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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올해 초 파푸아 뉴기니에서 자동차 부품인 컨버터가 국제우편을 통해 국내에 도착했다. 인천공항 우편세관은 이를 눈여겨봤다. 자동차 부품은 국내에서도 충분히 조달할 수 있고,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서 차량 부품을 들여오는 것이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세관원들이 해당 부품을 분해하자 마약이 나왔다. 부품 내 공간에 마약을 넣고 용접까지 한 뒤 우편물로 둔갑해 들여오려던 것을 적발한 것이다.

마약 청정국 지위를 유지하던 우리나라에서 최근 마약 밀반입이 폭증하고 있다. 수법은 더 지능화되고 있고, 수요층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늘어나면서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로 인천공항을 통과한 마약은 거미줄처럼 퍼진 국내 유통망을 통해 배달되고 있다.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마약 밀반입을 적발할 수 있는 장비와 인력 등이 대폭 확충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전국 1054건·1272㎏ 적발
대부분 국제선 인천공항이 주 통로
국제우편·특송 비율 82%로 높아져

부산항 이어 인천항 컨화물 많아
세관, 전담부서 신설 대응 힘실어
'족집게' 엑스레이검사 집중력 중요
인력 충원·교육·예산 확대해야
늘어나는 마약
관세청이 2019년 전국 공항과 항만 등에서 적발한 마약 밀반입은 643건이었으나, 2021년에는 1천54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적발한 마약의 중량은 311㎏에서 1천272㎏으로 증가했다.

적발 건수는 두 배로, 중량은 네 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적발되지 않은 마약 밀반입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 마약 가격이 낮아지는 이유도 공급이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마약 단속 당국의 설명이다. → 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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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세관 가운데 인천공항에서 적발된 마약 밀반입 사례가 가장 많다. 인천공항은 2019년 기준 7천만명의 국제여객이 이용한 국내 대표 공항이다. 김포국제공항, 제주국제공항, 김해국제공항 등과 달리 국제선 비중이 대부분인 인천공항은 마약 밀반입의 주 통로가 되고 있다.

2019~2022년 전국 마약 밀반입의 80~90%가 인천공항에서 적발됐다. 중량으로 보면 2021년 부산에서 더 많이 적발됐는데, 이는 부산항에서 한 번에 400㎏에 달하는 코카인 밀수가 적발됐기 때문이다.

이 기간 인천항을 통한 마약 밀수 단속 건수는 '0'이다. 2020년 1월부터 한중카페리 여객 운송이 중단되면서 인천항을 통한 인적 교류가 없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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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 검사장에서 세관 직원이 마약이 포함됐을 것으로 의심받는 특송화물을 대상으로 마약 탐지장비인 이온스캐너를 활용해 검사를 하고 있다. 2023.6.21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변화하는 밀수 루트
마약 밀수 루트도 다양화하고 있다. 과거엔 사람이 직접 마약을 숨겨오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국제우편·특송화물 등 경로가 다양해졌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여객기 운항이 줄어들면서 우편이나 특송을 통한 마약 밀수 시도는 더 많아지고 있다.

2019년 인천공항 국제우편·특송화물을 통한 마약 단속은 각각 209건, 35건이었으나 2022년엔 388건, 153건으로 늘었다. 국제우편·특송화물이 차지하는 비율도 43%(2019년)에서 82%(2022년)로 높아졌다.

인천공항본부세관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적발하는 마약의 80% 정도는 특송이나 국제우편"이라며 "최근 해외여행이 점차 활성화하면서 여행객을 통한 밀수 시도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외 환경 변화에 따라 마약 밀수 루트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세관 설명이다. 관세청은 그동안 코로나19 영향으로 특송화물과 국제우편을 통한 밀수 시도가 늘어났는데, 앞으론 지방공항과 컨테이너 화물 등 다양한 루트로 마약 밀수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인천항은 부산항에 이어 두 번째로 컨테이너 화물을 많이 처리하는 부두다. 이에 인천항을 통한 마약 밀수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인천항을 담당하는 인천본부세관은 마약 단속 전담 팀을 만들었다. 정보 수집뿐 아니라 탐지견을 활용한 조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약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본부세관 관계자는 "여행자와 달리 수출입 화물은 전량 엑스레이 검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검사 화물을 선정하는 등 직원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국제관세기구 등과 공유하는 정보를 토대로 다양한 밀수 방식에 대응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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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인천공항본부세관 특송물류센터 검사장에서 세관 직원이 마약이 포함됐을 것으로 의심받는 특송화물을 대상으로 마약 탐지장비인 이온스캐너를 활용해 검사를 하고 있다. 2023.6.21 /김용국기자yong@kyeongin.com
"마약 단속 인력·예산 늘려야"
마약 밀수 시도는 지능화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샴푸 속에 액상 합성 대마를 숨겨 국제우편으로 밀반입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마약의 일종인 메트암페타민을 사탕 모양으로 만들어 국내 반입을 시도한 사례도 있다. 옷을 액상 마약에 담갔다가 말린 뒤 밀반입해 마약을 정제하는 수법도 있다고 한다.

최근 하루 평균 마약 밀수 적발량은 6만여 명이 투약할 수 있는 규모다. 인천공항 등 국경 단계에서 이를 놓쳐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 유통 단계에서는 열 배의 노력을 들이더라도 적발하기 어렵다고 세관은 강조한다.

마약 반입 차단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인력·장비 충원'과 '직원 교육',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인천공항본부세관은 특송화물과 국제우편 부문 검사·판독 인원으로 72명이 더 필요하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현재 인원은 232명(특송 175명, 우편 57명)으로, 늘어나는 화물량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인력 부족은 판독 등의 업무를 수행할 때 마약 의심 화물에 대한 적극적인 검사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엑스레이 검사 요원도 부족하다. 지난해 엑스레이를 통한 마약류 적발은 전체의 50%를 넘을 만큼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국제우편 담당 엑스레이 판독요원은 10명인데, 인천공항본부세관은 추가로 10명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물질 분석 장비인 '라만 분광기' 등 마약 검사 장비 등의 확충도 필요하다.

인천공항본부세관 관계자는 "인천공항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은 모두 엑스레이 검사를 거친다"며 "더 많은 화물을 처리할 수 있지만, 인력의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마약류 등의 적발은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라며 "충분한 교육과 적정한 근로 시간이 뒷받침돼야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마약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보상금 관련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마약이 의심되면 해당 물건을 파괴하거나 해체해야 하는데, 관련 예산이 충분치 않으면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승규 YK법무법인 전문위원(전 제주세관장)은 "세관 직원들이 마약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크다"며 "최근 마약 밀수 시도가 늘고 있는 만큼 직원 교육 등을 강화하고 적극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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