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이 보다 다양한 주체를 포용하고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전시 이해를 돕는 전시 해설을 수어로 제작하는가 하면, 전시 주제와 연관된 사회·인문학 강좌를 열고 있다.

"평범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 Normal 속에는 모두라는 뜻의 단어 'all'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16일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된 수원시립미술관의 현대미술 전시 '어떤 Norm(all)'의 수어 해설. 손한올 수어 해설사의 입 모양이 '모두'라고 움직이는 동안 그의 손은 동그랗게 원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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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어떤 Norm(all)' 전시의 수어 해설 영상. /수원시립미술관 영상 캡처

해설은 현대미술 특유의 어려운 설명을 최대한 쉽게 수어로 풀어 청각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시청자가 쉽게 접근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특히 '어떤 Norm(all)'이 다양한 가족 형태와 소수자의 삶을 담아낸 전시라는 점에서, 당사자인 청각 장애인이 전시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한 이번 수어 해설 영상은 그 의미가 유독 깊다.

이렇게 미술관이 단순히 미술품을 선보이는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면서 전시의 지평도 확장되고 있다. 배리어 프리(장애인 친화 환경)를 지향하거나 전시 주제와 연계된 사회·인문학 강연을 이어가는 것이 대표적이다.

'배리어 프리' 요소 반영, 접근성 높여
28일부터 저출생 연계 인문학 강연 등

'어떤 Norm(all)'을 기획한 장수빈 학예사는 "배리어 프리적인 요소를 일부라도 전시에 담고자 했다. 예컨대 사회의 낮은 자들에 대한 문제를 다룬 치명타 작가의 작품은 휠체어를 탄 시민의 시선에 맞췄다. 바닥 아래 내려놓지도, 천장 높이 올리지도 않고 책상 위에 전시해둔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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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미술관 현대미술 전시 '어떤 Norm(all)'. 치명타 작가의 '실바니안 패밀리즘(2019)'.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오는 28일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SUMA×어떤 Norm(all) 러닝(Learning) 머신'은 저출생 시대를 대비해 개인과 정부 등에서 준비해야 할 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연계 인문학 강연이다. 인구 소멸과 대안 가족 등을 다룬 '어떤 Norm(all)'의 주제에 대해 관람객들이 좀 더 깊이 이해하도록 마련됐다.

아울러 내달 15일에는 장수빈 학예사가 전시 기획과 관련된 이야기를 시민들과 나누는 '큐레이터 토크'가, 26일에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치명타·문지영 작가가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아티스트 토크'가 이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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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연계 강의 SUMA×《어떤 Norm(all)》 러닝(Learning) 머신 포스터.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장수빈 학예사는 "인구 소멸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의 한편에서는 생활동반자법 제정 등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떤 Norm(all)'은 이런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된 전시"라며 "더 폭넓게 가족의 범위를 인정하는 게 인구 문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단 점을 떠올려보게 하고자 전시와 연계 강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