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이 강조되는 시대다.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와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ESG 중에서도, 가장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것은 환경이다. 전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더 이상 환경을 뒷전에 둬서는 지속 가능한 개발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인류 생존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환경을 고려한다는 것은 당장 지출해야 할 비용이 늘어난다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사)한국저영향개발협회(KLIDA) 최경영 협회장은 기존의 '환경=비용'이라는 생각의 틀을 깨는 인물이다. 환경을 추구하는 것은 부담해야 할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라는 철학으로 대한민국 개발의 내일을 열고 있다.
호우 대비 '투수 블록' 비교적 저렴하게 친환경 도시 실현
3차원 지도 통합물관리시스템·폐플라스틱 재활용 대표적
'기업 간 상생' 기술특허 공유·각 회사 영업과 생산 방식
기술의 플랫폼화… 대기업 견줄 경쟁력 갖춘 협업 목표
■ 개발과 환경은 보완관계
최경영 협회장은 "개발과 환경이 독립된 분야로 다뤄지고, 또 전문화를 거듭해왔기 때문에 함께 가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다"면서도 "두 영역에 걸쳐 생각을 하다 보면 개발과 환경, 그리고 저비용까지 잡을 수 있다. 그것이 친환경기술"이라고 밝혔다.
환경과 관련한 지식으로 뛰어난 인물도 많고, 공학과 관련해서도 뛰어난 연구자들이 많지만 두 분야가 겹쳐지는 부분에서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최 협회장은 "똑똑한 사람이 없었다는 게 아니라 복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없었다"며 "남들이 안 하는 부분에서 가능성을 찾았다"고 했다.
이런 철학 속에서 협회가 공유하는 기술 중 하나가 '결합틈새투수 블록기술'이다. 지난해 서울 강남침수를 비롯해 최근 수년간 반복되는 호우에 대한 대비책이다. 서울시 등은 대심도 빗물터널 등을 기획하고 있지만 1천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다.
협회가 보유한 투수블록기술은 뛰어난 투수성능과 투수지속성을 가지고 있다.
투수성능과 지속성을 가진 투수블록은 블록 하부 기층에 빗물을 저장할 수 있어 많은 예산을 필요로 하는 대심도 빗물터널이나 저류조보다 효율적인 침수 대비책이 될 수 있다. 또한 부등침하나 잡초 등을 방지할 수 있게 설계돼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친환경 도시를 실현시킬 수 있다.
또 3차원 지도를 기반으로 도시 내 빗물 이동을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통합물관리시스템도 협회의 주요 기술 중 하나다. 이밖에 블록처럼 조립해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옹벽·제방 시스템,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 등은 개발과 환경, 비용까지 잡은 아이디어로, 그가 말하는 '친환경기술'의 대표적 사례다.
옹벽·제방 시스템은 빠른 유속에도 유실되지 않게 설계돼 보수에 용이할 뿐 아니라, 폐플라스틱을 압축해 사출하는 방식으로 자재를 만들 수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건 특허권을 한 기업이 독점하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회원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무게가 무거워 운반 시 들어가는 비용이나 탄소배출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협회장은 "농학 박사로 식물 생태 쪽을 주로 연구했는데, 첫 직장이 대기업 개발부문이었다"며 "생태 복원과 관련된 일을 하면서 개발을 하는 일을 했지만, 생태 복원이 대기업 생리에 맞지 않아 창업을 했었다"고 그가 환경과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기후변화 대응, 탄소 중립 등 모두 중요한 일인데 저와 협회의 연구자들이 아무리 좋은 결과물을 내놔도 사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개발한 기술이 세계로 퍼져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면 기술을 연구 개발한 사람으로서는 가장 큰 보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업 간 상생
최 협회장은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기업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라며 "당연한 얘기지만, 영업이나 생산 등 다양한 분야가 따라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을 경영해보니 경영자가 기술만 가지고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다른 기업들을 보면 영업이나 생산에서 강점을 보이는 회사들이 있는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면 더욱 크게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연구)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기업과 연계를 구상하게 됐다. 기술을 플랫폼으로 회원사간 상생을 도모하고자 지금의 협회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협회와 협의를 거쳐 기술특허의 사용권을 공유하고 각 기업이 영업과 생산을 맡아 이익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전남에서 제품을 필요로 한다면, 경기도 등에서 제품을 생산할 것이 아니라 전남에 위치한 기업에서 생산을 해야 비용을 줄이고 환경까지 보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협회장은 또 "기술이 좋아도 가격이 지나치게 높으면 그 기술은 사용될 수 없다. 반대로 서로 경쟁해서 가격 경쟁을 벌여도 결과적으로는 제품이 생산될 수 없다"며 "제품을 수주하는 입장에서도, 제품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도 만족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고민은 결국 그의 큰 그림이라고 할 수 있는 '기술의 플랫폼화', 나아가 그를 통해 대기업과도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기업 간의 협업이다. 협회는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고 건강한 산업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제도개선에 집중하고 회원사들은 협업을 통해 기술을 전파, 동반성장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최 협회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술은 국내 도시개발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도 필요로 하는 기술"이라며 "기술력을 갖추고 기업의 패러다임 변화로 세계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 최경영 한국저영향개발협회장은?
□학력
▲서울대학교 농업교육학과 학사/원예학과 석사/자생식물 생태학 농학박사 수료 ▲건국대학교 지역건설환경공학 공학박사
□경력
▲現 경기도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위원 ▲現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중기벤처 전문위원 ▲現 국토교통부 공공주택통합심의위원회 위원 ▲現 세종특별자치시 도시계획심의위원회 위원
□수상 내역
▲2003년 12월 대통령 표창 신기술 진흥 유공자 ▲2008년 12월 환경부장관상 환경기술 진흥 유공자 ▲2009년 12월 중기청장상 기술선도기업 ▲2010년 2월 환경부장관상 제1회 국가녹색기술대상 ▲2010년 10월 국무총리상 저탄소 녹색성장 유공자 ▲2011년 10월 대한민국 친환경대상 ▲2013년 7월 서울시 녹색기술 최우수상
■ (사)한국저영향개발협회(KLIDA)란?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환경오염에 대응해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고, 저영향개발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적 토지 이용을 도모하는 단체다. 건강한 물순환 체계를 구축해 국민 생활의 안전과 질적 향상에 이바지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빗물이용 및 관리에 관한 연구를 지원하고, 정부 시범사업에 민간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관련 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또 환경에 대한 노력이 정부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2005년 국토교통부 (사)한국빗물협회로 출발해 물관리 일원화 정책에 따라 2018년 환경부 소속으로 바뀐 뒤 2023년 1월 30일 한국저영향개발협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글·사진/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