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옥신 인천시여약사회장1
전옥신 인천시여약사회장은 2019년부터 생명사랑약국을 운영하며 생명지킴이로 활동하고 있다. 2023.6.25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

"마음이 아플 때 제일 먼저 찾게 되는 곳은 약국이에요. 자살을 예방하는 데 약국의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19년부터 생명사랑약국 운영에 동참하고 있는 전옥신(60) 인천시여약사회장은 "우울하면 소화불량 등 몸에서 증상이 생긴다. 그런 분들은 자연스럽게 약국을 찾는데, 약사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하진 않지만 (힘듦이) 얼굴에 드러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생명사랑약국은 인천시자살예방센터가 운영 중인 사업 중 하나로, 2019년 인천시여약사회를 중심으로 추진됐다. 인천시여약사회 소속 약사 53명으로 시작된 생명사랑약국의 참여자는 현재 250명까지 늘어나는 등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생명사랑약국은 약국을 방문한 시민 중 자살 위험신호가 보이는 시민들을 돕는 데 주안점을 뒀다.

생명사랑약국에 동참하는 약사들은 인천시자살예방센터로부터 마음이 힘든 이를 대하는 태도·방법 등에 대해 전문적으로 교육을 받는다. 생명사랑약국 약사들은 약국 곳곳에 인천에서 정신건강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안내한 책자를 놓고, 조짐이 보이는 시민들에게 전문가 상담을 권유하는 등 자살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죽고 싶다' 말 없지만 힘듦 느껴져
조짐 보이면 전문가 상담 적극 권유
어르신들 심리상태 꾸준히 보살필것


전 회장은 "2016~2017년에 동네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을 대상으로 영양제·구호물품 등을 챙겨주는 마마드림사업을 한 적이 있다"며 "당시 노인 심리상담 테스트도 함께 진행했는데, 70명 중 10명이 심각한 우울증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약국엔 약을 정기적으로 타는 동네 어르신들이 꾸준히 방문하기 때문에 약사들이 자연스럽게 마음을 보살펴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며 "이것이 생명사랑약국에 동참하게 된 계기"라고 설명했다.

전 회장은 1989년부터 34년간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자살위험 신호를 보내는 시민들이 있었다는 게 전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처방받은 수면제를 받으며 '이 약을 한 번에 다 먹으면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환자들이 종종 있었다"며 "그런 분들껜 속만 버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딱 잘라 말한다. 그런 생각을 갖는 분들에겐 더 적극적으로 상담센터 등 방문을 권유한다"고 했다.

전 회장은 마음이 힘든 분들에겐 무엇보다도 공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회장은 "우울감을 느끼는 분들에게는 '마음 약한 소리 하지 말라'는 등의 얘기보다는 공감과 소통이 중요하다"며 "동네 주민들의 마음을 다독여주면서 공감해주는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 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유진주기자 yoopearl@kyeongin.com