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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누적 관객 900만명을 돌파한 흥행작 영화 '범죄도시3'는 '2015년 인천 남항'이라는 자막으로 영화를 시작하며 인천이 항구도시임을 각인시킨다. 비단 부두뿐 아니다. 이 영화에는 인천 곳곳이 등장하는데, 중구 신포동을 중심으로 하는 개항장 거리, 송도국제도시와 청라국제도시의 도로가 등장한다.

영화 속 전직 조직폭력배 '초롱이'가 운영하는 중고자동차 매매업체 간판에도 인천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고 배우들의 대사에서 인천이 언급된다. 영화는 러닝타임 내내 인천 곳곳을 비추며 도시 인천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낸다.

'범죄도시3'는 이제 이름 석 자가 하나의 영화 장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인 배우 마동석의 화끈한 액션과 코미디가 결합한 '범죄 액션 코믹물'이다. 대중성은 이미 검증됐다. 2017년 첫 편이 688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고, 지난해 개봉한 '범죄도시2'가 관객 1천269만명을 동원하며 '1천만 영화'가 됐다. '범죄도시3'의 흥행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1천만 달성도 머지않아 보인다.

남항 등 배경 영화 '범죄도시3' 1천만 눈앞
신포동·개항장 거리·송도·청라 등서 촬영
'별그대' '도깨비' '극한직업' 등 잇단 성공
'재벌집 막내아들' '더 글로리' 유명세 계속

항만·공항 기반 신도시·구도심 공존 매력
인천영상위 인센티브 등 유치 작전도 주효
'범죄도시3' 촬영기간 3억 지출 '경제효과'
로케이션 따려면 '전문스튜디오' 조성 절실


■ 흥행 보증수표 된 촬영지 '인천'


인천을 거친 영화나 드라마 가운데 크게 흥행한 것은 '범죄도시3'에 앞서 2013년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한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유명하다. 케이블 드라마로 경이적인 시청률인 20%를 넘어서며 2017년 종영한 '도깨비-쓸쓸하고 찬란하神'(이하 도깨비), 누적관객 1천600만명으로 2019년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 등이 뒤를 이었다.

별그대 방영 후 촬영지였던 연수구 옥련동의 송도 석산엔 중국 관광객이 몰렸고, 도깨비와 극한직업 촬영지인 배다리 헌책방거리도 한동안 국내 관광객이 몰리며 일시적인 특수를 누렸다.

인천에서 촬영한 흥행작은 최근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케이블 종편 채널과 OTT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올해 초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드라마 '더 글로리' 등이 대표적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에는 영종도 왕산마리나를 비롯해 인천스타트업파크와 인천아트플랫폼 등이 등장하는 장면이, 더 글로리에는 청라호수공원에서 펼쳐지는 바둑 대국 장면이 잘 알려져 있다.

범죄도시 촬영현장 (1)
인천 중구 개항장 거리를 배경으로 촬영된 '범죄도시3' 영화 속 한 장면. /인천영상위원회 제공

■ 공항·항만 신구도심 공존, 인천영상위 유치전략 먹혀


인천이 흥행 작품의 필수코스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항만과 공항은 물론 송도·청라 등 신도시와 구도심이 절묘하게 공존하고 있어 '찍을 거리'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김경택 '범죄도시3' 프로듀서는 "(영화 내용상) 항구라는 곳이 반드시 있어야 했다. 그 때문에 크게는 인천과 부산이 후보지였다. 그런데 다른 장면도 필요했다. 인천은 구도심과 신도시가 대비되는 느낌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인천이 좋았다"고 했다.

인천광역시 영상위원회의 유치 작전도 큰 역할을 했다. 인천영상위원회는 영상물 제작자 측이 촬영단계에서 지원 요청이 들어오고 나서야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영화 제작단계 전반에 걸쳐서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지원 사업체계를 갖추고 있다.

'킬러콘텐츠 제작지원'사업은 인천 홍보에 최적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 예능 콘텐츠 등에 관련된 정보를 미리 파악해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도깨비, 극한직업, 재벌집 막내아들, 더 글로리, 범죄도시 등이 모두 이 사업을 통해 유치됐다.

또 '인천 스테이 지원' 사업을 통해서는 영화 제작자들의 로케이션 단계에서 제작비 일부를 지원하기도 한다. 기획 단계나, 시나리오 작성, 각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천 체류 비용의 일부를 지원한다. 로케이션이 이미 끝났다 해도, 인천 내에서 일정 회차 이상 촬영을 마친 영화나 드라마 등을 대상으로 인천 촬영에서 지출한 비용 일부를 환급하는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 사업도 눈길을 끈다. 인천 촬영 유치를 위해 지역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촬영 시 협조가 필요한 관련 기관이나 부서와의 협의를 돕는 것은 기본이다.

■ 직접적인 경제효과 가져오는 영상 촬영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서라도 영상물의 촬영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뭘까. 바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범죄도시3'의 예를 들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범죄도시3'는 영화 전체 촬영 회차인 65회차의 30%를 훌쩍 넘기는 24~25회차의 촬영을 인천에서 진행했다. 최소 24~25차례 영화 스태프들이 인천에서 숙박을 했다는 뜻인데, 사전 준비단계까지 포함하면 실제는 30차례 이상 숙박을 했다고 한다.

대략적으로 100명 정도를 스태프로 잡는데 이번 촬영에서도 집이 가까워서 숙박을 하지 않은 스태프를 제외하면 평균적으로 50~60개 이상의 방을 잡아 머물렀다. 라마다송도호텔과 인천 남항 인근의 깔끔한 모텔 등에서 머물렀다고 한다.

또 촬영기간 식비도 상당하다. 1인 한끼당 최소 9천원을 식비로 준비한다. 이를 종합적으로 계산하면 지역에서 1회차 촬영을 진행하면 최소 60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김경택 프로듀서는 "어림잡아 2억원 가까이 숙박비와 식비로 지출했고, 유류비와 부식비 기타 비용을 모두 포함하면 인천에서 지출한 금액만 액수로 3억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작품이 흥행할 경우 일정 기간 촬영 장소는 관광특수를 누리기도 하는데, 이를 포함하지 않아도 영상물 촬영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직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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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3' 촬영 현장. 이상용 감독과 배우 마동석이 송도 센트럴파크호텔에서 촬영분에 대해 '모니터링'하는 모습. /인천영상위원회 제공

■ 영화·드라마 촬영 전문 스튜디오 조성 시급


'범죄도시3'의 촬영지가 반드시 '인천'이어야 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 인천도 그저 여러 후보지 가운데 한 도시였다. 만약 '범죄도시3' 제작진이 실내 촬영이 가능한 전문 스튜디오인 '세트장'을 부산으로 택했다면 인천을 찾을 이유가 없었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범죄도시3'는 경기도 안성에 있는 스튜디오를 사용했다.

최근 영화계는 로케이션 장소를 정하기 전 스튜디오를 확보하는 일을 가장 중요한 일로 꼽는다. 국내 스튜디오가 넉넉하지 않아 경쟁도 치열하다고 한다. 스튜디오가 일종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기 때문에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야외 촬영 계획을 짜는데, 스튜디오 인근을 촬영지로 택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최근에는 OTT 플랫폼이 직접 만드는 '오리지널' 콘텐츠가 늘고 영상업계에도 근로 조건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으며 전문 스튜디오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인천에는 아직 제대로 된 전문 공공 스튜디오가 없다.

이재승 인천영상위원회 사무국장은 "인천이 촬영지로서 인기를 언제까지나 누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인천이 독자적인 영상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전문 공공 스튜디오가 설립되어야 한다"면서 "영상산업의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지역사회가 지혜를 모아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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