살리기에 이바지하고 있다.
주 1회 수질 조사, 어류·조류 모니터링, 상·하류 오염 발생원 사전점검, 적기 부유물 처리 등 철저한 수질관리의 결과다. 한강 3개 보 모두 최근 10년(2013~2022) 간 유해 남조류 평균(6~9월) 발생량은 매우 낮은 수준(22cells/mL 이하)이며 수질은 '1등급(1b)'을 유지하고 있다. 조류경보 발령 사례도 전무하다.
오히려 다양한 종의 어류와 재첩, 다슬기 등의 어패류와 멸종 위기종인 단양쑥부쟁이 등이 서식하는 등 수생태계 환경이 안정화되고 있다.
한강보관리단은 협력업체와 안전보건협의체를 구성해 정기 합동 안전 점검을 하고 노후 시설물 보강과 안전시설을 확충하는 등 원활한 수자원관리와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모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한강보관리단 구자영 단장은 "철저한 관리와 대비를 통해 물 재해, 안전사고 '제로(ZERO)'를 달성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동시에 자연과 함께하는 시민의 문화공간으로서 그 역할을 확대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 한강문화관, 문화예술과 생태교육으로 '지역 상생'
이 밖에 한강 3개 보는 넓은 수면과 깊은 수심을 확보해 수려한 자연경관에 친수시설, 휴양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지역 문화, 관광, 교육 활성화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3개 보는 전시실을 갖춘 홍보관, 교육실, 전망대 등 부대 공간과 잔디광장, 야외공연장, 자전거도로 등 외부 친수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3개 보 홍보관을 통합 운영하는 한강문화관은 상시 전시와 음악 공연으로 한강보를 찾는 지역민과 외부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자연 휴식처로도 활용하고 있다. 상시 전시회는 전시 공간이 부족한 지역 작가들에게 소중한 공간이다.
또 3개 보와 연계된 자전거길, 도보길, 수상레저 및 생태 공간은 수도권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알려져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한강문화관 관계자는 "보를 중심으로 이뤄진 한강문화관과 친수공간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지역 명소이자 여주시민의 자랑거리가 됐다"며 "코로나19 이전에는 연간 100만명 이상이 방문했고, 코로나19 기간에도 약 25만명이 찾았다"고 전한다.
지역 청소년과 아이들에게는 넓은 장소에서 뛰어놀면서 직접적으로 물과 환경을 체험할 수 있는 생태체험학교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한강 일대 문화 예술 생태를 소재로 한 '한강환경문화체험'을 실시(20회)한 바 있으며 '강천섬의 사계'(10회), 세계 '물의 날' 기념 우수환경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특히, 지난 5월 한강보관리단은 여주교육지원청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여주지역 미래 인재 양성을 목표로 두 기관이 인적·물적 자원을 상호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여주 미래 교육 실현에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구자영 단장은 "한강문화관은 한강의 역사 문화유산을 재조명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선조들이 만든 황포돛배 물길 위에서 한강이 지니는 무한한 잠재력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이라며 "업무협약을 계기로 한국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한강 3개 보 수자원 시설과 한강문화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물 교육 환경을 조성하고, 여주 미래세대의 교육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는 각오를 다졌다.
※공업용수 공급현황
강천보 → DB하이텍(1만t/일)
여주보 → SK하이닉스반도체(11만t/일)
이포보 → OB맥주(1만2천t/일)
여주/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